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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죽음 (큰글자도서)

인간의 모든 죽음 (큰글자도서)

: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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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190*266*30mm
ISBN13 9791190893220
ISBN10 119089322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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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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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진단서는 의사가 의학적 인과관계에 따라 정확하게 작성해야 하지만, 치료 중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에서 급박한 증상과 징후를 보여 사망하거나 환자가 응급실로 갑자기 이송되어 검사를 받기 전에 사망한 경우, 또 이미 사망한 상태로 병원에 왔다면 사망 원인과 종류의 판단이 매우 곤란하다. 이런 경우에는 ‘불상(不詳, undetermined)’ 또는 ‘알 수 없음’으로 기록해야 한다. 의사가 사망 원인을 불상으로 기재하면 사망신고와 매장 또는 화장 등의 장례 절차를 진행할 수 없고, 변사자로 신고해 수사기관의 수사를 거쳐야 한다.
가족이 질병으로 기재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수사기관의 설명에만 의존해서 객관적 근거가 없는데도 의사가 사망 원인과 종류를 자의적으로 추정한다면 범죄가 은폐될 수 있다. 일단 병사로 기재된 사망진단서가 발급되고 나면 유족이 마음대로 시신을 처리할 수 있기에, 이러한 허점을 악용해 4년간 가족 세 명에게 제초제를 몰래 먹이고 병사로 위장한 사건이나, 쉼터 여성을 유인하여 살해한 뒤 병사로 기재된 시체검안서를 받아 즉시 화장하고 보험금을 편취한 사건 등 적지 않은 나쁜 사례가 있었다.
--- pp.63~64, 「사망진단서」 중에서

세계보건기구는 사망진단서에 기록되는 사망 원인으로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심부전(심장기능상실) 등과 같이 사망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상을 적지 말도록 권유했다. 이는 사망의 기전(mechanism)에 해당하는 것으로, ‘숨이 멈추는 것’이나 ‘심장이 정지하는 것’은 죽는 과정에서 항상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실혈사’도 마찬가지다. 출혈을 많이 해서 죽었다는 것인데, 그게 아니라 출혈 원인을 사망 원인으로 기록해야 한다. 복부를 칼에 찔려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면 사인은 복부자창이 되고, 대동맥류가 터져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면 사망 원인은 대동맥류파열이 된다. 사망 원인은 ‘왜 죽었느냐?’에 대한 대답이어야 하기에 노화도 사망 원인에서 배제된다. 노화는 거의 모든 종류의 질환을 초래하는 근본 요인이기 때문에 노화로 초래되는 특정 질병을 기록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고령의 노인이 갑자기 사망했을 때 사망 원인을 노쇠라고 기록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많지만, 원칙적으로 의사는 과거 병력을 면밀하게 확인하고 또 손상은 없는지 검안을 실시한 후 적절한 사망 원인을 기록해야 한다.
--- pp.65~66, 「사망 원인」 중에서

고독사에 대한 통계 데이터를 얻는 방법으로 경찰청에서 작성하는 변사보고서를 활용할 수도 있다. (…) 변사보고서에는 신고자, 발견자, 변사자의 기본 정보, 현장 상황(침범 흔적 여부), 시체 상황(범행 도구 여부), 변사 종류(자살, 타살, 과실사, 재해사, 자연사, 불상) 등이 기록된다. 2013년 《국제신문》은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 부산경찰청에서 작성한 변사보고서 1011건 중 고독사로 추정되는 108건을 분석해서 발표했다. 고독사 108명 중 70명(65%)은 집에서 사망했고, 15명(14%)은 모텔이나 여관에서 장기 투숙하다가 사망했다. 고독사의 최초 발견자는 월세나 숙박료를 받으러 간 집주인과 여관업주가 42명(39%)으로 가장 많았고, 사망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삼자가 발견한 죽음도 26명(24%)이었다. 가족이나 친지가 발견한 사례는 12명(11%)에 불과했는데, 이마저도 경찰이나 이웃의 연락을 받고 뒤늦게 찾은 경우가 많았다. 주민센터 직원이 사망자의 가족이나 친지에게 연락하면 가장 많은 답변은 “누구요? 그런 사람 모르니까 연락하지 마세요” 혹은 “얼굴 본 지 몇십 년 지난 사람이에요. 알아서 처리해주세요”였다. 고독사의 원인 중 73명(68%)은 자살이었고, 질병으로 인한 죽음은 22명(20%)이었으며, 시신의 심한 부패로 신원 파악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사망자가 죽기까지 혼자 산 기간은 평균 9년이었으며, 혼자 살게 된 이유는 이혼이 37명으로 가장 많았다.
--- pp.79~80, 「고독사」 중에서

