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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는 당신

추억으로 가는 당신

: 한국가요 100년,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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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32g | 144*215*20mm
ISBN13 9791165341060
ISBN10 116534106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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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기 전부터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노래가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 채 따라 불렀지요.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을 ‘가수’라는 수식어를 이름 앞에 붙인 채 살게 되었습니다. 지난 35년간 과분하리만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옛 노래들이 언제부터인가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연분홍 치마’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떠올리고 ‘남쪽 나라 내 고향’은 어디쯤일까 궁금해지고 허리춤에 달아주는 ‘도토리묵’은 어떤 맛일까 생각하게 되었지요. ‘이제야 그 노래들을 제대로 불러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한 곡 한 곡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

저와 여러분의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노래들, 여전히 우리를 울리는 그 많은 사연을 기록하다 보니 어느새 책 한 권으로 담을 만큼의 분량이 되었어요. 이 기록이 다음 세대에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소중한 우리의 옛 노래들, 그 노랫말에 얽힌 추억과 사연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습니다. 새로운 일에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여러분들과 이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은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주현미’의 노래가 아니라 ‘여러분’의 노래가 되어 함께 감상하고 따라 부르며 그 사연들을 되짚어보았으면 합니다.
---「프롤로그」중에서

얼마 후 남대문시장을 지나던 중 우연히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와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들어보니 제 목소리가 리어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장사하던 아저씨는 요즘 유행하는 노래라며 저한테도 사서 들어보라고 하셨지요. 제가 부른 노래라고 설명해주자 못 믿겠다는 말에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디지털 레코딩이 보편화돼서 이메일로 녹음 자료를 주고받는 세상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테이프에 녹음을 하고, 그것을 잘라서 편집하는 방식으로 앨범을 제작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녹음할 당시에는 저 혼자서 노래했는데 ‘쌍쌍파티’ 음반에서는 남자와 듀엣으로 노래가 나오고 있었어요. 알고 보니 제가 녹음한 뒤에 작곡가 겸 가수였던 김준규 씨가 남자 부분을 불렀고, 당시 오아시스레코드의 연예부장이었던 박성규 선생님이 직접 테이프를 잘라 붙여서 듀엣으로 된 앨범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

그렇게 1984년 말 ‘쌍쌍파티’가 큰 인기를 끌게 되고 오아시스 레코드로부터 신곡 취입을 제안받았습니다. 이듬해 3월에 ‘비 내리는 영동교’가 실린 첫 정규앨범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인 가수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지요. 이때만 해도 얼마 안 가서 가수 주현미는 잊혀질 테니 약국 일을 놓지 않고 병행할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예상 외로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에 3월에 앨범을 발표하고 그해 9월에 학교 후배에게 약국을 넘겨주고 전업 가수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중에서

노래 ‘님’의 이야기는 작사가인 차경철 선생님의 경험담입니다. 선생님의 고향은 경상남도 울주입니다. 소꿉친구인 윤희와 함께 국민학교를 다니며 풋풋한 사랑을 키웠어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떨어지게 된 두 사람은 방학 때마다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집안에서 혼사를 결정하는 일이 자연스러웠기에 차경철 선생님의 할아버지는 일찍부터 친구의 손녀를 손자와 혼인시키기로 점찍어두고 있었다고 해요. 두 사람은 괴로워하며 동반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합니다. 차경철 선생님은 슬픈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도망칠 방법을 찾다 가 결국 자원입대합니다. 입영열차에 오르기 전날 밤, 윤희에 대한 그리움을 적어내려가고 그렇게 ‘님’의 가사가 탄생했습니다. 이 가사를 부산에 있는 도미도레코드에 보내놓고 입대하지요.

도미도레코드의 사장인 한복남 선생님은 그 노랫말에 멜로디를 입히고 박재란 선생님의 노래로 음반을 취입합니다. 박재란 선생님은 당시 ‘꾀꼬리 가수’, ‘삼천만의 연인’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1960년대 우리 가요의 격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분입니다. 가창력과 미모에다가 뛰어난 곡이라는 삼박자가 모두 갖추어지자 ‘님’은 그야말로 대히트하게 됩니다. (…) 상병 계급장을 달고 있던 차경철 선생님은 보초 근무를 서며 벽에 걸린 스피커를 통해 자신의 노래 ‘님’을 듣게 됩니다. 얼마나 슬프고 애달팠을까요. 노래에 담긴 이 동화 같은 사연은 진심을 담은 노래였기에 우리의 심금을 더욱 울립니다.
---「목숨보다 더 귀한 사랑이건만」중에서

‘불효자는 웁니다’를 다시 부른다고 하니 참 많은 분이 좋아하셨습니다. 어떤 분은 5세에 어머니를 잃고 지금 중년의 나이가 되었는데 흐릿하게 기억나는 어머니의 얼굴이 이 노래만 들으면 더욱 사무치게 그립다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효도하겠다고 돈을 끌어 모아 가게를 차렸는데 결국 빈털터리가 되어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다고 고백했어요. 이 노래만 들으면 부모님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해진다고요.

