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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을 채우는 사랑

여백을 채우는 사랑

연시리즈 에세이-03이동
리뷰 총점9.9 리뷰 13건 | 판매지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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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16g | 124*188*20mm
ISBN13 9788993525106
ISBN10 899352510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 누군가를 공감하고 그와 소통하는 것은 들음에서 시작되는 모양이다.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내면으로 흘러 들어와 깊은 곳을 건드리면 그동안 꼭꼭 닫아 두었던 감각들이 하나 둘 열리기 시작한다.
--- 「목소리」 중에서

책 표지 뒤에 적어 놓은 짧은 편지를 읽고, 스무 권이 넘는 소설을 선물했던 그녀의 이름을 알아버렸다. 그녀가 연하의 연인을 사랑했다는 것과 책들이 연인의 스물일곱 번째 생일 선물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녀의 예감마저. 사랑이 담긴 선물을 헌책방에 팔아 치운 건 그녀의 연인이었지만, 미안한 건 나였다.
--- 「헌책을 읽는 법」 중에서

여백을 남기고, 또 그 여백을 채우는 사랑. 그 사랑과 함께라면 빈틈 많은 나 자신도 온전히 좋아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 「여백을 채우는 사랑」 중에서

수많은 이별 후에도 여전히 나는 마음의 문단속이 어렵다. 작은 틈새로 슬그머니 새어 나가는 마음을 이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다.
--- 「마음의 문단속」 중에서

아무리 더러운 얼룩이나 어두운 그림자도 빛 가운데 던지면 그 자체로 찬란한 빛이 된다. 한없이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던 오늘
--- 「빛」 중에서

늙음이 곧 추함으로 해석되는 요즘, 나무처럼 오랜 세월 버티고도 살아남은 흔적을 애써 지우려 하지 않고 온몸에 아름답게 새겨 넣을 수 있다면.
--- 「수피를 어루만지며」 중에서

장미와 안개꽃으로 된 꽃다발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캐시가 바싹 마른 안개꽃을 하나씩 따 먹고 있었다.
--- 「캐시」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게임이나 도박에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전에 얼마나 망쳤든 일단 시작하면 백지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기억상실증 환자가 종종 등장하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지 모른다.
--- 「땅끝」 중에서

눈에 보이는 삶은 곧 연기(演技), 태생적으로 ‘거짓’ 일 수밖에 없으니까. 볼 수 없는 모든 것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 「그림자」 중에서

금문교에서 뛰어내렸다 생존한 십여 명 전원이 다리에서 떨어지던 3분의 2 지점에서 자살하려던 이유가 사실 별것 아니었음을 깨달았다고 증언했다.
다리를 건너며 한 번쯤 일렁이는 깊은 물을 오래도록 바라보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 「다리를 걸어가는 동안」 중에서

아무리 열망해도 소리의 온전한 공백을 경험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쏟아지는 말들의 채널을 잠시 꺼둘 수는 있다. 굳이 이른 새벽 내 몸을 일으키는 것도 말이 사라진 여백의 시간이 간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 「침묵의 소리」 중에서

연결되지 않고 서로 이해할 수도 없는 두 세계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건너 다닌다. 그 여행 기록인 ‘꿈 일기’를 쓴 지 5년이 넘었지만, 일기의 양은 턱없이 적다. 날마다 꿈을 꾸지만, 대부분 꿈을 꿨다는 사실마저 망각하기 때문이다.
--- 「꿈일기」 중에서

‘이야기로 치환되지 못한 아픔은 절망이 된다’ 다시 말하면 말이나 글로 풀어낼 수 있는 슬픔이나 아픔은 결코 나를 죽이지 못한다. 많은 심리치료 사례를 읽고 또 스스로의 아픔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절감하게 된 말이다.
--- 「슬픔이 이야기가 될 때」 중에서

아름다운 시 앞에 무릎 꿇고, 털끝 하나 닿지 않고도 서로를 안았으며, 돌아서고, 마침내 그 방 문을 잠갔다.
--- 「어떤 사랑」 중에서

‘사랑’을 입에 담지 말 것. 그리고 문장 밖으로 나오지 말 것.
--- 「미로에서」 중에서

닳고 낡은 말 대신 쓰려고 말을 고르다 그만 까무룩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만난 당신에게 건넨 말은 결국
--- 「사랑이라는 낡은 말」 중에서

어쩌면 그래서 당신이 막상 다가왔을 때 제대로 ‘울지’ 못하는 거겠지.
--- 「매미」 중에서

오히려 나를 사로잡은 건 그 옆에서 빛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내 얼굴. 어쩜 저렇게 사랑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을까. 사랑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가질 수 있는 눈빛이었다.
--- 「낡은 사진」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여기 한 몽상가의 글이 있다. 말과 침묵 사이를 오가면서 “뒷모습은 정직하다”(「뒷모습」)라고 말하는 사람. 여백을 채워내는 사랑의 언어들이 돌올하게 부유 중이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바람과 함께 흐르지만 대숲이 내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비밀 이야기」)고 고백하는 사람.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몽상 보행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윤소희는 비스듬히 서서 길 위의 풍경과 대화를 시도한다. “마음의 끝을/문장 한 줄에”(「문장」) 비끄러매는 작업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 이병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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