중세 유럽에서 자살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로 간주됐다. 악마에게 유혹된 자들이 신의 저주를 받아 지옥에 떨어져 더 이상 신의 자비와 구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절망에 빠져서 자살에 이르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살자에게는 가혹한 벌이 가해졌는데, 자살자의 재산은 전부 몰수됐고 사체는 교수대에서 교수형에 처해지거나 불에 태워졌다. 르네상스 시기에도 자살자의 사체에는 사탄이 들어앉아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부활을 저지하기 위해 사체에 말뚝을 박아 넣기도 했다. (…) 19세기에는 자살에 대한 찬반 논란보다 자살이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논의를 본격화한 사람은 사회학자 뒤르켐(E. Durkheim)이다. 그는 《자살론》(1897)에서 2만 6000건에 달하는 유럽 각국의 자살 통계 자료를 토대로 자살의 원인을 밝히고 유형을 나누었다. 자살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분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 pp.176~177, 「자살의 역사」 중에서

자살 성공률은 ‘자살 생각이 얼마만큼 실제 자살 시도로 이루어지느냐’ 혹은 ‘자살의 이유가 뭐냐’보다는 자살 방법과 연관이 있다. 총기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 치사율은 85%, 목을 매는 교수(絞首)는 69%, 추락 31%, 음독 2%, 창상(創傷, wound) 또는 자상(cutting)은 1%다. 성별 자살 치사율은 남성은 23%, 여성은 7%다. 남성은 성공률이 높은 방법을 이용하고, 여성은 덜 치명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에서 자살 방법은 2016년 통계에 따르면 교수가 52%, 중독사 25%, 추락 15%, 익사 4%, 기타 총화기, 분신, 둔기, 예기, 자동차, 기차 등이 있었다.
목을 매다는 교수는 매우 치명적인 자살 수단으로 남녀 모두에게서 빈번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선진국의 자살 방법별 점유율과 사망률에서 교수에 의한 자살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료를 보면 교수가 2003년 38%였던 것이 2011년 52%로 증가했다. 교수가 자살 수단으로 흔히 이용되는 것은 죽음이 확실하면서 빠르고 고통이 적다는 점과, 신체를 훼손하지 않고 타인에게 참혹한 이미지를 남기지 않는 깨끗한 수단으로 인식된다는 점, 전문 기술이나 사전 계획이 필요치 않은 단순한 방법이어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 때문이다.
--- pp.183~184, 「자살 방법」 중에서

살인범죄의 동기는 도구적(instrumental) 동기와 표현적(expressive) 동기로 구분할 수 있다. 도구적 동기는 돈을 얻기 위한 살인강도 사건이나 보험금을 노린 살인 또는 강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살인사건 등에서 볼 수 있고, 표현적 동기는 화·분노·욕구불만 등으로 유발되는 살인사건에서 볼 수 있다. 피해자가 행한 모욕이나 무시 등으로 인해 화가 나서, 혹은 학대를 받아 공포에 휩싸여서 저지르는 살인사건이 바로 표현적 동기에 의한 것이다. 미국의 살인사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살인사건의 20%는 도구적 동기에 의한 살인이고, 표현적 동기에 의한 살인이 80%를 차지한다.
--- p.195, 「살인의 동기」 중에서

사람으로서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기는 모체에서 분리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규정되는데, 민법과 형법이 다르다. 민법에서는 태아 전신이 모체 밖으로 나왔을 때를 기점으로 재산상속권과 같은 권리 능력을 갖는 생명의 시작으로 여긴다. 반면 낙태와 영아 살해를 구별해야 하는 형법에서는, 분만 이전 이루어진 행위에 대해서는 낙태죄로 처벌하고,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경우에는 영아살해죄를 적용한다. ‘분만 중’이란 분만 진통이 시작된 후부터 분만이 완료된 시점까지다. 즉 분만 진통이 시작되는 시점에 태아에서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 시점은 태아가 태반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을 말한다.
--- p.213, 「영아 살해」 중에서

