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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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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100 1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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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50쪽 | 145*210*20mm
ISBN13 9791187970071
ISBN10 118797007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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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내세울 것 없는 무명의 삶일지라도 작은 삶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면 이야기 보따리가 큰 산을 이룰지니, 이 책을 읽고 누군가는 가족과의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고, 한편 가족의 부재로 쓸쓸하거나 고독한 사람은 혼자서도 씩씩하게 삶을 개척해온 우리 엄마의 인생 이야기에 응원받고 용기를 얻길 바란다. --- p.13

막내딸: 그럼 맨 처음 양지를 데쳐서 버릴 때는 몇 분 정도 끓여야 해? 엄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일동 웃음) 막내딸: 내 이럴 줄 알았어. 다 느낌적인 느낌의 레시피야. --- p.98

다섯 개씩 하면 제사상이 오방색이에요. 모아둔 음식들은 색깔도 예뻤는데, 화려하지 않고 검소한 느낌의 제사상이었어요. 제사 사진을 많이 남겨 놓지 못해 아쉬워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면 나중에 남아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 p.101

내가 기억하는 한 엄마는 새로운 취미와 놀 거리, 여행으로 삶을 가득 채우며 스스로 재밋거리를 찾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놀아온 사람이다. 남의 시선이나 사회의 잣대에 자신의 행동범주를 한계 짓지 않는, ‘남이 뭐라든’ 정신을 몸소 실천하면서도 동시에 항상 다양한 ‘남’에게 곁을 내주었다. --- p.111

여전히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거나 사들이며, 지침 없이 새로운 꿈을 꾸고, 거실 한구석에 꿈에서 본 광경을 유화로 그린 캔버스를 쌓아나가고, 여행에서 가져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며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과 이야기를 증식해 나가는 맥시멀리스트인 이수산나호순 여사. 엄마를 보며 자라서인지 자연스럽게 내가 처음 만든 예술 공간의 이름도 ‘팩토리’라 짓고, 나 역시 그 안을 다양한 행위와 이야기로 채우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 p.113

돌아보면 엄마가 얼마나 많은 곳을 여행했는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겠다. 체면이고 품위고 다 창 밖으로 던져버리고, 그저 기회가 될 때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기는 엄마의 용기와 에너지가 마냥 부럽고 존경스러운 것이다. --- p.116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남몰래 주변을 관찰하기를 즐기며, 새로운 것에 한 발을 내딛기 어려워 쭈뼛거리는 겁 많은 곱슬머리와 들창코를 가진 아이였던 나에게 ‘용기를 가지고, 남의 시선 신경 쓰지 말고’를 만트라처럼 들려준 것은 다름 아닌 엄마였다. --- p.118 다시 돌아봐도 엄마에게 가장 감사하는 것은 엄마가 내게 해준 맛난 음식, 좋은 옷, 좋은 교육, 다양한 경험 같은 여러 혜택보다도, 인생의 매 순간 나이 따위 의식하지 않고 최대한 즐겁게 산 엄마 자신의 삶 그 자체이다. --- p.119