광복 이전에 ‘어머님’이란 단어가 들어간 노래는 몇 곡 되지 않았음에도 1940년에 발표된 진방남(반야월 선생님의 예명 중 하나) 선생님의 ‘불효자는 웁니다’는 세월이 흘러도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애달픈 사모곡(思母曲)으로 남았습니다. 실제로 진방남 선생님의 초기 녹음 레코드를 들어보면 슬픔이 섞인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데요. 녹음하러 일본에 갔던 선생님은 그곳에서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습니다. 스튜디오 밖으로 나와 펑펑 울던 선생님은 녹음을 중단하고, 그다 음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녹음을 마쳤다고 해요. (…)

3절에서 “이국에 우는 자식 내 몰라라 가셨나요.”는 원래 작사 되었을 때에는 “청산의 진흙으로 변하신 어머니여.”였다고 합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 어머니의 타계 소식을 들은 진방남 선생 님은 그 자리에서 가사를 바꿔 불렀습니다. 고향을 떠나는 아들을 배웅하기 위해 마산역에서 손을 흔들어주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열창했을 선생님의 마음이 애절하게 전해집니다.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중에서

저는 데뷔하고 나서 1년 365일 중 현충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노래했어요. 수도꼭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였는데, TV에 채널을 돌릴 때마다 다 나와서 그런 별명을 얻었지요. 정신없이 바삐 살다가 문득 엄마의 사랑을 못 느끼고 자라는 제 아이들을 보면서 큰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결국 1993년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을 이사하고 휴식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10년의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청계산 자락에서 꽃을 키우고 나물을 캐며 겨울이면 아이들과 눈싸움을 했습니다. 그 시절이 제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로 기억됩니다. 그 행복한 시간 은 지금까지 저를 지치지 않고 노래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여러분들은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언제였나요? 그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나요? 저는 아이들과 행복했던 그때를 떠올리며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자동차 소리, 전기 소리 같은 생활 소음 대신 벌레 우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꿈꿔요. 가끔은 어떤 소음도 없는 곳을 찾아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요.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삶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나요? 이 노래를 부르며 가사 속에 담긴 삶의 향기와 여유를 느껴보세요. 노래와 노랫말을 감상하면서 우리 모두 잠시나마 작은 위안을 얻기를 바랍니다.
---「삶이 힘들 때 잠시 쉬어가세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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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5년을 지나고 있는 ‘KBS 가요무대’의 역사는 주현미라는 가수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1985년 3월 ‘비 내리는 영동교’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잊혀져가던 우리 전통가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주현미, 같은 해 11월 4일 ‘KBS 가요무대’의 첫 막을 올리게 되었고, 그때로부터 긴 시간 동안 주현미는 ‘가요무대 최다 출연자’로서 나와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언젠가 대기실에서 그녀를 만나 우리의 옛 노래들을 지키고 복원하겠노라는 야심찬 계획을 들은 후, 어느덧 100여 곡에 달하는 노래와 그 곡에 담긴 이야기들을 엮어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주현미의 노래와 그녀가 전하는 노래 속 이야기들이 많은 분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주기를 바란다.
- 김동건 (‘KBS 가요무대’ 진행자)

주현미는 참 바쁘다. 트로트 쪽만 해도 충분히 바쁜 것 같은데 어느 날 갑자기 무슨 힙합 가수―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와 앨범을 내더니 또 그냥 들어서는 주현미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능청스럽게 발라드 곡을 멋지게 불렀다. ‘가을과 겨울 사이’, 나는 주현미의 노래 중 이 곡을 제일 좋아한다. 그러더니 내 앨범 작업에도 흔쾌히 참여해줬다. 정말 바쁘다. 내가 걱정할 건 아니지만 남편이나 애들이 밥이나 제대로 얻어먹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또 책까지 낸단다. 무슨 책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궁금하다.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은 대체로 겁이 없다. 그런데 처음에 날 봤을 때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순 거짓말이다.
- 최백호 (가수)

‘KBS 가요무대’를 제작할 때 항상 고민하는 순간이 있다. 어떤 노래를 들려줄 것인지,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를 가수로 누구를 섭외 할 것인지. 이런 고민의 순간에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가수는 그리 흔하지 않다. 주현미는 망설임이 필요 없는, 그런 드문 가수 중 한 명이다. 그녀의 능력은 뛰어난 가창력에 그치지 않고 그 노래가 지닌 사연과 정서까지도 듣는 이에게 전해준다는 점에서 더 빛이 난다. 누구보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이면서 깊은 감동도 주는 가수다.

2019년 7월 15일 여름 특집으로 준비한 ‘KBS 가요무대’에서 주현미가 고(故) 이난영 선생의 ‘해조곡’을 불렀다. ‘가요무대’에서 주현미의 얼굴을 만나는 것이야 익숙한 일이지만, 유튜브 채널 ‘주현미TV’의 형식을 옮겨와 오케스트라 대신 두 명의 반주자와 함께 노래하는 형식으로 제작했는데, 그날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해조곡’을 듣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주현미TV’를 둘러보면 그 많은 우리의 전통가요들을 직접 불러온 그녀의 꾸준함에 감탄하게 되지만, 노래의 탄생과 시대적 배경, 뒷이야기에 더 관심이 가고 흥미를 느끼게 된다. 주현미의 노래를 더욱 특별하게 해주는 힘은 바로 노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주현미의 노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된다고 들었을 때 그리 놀랍지 않았다. 잊혀져가는 우리의 전통가요들을 온전히 보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그녀의 노력이 얼마나 깊은지 잘 알기 때문이다. 최근 불어온 소위 ‘트로트 붐’의 과실만을 노리며 몰려드는 사람들과는 달리,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을 조용히 묵묵하게 해내고 있는 가수 주현미의 진심이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 김영식 (‘KBS 가요무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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