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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미식가를 위한 한국음식 안내서

수다쟁이 미식가를 위한 한국음식 안내서

: 생일날 미역국에서 장례식 육개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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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88g | 140*200*30mm
ISBN13 9791165793333
ISBN10 116579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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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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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은 일년생이다. 봄에 미역 줄기 아래에 미역귀라는 주름진 덩이가 생기는데, 여기에서 유주자(遊走子)가 방출되고 여름에 들면서 미역은 녹아버린다. 유주자는 무성 세포로 정자와 난자가 되기 전의 상태다. 유주자는 방출 후 배우체가 되어 여름을 나고 가을이면 암수로 나뉘어져 수정을 하는데, 이 수정란이 바위에 붙어 미역으로 자란다. 자연산 미역의 수정란이 바위에 붙을 즈음인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미역바위 씻기를 한다. 미역이 붙을 바위를 청소하는 것이다. 바닷가에서는 이 미역바위 씻기가 큰일이었다.
--- 「미역이나 사람이나」 중에서

굴비의 옛 표기는 ‘구비’이다. 한자로 ‘仇非’라고 썼다. 구비는 산굽이, 강굽이처럼 구부러져 있는 모양새를 일컫는 ‘굽이’이다. 조기를 짚으로 엮어 매달면 등이 구부러지게 되는데 그 모양새를 따서 ‘구비조기’라고 불렀고, 이게 굴비로 변한 것이다. 따라서 짚으로 생선의 몸통을 엮어 말리면 다 굴비라고 할 수 있다. 부세며 수조기도 굴비가 되고, 민어도 굴비가 될 수 있다. 굴비조기가 가장 흔하고 맛있어 굴비 하면 조기만을 이르게 된 것이다.
--- 「등이 굽어 굴비」 중에서

먹을거리가 부족하니 산성을 뒤졌던 모양이다. 그렇게 하여 찾아낸 것이 밴댕이젓 한 독. 그걸 그냥 나누면 될 것을 굳이 왕에게 묻고 있다. 왕은 얼마나 비참하였을까. 설마 왕에게 저런 걸 물었을까 싶지만, 소설이니 허구이겠지 싶지만, 역사적 사실이다. 《승정원일기》에 소설 속의 내용이 그대로 실려 있다. 인조 15년 1월 21일의 기록이다.
--- 「소설 《남한산성》의 밴댕이는 어류분류학상 반지이다」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자주 먹는 생선회는 광어일 것이고 다음으로 우럭이 순위권에 들 것이다. 광어 옆에는 늘 우럭이 따른다. 그래서 우럭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렇지도 않다. 일단 우리가 먹는 우럭은 우럭이 아니다. 가짜 생선회? 아니다. 이름이 잘못되었다. 우리가 보통 우럭이라고 부르는 생선은 사실 조피볼락이 바른 이름이다. 그런데 우럭볼락이라는 물고기가 또 있다. 몸집이 작고 갈색을 띄는 생선인데, 흔히 볼락이라 하지만 바른 이름은 우럭볼락이다.
--- 「우럭은 말려야 맛이 난다」 중에서

다들 잘 알다시피 임진왜란 때 선조가 먹었던 생선에 대한 에피소드가 도루묵의 어원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허구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선조가 임진왜란 중 피난길에 ‘묵’이라는 생선을 먹고 맛있어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 난이 끝난 후 궁궐에 돌아갔는데 문득 피난 시절의 그 ‘은어’를 맛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 ‘은어’를 올려라 하였는데, 선조 입에 예전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속이 상한 선조가 원래 이름으로 다시 부르라고, “도로 묵이라 부르라” 했다고, 그래서 ‘도루-묵’이 되었다는 것이다. 허나 이 이야기가 사실일 리가 없다. 일단 선조는 동해 쪽으로 피난을 간 적이 없으니 동해의 생선인 도루묵을 먹었을 리가 없다.
--- 「도루묵은 왜 도루묵이 되었나」 중에서

그러면 ‘어리’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 ‘덜된’, ‘모자란’의 뜻을 지닌 ‘얼’에서 온 말이다. 짜지 않게 간을 하는 것을 얼간이라고 하며, 얼간으로 담근 젓을 어리젓이라 한다. 따라서 어리굴젓은 짜지 않게 담근 굴젓이란 뜻이다. 어리굴젓의 어원을 자세히 따져보는 건, 어리굴젓 맛의 비결이 바로 얼간에 있기 때문이다. 젓갈을 담글 때 소금은 대체로 젓갈 재료와 같은 양이나 적어도 20% 이상 넣는다. 소금이 너무 적으면 상하고 많으면 짜기 때문에 적당한 소금 배합이 젓갈맛의 생명이다. 어리굴젓은 일반적인 젓갈보다 훨씬 소금을 적게 넣는다.
--- 「어리어리하여 어리굴젓인 것은 아니다」 중에서

《세종실록》에 등장하는 세종 26년 1444년 4월 24일자의 기록이다. 해주 사람들이 배가 고파 흙을 파서 먹었다고 전한다. 흙을 파다가 두 사람이 흙에 깔려 죽었는데, 관리가 임금에게는 “대단한 기근이 아니”라고 토를 단다. 대한민국에서 이랬으면 보고한 공무원은 파면되고, 자칫하면 대통령까지 탄핵될 수 있을 터이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도 흙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 「흙도 먹었다」 중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먹을거리를 직접 확보할 수가 없다. 노동을 팔아 먹을거리를 사서 먹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노동자를 상대로 하는 식당이 생겼다. 어제까지 농민으로 살면서 집에서 먹던 밥을 식당에서 돈을 주고 사 먹으려니 어색하다. 식당의 주인이며 종업원들도 돈을 받고 밥을 파는 것이 어색하다. 그들도 어제까지 농민이었기 때문이다. 서로 음식을 사고파는 일에 대한 어색함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였다. 이모라는 호칭은 그렇게 탄생하였다.
--- 「식당에 ‘이모’가 사는 까닭」 중에서

충무김밥은 원래 배 위에서 먹던 음식이다. ‘다라’에 김밥과 반찬까지는 담아도 그릇까지 챙기기는 어려웠다. 승객의 손에다 음식을 올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종이로 그릇을 대신하였다. 옛날에는 누런 비료포대 종이를 썼다. 질기고 두꺼워 반찬과 김치의 국물이 바닥까지 스미지 않는다. 승객들은 이 종이에 불만이 없었다. 그때는 위생 관념이 그랬다. 김밥 할매들이 가게를 차리면서 이렇게 종이를 깔아주던 버릇 혹은 전통을 버리지 않았다. 그릇에 담아낼 수 있음에도 그릇 위에 종이를 깔았다. 비료포대 종이는 민망하니 흰 종이로 대체하였다.
--- 「종이의 추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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