내가 나이 들어 할머니가 될 기회가 생긴다면, 나도 손녀 손자에게 우리 할머니 이수산나호순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요리를 잘하는 건 물론, 창작요리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치고,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려 노력하고, 가족이 편하게 놀러 갈 수 있는 좋은 에너지로 집을 가득 채우고, 중2 손자와 베프처럼 매일 연락하며 농담과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고, 권위적인 태도로 가르치려거나 편견과 세상의 잣대로 편을 가르고 속단하지 않는 그런 할머니.
--- p.142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부모 앞에서 나는 늘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하고 싶은 것이 명확했는데, 엄마와 아빠는 늘 내게 다른 걸 하라고 말했다. 그게 싫어서 일부러 엄마와 아빠가 원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나는 늘 불안했지만, 불안한 감정이야말로 삶의 미덕이라고 여겼다.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한 건 서른 중반에 접어든 시점으로, 함께 유럽의 도시를 여행한 이후다. 생각해보면 어릴 땐 나는 늘 엄마와 아빠 뒤에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내 손을 꼭 잡았고, 함께 어디든 갔다. 그런데 그 기억이 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프라하와 부다페스트, 바르셀로나와 리스본을 함께 여행할 땐 내가 엄마와 아빠 앞에 섰고, 이번엔 내가 엄마 아빠의 손을 꼭 잡았다. 비로소 알게 됐다. 엄마와 아빠가 왜 그렇게 나를 좀 더 안정적인 삶으로 이끌려고 했는지.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선 그렇게 하면 안 돼요. 한국이 아니라고요!” 나는 그렇게 또 부모에게 목청을 높였지만, 사실 그 순간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었다.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는 저자 홍보라가 엄마의 필살기인 맛있는 음식을 하나씩 소환해 정리한 글이다. 이야기의 중심엔 이수산나호순의 입말 레시피가 있고, 음식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있다. ‘내용의 일관성 따위 한강에 던져 버리고’ 책의 서문에 저자가 쓴 문구다. 이 글귀를 읽는 순간 이 책에선 어쩌면 레시피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가 아닌,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가 보였다. 그 인생을 막내딸의 시선으로 하나둘 좇다 보니, 우습게도 나의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와 아빠는 늘 왜 그렇게...” 여전히 나는 엄마와 아빠에 대해 말할 자신이 없다. 함께 여행한 것도 내가 효자이기보다 그저 내가 본 세상을 엄마와 아빠에게 관철시키고 싶었다. “아들은 이제 좀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말을 내뱉는 게 내게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서, 낯선 이국의 땅을 함께 밟으며 걸었다. 그곳에서만큼은 내가 부모보다 앞선 존재였기에 나의 삶을 부모도 믿고 따를 것 같았다. “아들아 저게 뭐니? 아들아 어쩜 하늘이 이러니, 아들아 나는 여기가 참 좋다”라고 쉼 없이 내뱉는 엄마와 아빠의 말 앞에서 내가 느낀 건 불안이 아닌, 안정이었다. “그러니까 아들은 이제 좀 괜찮아요.”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의 추천사를 부탁받았을 때 심장이 ‘덜컥’ 했다. 내가 아는 저자는 작금의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시각적 예술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런 인물의 책에 추천사를 맡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엄마의 인생 레시피라니! 이보다 더 부담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일단 나는 부모에 대해서, 음식에 대해서 뭘 잘 쓸 자신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이렇게 추천사를 썼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이미지는 이수산나호순의 맛있는 요리가 아닌 내 부모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다짐했다. 의미야 어쨌든 간에 이제는 엄마와 아빠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이런 마음을 깨우는 책은 세상에 많겠지만, 그 책이 내 눈앞에 놓일 확률은 많지 않다. 저자의 담백한 글에선 이상하게 마음이 울렁거렸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무자비하게 밟는 택시에서 느끼는 울렁거림이 아닌, 서프보드 위에서 파도를 타는 울렁거림에 가까운, 기분 좋은 감정이다. ‘남이 뭐라든’ 정신을 몸소 실천하면서 동시에 항상 다양한 ‘남’에게 곁을 내준 이수산나호순의 삶과 그의 음식은 어쩜 지금 우리에게 건넨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돌아봐도 엄마에게 가장 감사하는 것은 엄마가 내게 해 준 맛난 음식, 좋은 옷, 좋은 교육, 다양한 경험 같은 여러 혜택보다도, 인생의 매 순간 나이 따위 의식하지 않고 최대한 즐겁게 산 엄마 자신의 삶 그 자체이다. ‘엄마’라는 단어에 흔히 따라붙는 ‘희생’과 ‘헌신’ 같은 단어나 괜스레 스멀스멀 올라오는 죄책감 같은 감정에 앞서, 내 노년도 엄마의 그것처럼 즐겁고 다채로울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해 줬다는 사실에, 또 엄마를 떠올리면 미안함보다는 풍요로움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앞선다는 사실에 다시금 감사하고 감사한다.” 저자의 에세이 중 일부로 추천사를 마치려고 한다.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는 전문 작가의 글로 채워진 책이 아니기에 매번 책 속에 담긴 문장이 올바른 문장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씩씩하게 살아온 엄마의 삶과 그 삶을 곁에서 지켜본 딸의 진솔한 마음을 담은 책이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서재우 (매거진 《B》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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