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마고야가 중소기업의 성공 사례로 남기를 바란다. 국가 경제를 든든하게 지탱해 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견실한 중소기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마고야의 경영을 소개하는 이 책이 중소기업 경영자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을 것이다. --- 「시작하며」 중에서
배달량이 늘어나면 할당량이 많아진 배송 기사가 시간에 쫓기게 된다. 그러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제시간에 도시락을 배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고스란히 기존 고객의 피해로 이어지고 대대적인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배송 기사를 늘리면 어떨까? 그러면 인건비가 증가하므로 식자재에 투자하던 자금 비중이 줄어들어 도시락 내용물이 부실해진다. 다마고야가 신규 고객을 유치할 때 현재 도시락 수준과 기존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이유다.
다마고야는 고객을 늘릴 때 신중하게 여러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일단 계약을 맺으면 최고의 도시락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제2장 애자일 시스템을 배송에 적용하다」 중에서
원가율이 높은데 어떻게 수익이 날까? 이 역시 자주 듣는 질문이다. 답은 간단하다. 재료비 이외의 비용을 줄이면 된다. 다마고야는 일회용 용기가 아니라 반복 사용이 가능한 재활용 용기를 쓰거나 반찬을 담는 속도를 타사보다 곱절 이상 높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해 왔다. 낭비를 없앰으로써 발생한 수익을 또다시 품질에 투자해 고객의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 것이다.
만약 외부 기관에서 컨설팅을 받는다면 최대 7만 개 도시락을 생산하기 위해 현재 다마고야가 소유한 공장 부지와 설비, 인력의 세 배가 필요하다는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다마고야는 이러한 상식을 뛰어넘었다. 설비든 인재든 회사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최대한 낭비를 줄인다.’ 이것이 다마고야가 높은 원가율에도 이익을 창출하고 양질의 식자재에 투자해 맛있는 도시락을 만드는 비결이다. --- 「제3장 원 아이템 비즈니스의 경쟁력」 중에서
서비스 부서에는 200여 명의 배송 기사가 소속되어 있다. 배송 경로별로 총 20반이 있으며 반마다 리더 격인 반장이 존재한다. 반장을 중심으로 한 배송 기사들은 자신이 담당한 지역의 배달을 책임진다. 그들은 고객과 두 차례 만나는 과정에서 도시락 배달과 용기를 회수할 뿐만 아니라 영업과 마케팅 업무까지 수행한다.
거래처의 도시락 담당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소통하는 일은 단순한 고객 관리 그 이상이다. 여기서 얻은 정보들이 다음 날 도시락 수요 예측에 유용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도시락 용기를 회수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객과 주고받은 이야기 속에는 내일 회사의 행사 등 도시락 주문과 관련된 정보가 담겨 있다. 또한 배달하면서 자신이 담당한 지역에 새로운 건물이 건설 중이면 어떤 회사가 입점하는지 알아보고, 도시락을 주문할 만한 회사면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배송 기사가 기존 고객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을 개척하는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 「제6장 인재 경영의 두 가지 원칙」 중에서
은행에서 일하면서 얻은 두 번째 수확은 좋은 회사의 기준이 생겼다는 점이다. 회사의 좋고 나쁨은 규모에 비례하지 않는다. 직원과 고객을 만족시키고 건전한 경영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요컨대 ‘산포요시’를 실현하는 회사야말로 좋은 회사임을 은행 3년 차에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규모는 작아도 직원이 즐겁게 일하고 고객을 기쁘게 하고 사회의 발전에도 보탬이 되는 회사, 그것이 좋은 회사다. 다마고야의 결산서를 처음 봤을 때 경영자 가족이 아닌 은행원의 입장에서 인정했다. 다마고야는 좋은 회사다. --- 「제8장 사장이 된다는 것」 중에서
0에서 1을 만드는 데 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1에서 10으로 늘리는 데 능한 사람이 있다. 0에서 1을 만드는 사람은 1에서 10으로 늘리는 건 서툴지도 모른다. 이런 타입은 10으로 늘려가는 데 금세 흥미를 잃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다시 0에서 1을 만들고 싶어 한다. 날마다 창업을 꿈꾸며 머릿속에 아이템이 무궁무진한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1에서 10으로 늘리는 건 잘해도 0에서 1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서툰 사람도 있다. 스타트업보다 완성된 조직을 크게 키우는 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이런 부류다. --- 「제9장 작은 기업에서 리더 교체가 의미하는 것」 중에서
나는 기업의 이상적인 모델이 이탈리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는 신기한 나라다. 국가 재정이 파탄에 몰려 있음에도 지방 도시와 그 지방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번창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탈리아에는 직원 15명 이하 중소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직원이 15명을 넘으면 세금이 현격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소규모 중소기업들이 도시마다 밀집해서 수평적인 분업 시스템을 통해 개성 넘치는 제품으로 국가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섬유, 가죽, 가구 등 전통적인 공산품부터 와인이나 치즈, 햄 등의 식품과 기계나 전자 등의 하이테크 제품까지, 뛰어난 디자인과 품질이 합쳐져 ‘메이드 인 이탈리아’는 그 자체로 강력한 브랜드나 다름없다. 이탈리아 중소기업을 통해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규모를 키워 세계에 진출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오직 이탈리아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지역의 희소성을 내세워 높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다마고야의 기업 철학은 무척 흥미로웠다. 기업의 자기효율성을 높이고, 고객 중심 사고로 시스템을 개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세 가지를 현실에서 균형 있게 달성하는 건 극히 드문 경우다. 기업의 경영자나 리더라면 다마고야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다마고야의 사례연구를 스탠퍼드 MBA 및 최고경영자 과정 수업에 활용하기 시작한 이유다.
이 책은 다마고야라는 사례를 통해 사업의 핵심 철학을 확고히 함으로써 원 아이템으로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 책을 사례연구로 삼아 스탠퍼드 MBA에서 다시 강의하고 싶을 정도다. 다마고야의 이야기가 스탠퍼드 학생들에게 좋은 사례가 되었듯이 독자에게도 자산의 규모와 관계없이 사업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인사이트를 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