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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류민해 저 / 이크종 그림 | 한권의책 | 2013년 07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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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30g | 130*210*20mm
ISBN13 9791185237008
ISBN10 1185237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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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다니느냐’고 하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듣기 불쾌하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면박을 주면, 모르니까 물어보는 것 아니냐고, 잘 아는 당신이 처리하면 서로 힘 빼지 않고 얼마나 좋냐고 말했어야 했다. 뉴스 좀 보라고 타박하면 아이들하고 생활하느라 뉴스 볼 여유가 없는 게 그러게 타박할 일이냐고 따졌어야 했다. 스스로 자기비하의 덫에 빠져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니. 사실은 그게 나를 가장 슬프게 했는지도 모른다. 남편의 짜증 한마디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흔들리는 여자가 되었다는 게.
(중략) ‘아내가 된다는 것은 명예의 배지를 다는 일이 아니지만, 불행의 배지를 다는 일도 아니’라고 『아내의 역사』에서는 말한다. 명예의 배지가 아니더라도 불행의 배지를 달고 싶지는 않기에 나는 나 자신으로 살기로 했다. 살림도 못하고 요리는 더 못 하고 아이들한테 부족한 엄마, 아내로서도 완벽하지 않지만 그렇지만 나는 불량한 주부, 위험한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불시에 남편을 역습하기로 했다. ---「불량주부의 역습」 중에서

나는 가끔 놀란다. 내가 바뀌었다는 걸 내가 알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바뀌었다.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약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않고 바람처럼 떠돌 거라고 호기롭게 말하던 나는, 이제 아이가 30분만 보이지 않아도 지옥으로 떨어지는 사람이 되었다. 강자 앞에서 눈치 보는 사람이 되었고, 가진 것을 뺏기기 싫어하는 인간이 되었다.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을 사서 걱정하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라는 이름의 희생이나 거대한 모성이 학습의 산물이라고 욕하면서도 가끔은 (아주 가끔이지만) 절절하게 모성적인 인간이 되었다. ---「육아잔혹사」 중에서

내가 보기에 세상의 남자는 두 부류다. 무엇이든 말하고 싶어지는 남자와 어떤 것도 말하고 싶지 않아지는 남자. 가끔 이 두 부류가 시차를 두고 한 남자에게서 나타나기도 한다. 바로 ‘남편’이라는 종족이다.
---「결혼의 목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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