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모두들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왜 이런 거지? 나만 불행한 걸까?’ 하는 생각에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창피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질투도 났다. 비참한 마음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10년 전, 5년 전 나와 비슷했던 사람들도 어느새 자리를 잡고 짝을 만나 행복을 찾아갔다. 창 너머 보이는 사람들 역시 앞을 향해 나아가는데, 어째서 나는 왜 10년 전 모습 그대로 멈춰버린 걸까.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뭘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과연 정답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 p.052
이 우울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힘을 키워야 한다. 건강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일어나야 한다. 침대와 한 몸이 된 나를 내 의지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 --- p.089
“오늘 충동적으로 과자를 사 왔지만 먹지 않았어, 대단해! 내일 일어나서 점심 먹고 간식으로 먹어야지.” 별거 아닌 ‘오늘의 간식 참기 성공’과 ‘내일 간식 계획’에 행복함을 느낀다. 야식을 참으니 저절로 아침에 배가 고파서 알람 소리에 눈이 떠진다. 더 자고 싶어도 자꾸만 배가 고파 결국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일어나자. 일어나면 어제 참았던 과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 p.105
바쁘게 살고 있는 누군가가 꿈꾸는 이런 여유로운 일상들을 즐겨보고 싶었다. 방구석으로 출근하기 위해 머리도 감고 옷도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고 얼굴에 뭐라도 찍어 바르니,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왠지 약속이 있어서 나갈 준비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한껏 차려입은(?) 내 모습이 나쁘지 않아 하루 종일 집에만 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 어디론가 나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딱히 나갈 일이 없어도 날이 좋으면 에코백 하나 어깨에 걸치고 집 근처를 돌아다니곤 했다. 믿기지 않는 크나큰 발전이었다. --- p.142
10분짜리 영상을 몇 번이나 멈춰가며 물을 마시고 다시 춤을 따라 췄다. 끝까지 하고 나니 ‘와, 마지막까지 춤 동작을 따라 하다니!’라는 생각에 성취감과 개운함이 온몸에 퍼져나갔다. 정신없이 동작을 쫓아가느라 머릿속에 가득 했던 근심, 걱정, 우울함이 없어졌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게 가장 좋았다. 흥이 나서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게 아니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니까 흥이 났다. 몸을 힘들게 움직이는 동안 에너지를 모두 썼는지 신기하게도 잡다한 생각들이 싹 사라졌다. --- p.264
전에는 다른 사람이나 상황을 탓하다가도 스스로를 위하는 일이라 여기며 나 자신을 모질게 채찍질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결과를 최대한 담담히 인정하고 나를 믿고 지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나라도 내 편을 들어주고 싶어서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나를 재단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한다. 지금의 성격과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내 삶을 나 스스로가 먼저 존중해주고 믿어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