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쌀이 귀해 군량이 부족했지만 올해는 쌀값이 내려 농민이 크게 손해 보았지 고관대작은 술과 고기에도 싫증 났지만 이 사람들은 베틀도 초가도 텅 비었네 초 땅 사람들 물고기를 좋아하고 새를 싫어하니 그대 남으로 가는 기러기 그냥 죽이지 마라 또 들려오는구나, 도처에서 아들딸 팔아 아픔을 참아 가며 세금을 낸다는 소리
나라는 망해도 산천은 그대로인가 성에는 봄이라고 초목이 우거졌구나! 시절 느꺼워 꽃에도 눈물이 흐르고 이별 한스러워 새소리에도 마음 놀란다 봉화가 석 달이나 이어지니 집에서 보내온 편지가 만금처럼 귀하다 흰머리 긁으니 더욱 짧아져 정녕 비녀를 이기지 못할 듯
파릇파릇 높이 자란 느티나무 잎새 뜯어서 부엌으로 가져가고 가까운 시장에서 새로 빻은 밀가루에 이파리를 으깨어 버무린다 솥에 넣어 너무 삶으면 차려 놓아 향기 사라질까 걱정되지만 젓가락이 비칠 듯 새파란 국수 향기로운 밥에 갈대 순을 더한 듯 이에 닿으면 눈보다 시원하니 남에게 권할 때 이 보배를 준다네
만리교 서쪽에 초가집 하나 백화담 물결은 바로 창랑의 물결이라네 바람을 머금은 푸른 대는 하늘거리고 비에 젖은 붉은 연꽃 은은한 향기 풍겨 와 출세한 친구들은 소식이 끊기고 아이들은 노상 굶어 낯빛이 핼쑥하다 늙어 죽을 이참에도 멋대로 호기만 부리는 나 혼자서 웃는다. 미친놈이 늙을수록 더 미쳐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