쓰기에 대한 정의는 쓰기 교수법의 역사적 변화와 함께 달라졌다. 우선, 전통적인 관점에서 쓰기는 선형적(linear) 절차를 거쳐 결과물(product)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 관점은 쓰기가 결과물을 향해 일방향으로 진행된다고 보기 때문에 쓰기 과정을 순환적으로 보지 않고 되돌릴 수 없다고 본다. 이 관점은 글쓰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요인들을 포착하지 못했는데 1980년대 들어 학습자 중심, 과정 중심 교육의 추세와 함께 쓰기의 과정(process)에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되었다. 과정 중심 쓰기는 계획에서 완성까지 글쓰기 과정이 일방향으로 지속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식한 데서 출발하였다. 이 접근법은 쓰기를 비선형적(nonlinear), 순환적(recurrent), 상호작용적(interactive) 과정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과 중심 쓰기와 다르다.
한편, 1980년대 중후반 이후에는 쓰기를 개인 작가의 고독한 활동으로 간주하는 점, 학습자 권한 강화로 인해 교사 권한이 축소된 점 등을 과정 접근법의 한계점으로 지적하며 포스트 과정 접근법이 출현하였다. 이 접근법은 쓰기를 개인의 인지적 작용의 결과로만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가 속한 사회와 문화 영역까지 포괄하여 본다. 예를 들어, Cooper(1986)는 쓰기를 사회적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포스트 과정 중심 쓰기 접근법은 쓰기를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간주하며 쓰기 환경을 교실에서 공동체로 확장할 것을 강조한다. 이 접근법은 쓰기를 작가와 독자를 매개하는 사회적 과정으로 정의하며, 작가-독자 간 상호작용과 담화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강조한다(Ferris & Hedgcock, 2014; Hyland, 2003).
이상에서 쓰기의 의미를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았는데 독자는 Lindemann(1995)의 모형에 나타난 쓰기의 구성요소가 세 가지 접근법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 트라이앵글에서 제시한 상호작용의 개념이 어떤 관점에서 가장 잘 포착되는지 생각해 보자. 글쓰기의 구성요소 및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통해 쓰기의 의미를 정의, 이해할 수 있다.
1.2. 쓰기의 특성
쓰기의 의미를 정의하고 구성요소를 살펴보았으니 그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쓰기는 말하기, 읽기 등의 다른 언어기능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발달하기에 그 관계를 통해 쓰기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쓰기와 말하기
쓰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음성언어와 차이가 있다. 우선, 음성언어는 모든 사람이 생애 초반에 습득하기 때문에 보편적이지만 읽기와 쓰기는 그렇지 않다. 말과 글의 차이에 대해서 Raimes(1983)가 설명한 것을 살펴보면 음성언어는 방언처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여 문법적인 규칙에 제약을 덜 받지만 문자언어는 문법, 구문, 어휘 등의 측면에서 표준화된 형식을 따른다. 음성언어의 경우 화자가 목소리, 제스처, 표정 등을 부수적으로 활용해 의미를 전달하는데 문자언어는 작가가 언어 중심으로 의미를 표현한다. 또한 화자는 휴지와 억양을 사용하여 발음하는데 반해 작가는 구두점과 철자를 통해 의미를 표현한다. 말하기의 경우 보통 계획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쓰기의 경우 시간이 걸리고 계획을 요구한다. 말하기에서 청자는 대화 참여자로서 듣고 반응하는데(고개 끄덕이기, 인상 찌푸리기, 끼어들기, 질문하기 등), 쓰기에서 작가는 글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에 흥미롭고 정확한 글로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밖에도 말은 일상적이고(casual) 반복적인데 반해 글은 격식을 갖추어 논리적으로 전개된다. 언어적 측면에서 화자는 단문을 “and,” “but” 등으로 연결하는데, 작가는 “however,” “who,” “in addition” 등의 연결어를 사용하여 응집력 있는 문장을 표현한다. 말하기에서 “His father runs ten miles everyday and is very healthy,” 표현되지만 글에서는 “His father, who runs ten miles everyday, is very healthy.”라고 표현된다(Raimes, 1983, p. 5).
Hyland(2002)도 언어적 특징 측면에서 말과 글의 차이를 요약하였는데 우선, 말의 경우 대화 순서 교대(turn-taking)가 빈번하며 주저하기, 끼어들기, 자가 수정하기 등이 많이 일어난다. 또한, 말은 철자나 구두점 등의 관행을 따르지 않는 대신 몸짓, 동작이 중요하며 구체적, 단편적, 비형식적, 맥락 의존적 특성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한편, 글은 독백(monologue)이며 종속절과 수동태가 많이 사용되고 문장이 길다. 또한, 논리적 관계를 명시적으로 보여주며 구조적으로 정교, 복잡하며 추상적, 형식적이라고 설명하였다.
한편, Weissberg(2006)는 쓰기와 말하기의 차이를 스타일 측면에서 설명하였는데 [그림 2]와 같다. Weissberg는 Halliday(1985)와 Chafe(1982)를 인용하며 말은 항상 일상적이고 글은 항상 격식이 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음성언어라도 문자언어와 유사한 경우(예: 대외정책 전문가들의 TV 토론)에는 격식을 갖춘 신중한 스타일을 취할 수 있고 문자언어라도 친구에게 보내는 이메일의 경우 일상적인 스타일을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