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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살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한다 (큰글씨책)

나는 잘 살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한다 (큰글씨책)

: 좋은 삶을 위한 지적인 독서 입문

신도현 | 행성B | 2020년 11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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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210*297*20mm
ISBN13 9791164711215
ISBN10 11647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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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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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성과를 내는 것은 실용 학문이지만 실용 학문을 계발하고 사용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의 삶을 연구하고 사람에게 삶의 의지와 힘을 불어넣는 것은 결국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은 실용 학문에게 방향과 아이디어도 제공합니다. 그런데도 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단지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수원지와 수도관이 쓸모없다고, 인문학이 물질적인 성과를 생산하지 못한다고 깎아내립니다. 쓸모를 지탱하는 쓸모, 그것이야말로 어디에도 없는 인문학의 쓸모인데 말입니다.
--- p.36

한때 ‘힐링’이란 말이 유행했습니다. 몇몇 인문학자는 힐링과 인문학 사이에 선을 긋기도 했지만, 사실 인문학이야말로 힐링, 치유의 본거지입니다. 심리학이나 상담학은 근대 들어 생겼습니다. 이전에는 인문학이 치유를 담당했지요. 옛 사람들은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스승을 만나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거나 인문학 서적을 읽으면서 내면의 고민을 풀었습니다. 공자, 석가모니, 소크라테스, 주희, 이황 등 철학자들의 문답법은 지금 봐도 무척 훌륭한 교수법입니다. 일종의 철학 상담 같고요.
--- p.58

우리가 역사 속 위인을 공부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 사람이 언제 태어나 죽었는지 외우기 위해서일까요, 그를 추모하기 위해서일까요. 궁극적으로는 계승을 위해섭니다. 위인은 시대를 앞서간 이들입니다. 그들의 삶을 통해 어떻게 하면 지금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지 힌트를 얻고 실천해야 합니다.
--- p.80

꼭 고전 원전을 직접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버리셔도 좋습니다. 흥미가 생길 때 읽어도 늦지 않으니까요. 전체를 알아야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일단 내려놓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체를 몰라도 부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설서의 역할이니 그런 해설서에 의지해 보시길 권합니다.
--- p.99

공책에 읽은 책들을 기록하는 것보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릅니다. 그런 곳에 자신만 볼 수 있는 비밀 공간을 만들어 책 표지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찍은 사진, 간단한 소감을 올려놓는 겁니다. 언제, 어디서나 열어 볼 수 있으니 더 편하겠지요.
--- p.121

많은 사람이 공자를 딱딱한 사람,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고 해 대는 ‘꼰대’ 같은 사람이란 편견을 갖고 있는데, 공자는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공자는 기본적으로 ‘하지 마라’는 식의 도덕적 금기를 규정하고 지키는 삶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도덕적 금기를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늘 그 너머의 능동성과 생동성을 지향했습니다.
--- p.130

도를 자사는 과감하게 ‘하늘이 인간에게 준 본성을 좇는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욕구를 좇는 본성과 신념을 좇는 본성을 잘 다스리고 활용해서 하늘의 뜻을 인간의 세상에 구현하는 것이 도라는 것입니다. 명료합니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고 이렇다 저렇다 개념으로 정리할 수도 없는 도에 관한 담론은 당연히 형이상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 p.152

틸리히는 고독 속에서 사랑의 방법을 모색하길 권유합니다. 고독은 먼 옛날부터 먼 훗날까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게 되는 인간의 본질입니다. 인간은 모두 고독하게 서로 떨어져 있어 진실되게 만날 수 있는 겁니다. 비어 있기에 채울 수 있고, 떨어져 있기에 다리를 이을 수 있지요.
--- p.174

최시형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묻기도 했습니다. 정말 조상의 혼이 있어서 제사 때 오신다면 아무것도 없는 저 병풍 뒤 벽으로 오겠느냐 아니면 당신의 후손이며 하늘인 제주에게 오겠느냐고. 조상의 혼이 있다면, 정해진 형식에 맞춰서 제사상을 차리느라 후손들이 고생하고 반목하는 것을 결코 바랄 리 없습니다. 그보다는 후손들이 자기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서 그저 맛있게 먹기를 바라지 않을까요.
--- p.178

장자는 장애가 무엇인지 간파하고 있었던 겁니다. “덕이 높으면 외모 따위는 잊게 된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덕이 높은 사람은 인기지리무신과 옹앙대영, 영공과 환공 모두를 가리킵니다. 그들에게는 ‘정상인’이라는 허구의 관념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체장애’가 그들에게는 그저 그 사람의 특징일 뿐인 겁니다.
--- p.189

17세기까지 유럽은 왕권의 당위성을 왕권신수설에서 찾았습니다. 왕의 권력은 신이 부여한 것이니 절대적이라는 논리지요. 그러다 왕권은 신이 준 것이 아닌 인민이 권리를 위임한 것일 뿐이라는 사회계약론이 등장했고, 이 사상이 프랑스혁명 등으로 이어지면서 근대 민주주의 사회가 열립니다. 그런데 맹자는 이미 기원전 4세기에 사회계약론에 가까운 주장을 했습니다. 친구에게 가족을 부탁하고 관리에게 직원을 맡기듯이, 임금에게 나라를 맡겼을 따름이라는 겁니다.
--- p.212

현실에서 요순이나 공자가 꿈꾼 덕치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 한비자의 분석입니다. 그러므로 군주 한 사람이 성인, 영웅이 되기를 마냥 고대할 것이 아니라, 평범한 군주 누구나 폐습을 고칠 수 있도록 법치에 근거해서 정치를 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지요.
--- p.220

노자라면 남성과 여성으로 이름 붙이지 말라고, 그래서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벗어 버리라고 할 겁니다. 젠더만이 아닙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으로, 인종과 국적으로, 그 무엇으로도 자신과 타인을 규정하지 말라고 하지 않을까요. 그것들을 벗어 던져야 내가 나답게, 네가 너답게 주체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향유할 수 있을 테니까요.
--- p.235, 236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다는 건 곧 한국 사회에서 이들은 대중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지요. 이들은 분명 존재하는데 사회는 이들이 없는 것처럼 취급해 왔습니다. 공백을 은폐하려는 시도입니다. 이에 맞서 싸운 이들이 바로 주체이지요. 장애인이 배려 대상자를 넘어 실질적인 주권자가 되는 투쟁이 바로 사건이고, 곧이어 기존의 비장애인 중심 사회를, 모두를 위한 사회로 전환한다면 새로운 진리가 탄생한 것이지요.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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