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피터 드러커는 “기준이 없으면 측정할 수 없고,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고 했다. 의료 데이터를 객관적이고 통일된 기준으로 표준화하지 못하면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의료행위를 측정하고 관리하기 어려우며, 궁극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물론 표준화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정보의 양이 워낙 방대해서 정비할 엄두가 나지 않고, 당장 하지 않는다고 심각한 위기에 맞닥뜨리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정비하는 일은 이사 전에 묵은 짐을 정리하는 것과 같다. 오랫동안 입지 않은 옷, 작아진 신발, 불필요한 살림도구 등을 정리하지 않고 새로운 집으로 갈 수는 없다. 당장 힘들어도 미루면 더 큰 부담이 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필요성을 인식하는 바로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이제부터 의료행위코드 표준화 방법을 차근차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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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정보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인력 구성과 TF 운영 시 기억해야 할 점은 내부 인력의 특징을 살린 업무 분장, 그리고 단합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외부 전문가를 모셔오면 쉽게 표준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도, 기준정보 관리시스템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의료진을 비롯한 내부 인력이다. 의료데이터의 성격상 병원의 특성을 잘 알고 의료 지식을 갖춘 내부 인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외부 전문가는 자문 역할을 하고, 핵심적인 업무는 내부 인력이 맡아야 한다. 그래서 내부 인력이 목표를 위해 단합하고 협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와 현재 시스템을 잘 아는 사용부서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료행위를 정확하게 정의하기 위한 교수진의 주도면밀한 자문, TF인력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기준정보TF의 기민한 조율, 경영진의 시의적절한 의사결정 등 네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최적화된 진료서비스, 경영 혁신, 의료데이터의 품질 향상 및 통계/연구 활용’이라는 고지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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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장에서 간이식 중 담관조영술(cholangiography)을 시행한다면 검사일까, 수술일까?
♠ 임신반응검사 시 소변을 검사실로 내리지 않고 스틱을 이용해서 간호사가 현장에서 검사했다면 간호일까, 진단검사일까?
♠ MR 촬영 전 관절강에 조영제를 투여한다면 검사일까, 시술일까?
♠ 투시조영하에 카테터(catheter)를 삽입했다면 검사일까, 처치일까?
♠ 치과에서 환자에게 발치와 소파술을 시행했다. 처치, 시술, 수술 중 어떤 의료행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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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정비는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지 못한 변수가 수시로 나타나 이미 정비한 행위코드를 변경해야 했다. 그러나 데이터는 정비하면 할수록 품질이 향상된다. 수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최대한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표준화 버전이 수정되면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인력에게 정보를 공유하여 수정 내용을 인지하도록 했다.
의료행위 데이터는 매월 차수별로 정비하여 공유했다. 1월에 생성된 데이터는 2월에 정비해서 3월 첫 주에, 2월에 생성된 데이터는 3월에 정비해서 4월 첫 주에 공유하는 식이다. 데이터를 공유할 때는 항상 기존 데이터에 신규 데이터를 합한 전체 데이터를 공유했다. 코드를 변경하면 주관부서 속성을 관리하는 담당자의 데이터에도 변경 정보가 반영되어야 한다. 정비 과정에서 고민했던 가장 큰 이슈는 이미 정비된 코드를 변경해야 할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코드 변경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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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정보 관리시스템을 구축했으면 됐지, 시스템 관리 전담 부서가 꼭 필요할까?. 각 부서에서 기준정보 관리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가끔 재정비하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여 기준정보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더라도 잘 운영하고 관리하지 못하면 금세 이전으로 돌아가기 쉽다. 기준정보 관리시스템을 취지에 맞게 사용하고 데이터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원칙과 정책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 기준정보 관리시스템이 빛을 발하려면 원내 사용자들이 과거에 코드를 생성했던 습관과 관습을 바꾸고 표준화 원칙과 정책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관점이 상이한 부서들에게 코드 관리를 맡기면 기준에 맞게 데이터가 관리되기 어렵다. 전담부서가 없다면 기준정보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겪었던 고생이 무색할 정도로 빨리 표준화 이전 상태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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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원은 행위기준정보를 포함한 병원의 12대 기준정보를 표준화했다. 오랜 세월 동안 쌓인 데이터 전부를 하나씩 살펴보고 다듬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예상보다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훨씬 많이 들었고, 돌발적인 상황도 발생했다. 우리보다 먼저 표준화를 진행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자문을 청할 수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보상은 결코 작지 않았다. 총 3년 7개월 동안의 행위기준정보 표준화 및 기준정보 관리시스템 구축 과정을 통해 우리 병원은 많은 면에서 발전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기준정보 관리시스템을 구축한 후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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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병원과 공공기관, 의료정보학회 등에 국내 최초 행위기준정보 표준화 사례를 공유하면서 많은 분이 표준화를 이루고 싶기는 하지만 ‘잘할 수 있을까?, 너무 어렵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표준화를 이루기 위한 핵심 요건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사용부서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둘째, 지속적으로 변화를 관리한다.
셋째, 중장기 계획하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넷째, 기준정보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담조직을 구성한다.
다섯째,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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