아이는 죽음을 항상 생각하게 하는 환경에서 살아가는데도 실제 죽음과 관련된 일에서는 배제된다. 장례식장에서도 아이는 볼 수가 없다. 정신적 충격을 줄 수도 있는 현장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그들을 죽음에서 떨어뜨려놓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데, 가족이 죽었을 때 아이에게 죽음을 알리지 않고 멀리 여행을 갔다고 거짓말하는 것은 오히려 해롭다. 거짓말을 하면 나중에 상처를 주게 되고 종종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엄마는 하늘나라에 가셨단다. 이제 밤하늘에서 영원히 빛나는 작고 예쁜 별이 되셨어”라는 거짓말은 아이가 엄마를 찾아서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다가 불면증으로 고통받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아이는 아빠가 떠났다고 말했기 때문에 아빠가 다시 오기를 온종일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 p.229, 「죽음 개념의 발달」 중에서

세월호 재난으로 친구를 잃은 청소년의 외상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신체, 정서, 인지기능, 학업 수행, 대인관계 등에서 광범위한 영향이 나타났다. 감내하기 어려운 심적 고통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복통과 소화불량을 호소하고 식사를 하지 못해 체중이 감소했다. 불면증은 흔했고,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환시와 환청 등 죽은 친구들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있었다. (…) 청소년은 일상생활 중에 수시로 희생자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내가 어떻게 웃을 수 있나’라고 생각하면서 웃을 수도 없고, ‘친구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죽었는데 내가 어떻게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웃고 떠드나’라고 생각했으며, 잠을 잘 때도 ‘내가 어떻게 편히 잘 수 있나’라는 자책감을 느꼈다. (…) 세월이 지나 ‘희생자가 잊히는 것’에도 죄책감을 느꼈다. (…) 연예인 지망생이었던 한 학생은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친구도 아주 많았는데, 자기가 알았던 친구 200명 이상이 죽었다며, “내가 친구들을 다 잃었는데 어떻게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연예인을 하겠나”라며 자퇴를 했다. 비행과 가출과 자살 시도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 pp.240~242, 「청소년의 사별 경험」 중에서

호스피스는 단순한 사회봉사 활동이나 간병 혹은 간호와 다르다. 이는 의료와 사회복지, 종교와 철학 영역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으로, 임종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장소인 동시에 그러한 정신을 나타낸다. 호스피스 정신은 말기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인간의 존엄성을 마지막까지 지켜주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아직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고도로 기술화된 병원 환경에서 실행되는 완화의료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좀 더 안락하게 지낼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을 넘어, 웰다잉이라는 현대적 기술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죽음은 더 이상 의학의 실패가 아니며, 이제 의료인은 환자의 주관성과 감정을 인정하는 의료 윤리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환자가 자기 자신의 죽음에 적응하는 것을 돕고,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완화의학은 단지 연민의 가치를 중시하는 배려의 의학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완화의학은 의료인과 죽음을 앞둔 환자 사이에 맺어지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휴머니티를 만들 것이다.
--- pp.290~291, 「호스피스」 중에서

죽음이 임박한 사람은 잠자는 시간이 늘어나고 말이 없어지며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도 약해진다. 환자가 잠을 많이 자더라도 깨우지 않는 것이 좋다. 임종에 이르면 의식이 오락가락한다. 어떤 때는 사람을 알아보다가도 어떤 때는 몰라보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문병을 온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제가 누군지 아세요?”라고 묻는 것이다. 환자가 질문을 알아들을 수 있는 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질문하는 사람은 처음 하는 것이지만 환자는 새로운 사람이 올 때마다 받는 질문이기 때문에 짜증이 나고 지친다. 이런 질문 대신 자기가 먼저 누구라고 밝히는 게 좋다. “아버님! 저 둘째 며느리 ○○예요”라고 말이다.
임종이 가까워지면 시간감각도 변한다. 잠깐 나가 있었을 뿐인데도 “당신! 하루 종일 나를 혼자 내버려두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하고 소리치는 것이다. 임종을 앞둔 환자가 느끼는 시간감각은 간병인의 시간감각과 다르다. 단 1분간의 기다림도 엄청난 상실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간병인에게는 임종 직전의 환자를 돌보는 일이 갓난아기를 돌보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또 환자와 논리적 대화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간병인은 환자가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대신, 환자의 손을 만지면서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와 같은 말을 해주는 것이 좋다. 환자의 의식이 왔다 갔다 하거나 혹은 아예 의식불명 상태일지라도 듣고 느낄 수는 있기 때문이다.
--- pp.317~318, 「임종 과정」 중에서

미국인 샤이보(T. Schiavo)는 15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살다가 법원의 판결로 2005년 어느 날 영양 공급 튜브를 제거하고 13일 뒤에 사망했다. 그녀는 과체중을 비관해 거식증을 앓던 중 1990년 다이어트 부작용인 전해질불균형에 따른 심장마비로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됐다. 이후 남편은 8년간 그녀를 돌보다가 1998년, 그녀가 사고 전에 “인공적 방법으로 살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했다며 법원에 음식 공급 튜브를 제거해달라고 청원했다. 샤이보의 부모는 튜브 제거에 반대했으나, 2004년 9월 미국 법원은 샤이보가 장기 식물인간 상태에 있으며 살아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샤이보의 남편과 부모 사이에 7년 동안 계속된 소송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안락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 치료를 중단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김 할머니’라고 알려진 70세의 폐암 의심 환자가 진단을 위해 세브란스병원에서 기관지 내시경검사를 하던 중 갑자기 기관지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호흡이 막히면서 심정지가 왔고, 소생 과정에서 뇌손상을 입었다. 환자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게 됐는데, 의료진은 뇌사 상태는 아니며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로 판정했다. 이에 환자의 보호자인 딸과 사위는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했는데, 담당 의사는 환자가 뇌사 상태가 아니기에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진입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호자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래서 김 할머니의 가족은 인공호흡기 제거를 법원에 청구했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가 제거됐다.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가 제거된 후 201일 만에 사망했다.
대법원은 판단을 내리기 전에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김 할머니가 의식이 회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식물인간 상태지만 뇌기능 대부분을 상실했을 경우 뇌사에 가까운 상태로 판정한 경우가 많았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시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최종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예상과 달리 김 할머니가 금방 사망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호흡을 하면서 생명을 이어 나가자 병원, 가족, 법원은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고, 대법원의 판결에 오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 pp.337~338, 「식물인간」 중에서

일부 국가에서 안락사가 합법화된 것은 최근이다. 2001년 네덜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합법화됐고, 이후 벨기에, 스웨덴, 룩셈부르크, 스위스, 콜롬비아, 캐나다 퀘벡주, 미국 오리건주·워싱턴주·몬태나주·버몬트주·캘리포니아주 등에서 합법화됐다. 이들 나라 중 스위스만이 외국인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하기 때문에 안락사를 원하는 많은 이들이 스위스로 간다. 스위스에는 안락사가 가능한 병원이 네 곳 있는데, 디그니타스병원만이 외국인을 받는다. 이 병원에서 시행하는 안락사 방법은 마취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 이 약은 중추신경계를 억제하여 3~5분 이내에 잠이 들게 되고, 점차 의식이 없어지고 숨 쉬는 것도 약해져서 30~40분 정도 지나면 사망에 이른다. 1998년 설립된 이 병원에서 2014년까지 안락사한 사람은 1905명이었다. 같은 기간에 안락사를 신청한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96개국 7764명이었는데, 이 중 한국인은 18명이었다.
--- pp.341~342, 「안락사」 중에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란 재해 지역이나 전쟁터 등 인간의 죽음이나 슬픔이 어린 곳을 방문하는 관광을 말하는데, 서구에서는 이미 중세부터 있었던 관광 형태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이를 다크 투어리즘 혹은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으로 개념화해 연구하고 있는데, (…) 독일의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는 거제도 포로수용소, 서대문형무소, 5·18묘지 등이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는 다크 투어리즘을 전국 단위로 추진하고 있으며, 제1·2차 세계대전과 연관된 장소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관광산업 발전을 꾀하고 있다. (…) 누군가의 죽음을 이미지로 만들고 형상화한 다크 투어리즘은 죽음이라는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방문객으로 하여금 죽음을 성찰할 수 있게 한다.
--- p.459, 「죽음 관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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