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은 어른이 된다고 해서 마법처럼 잘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많이 해 봐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을 수도 없이 실수하며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만큼은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집안일 경험을 길러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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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소근육 운동 감각을 키우려면 손을 자주 쓰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별히 활동을 준비하지 않아도 생활에서 손으로 해 보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아이의 신경 회로를 자연스럽게 자극할 수 있다. 집안일은 아이가 손을 자주 쓰게 된다. 소근육 발달을 위해 따로 시간을 들여 애쓰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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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에 부딪힌 엄마들은 아이가 어떤 부분의 집안일에 쉽게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는다. 본인이 빨리 처리하고 쉬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혼자 잘 놀거나, 낮잠을 잘 때 몰아서 집안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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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아이가 시간 개념을 정확히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바로, 어릴 때부터 시간이 우리 생활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줘야 한다. 아직 생각이 서툰 어린아이들은 몸으로 익히는 게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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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감각이 탄탄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눈과 손으로 많이 보고 만져야 한다. 아이는 집안일 놀이로 자연스럽게 수와 친해질 수 있다. 과연 어떤 집안일 놀이가 아이의 수 감각을 길러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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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아이들에게는 따로 돈 쓰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빠르게 배운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올바른 경제 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가정에서는 돈에 대한 개념을 더 일찍 알려 주어야 한다. 과연 우리는 아이에게 돈에 대해서 어떤 것을 가르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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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끼리 모으는 정리 정돈을 생활에서 충분히 연습하면, ‘분류하기’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머리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미 해본 것과 연결 지을 때, 새로운 내용을 머리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쉽게 하려면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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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인지는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의 큰 차이점이 바로 메타 인지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일수록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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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는 대단한 재능이 있다. 깨끗이 치운 집도 5분 안에 전쟁터로 바꾼다. 과자는 여기저기 떨어트리고, 주스는 잘 흘린다. 이런 일은 너무도 빈번해서, 치우나 안 치우나 무슨 차이가 있나 싶기도 하다. 이상하게 집안일은 열심히 해도 티가 안 난다. 그렇다고 며칠 동안 방치하면, 발 디딜 곳 찾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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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보호에 대한 아이들의 의식 수준을 높이려면, 올바른 분리수거처럼 사소한 것을 배우는 데에서 출발할 수 있다.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일이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아마 나비 효과처럼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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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이에게 재미있게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자. 무조건 엄마가 알아서 다 처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빨래가 떨어졌으니 주워라’처럼 아이에게 바로 해결책을 알려 주거나 지시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 동안 처리할 방법을 고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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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못 쓰는 칫솔, 수세미, 솔을 보여 준 다음, 원하는 것을 고르게 한다. 처음 화장실을 청소해 보는 아이에게는 어떻게 쓰면 되는지 시범을 보여 준다. 아이가 선택을 어려워하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잡을 수 있게 물어본다. “칫솔 할래? 수세미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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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옷과 신발이 다 젖은 채로 외쳤다. “엄마, 또 하고 싶어요!” 아이에게 세차는 청소가 아닌 물놀이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참 좋아한다. 나에게 세차는 귀찮아서 자꾸 미루는 일이지만, 아이에게 세차는 즐겁게 노는 시간이다. 우리는 같은 일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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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는 사표가 있다. 일하는 게 너무 힘들면 그만두고 쉴 수 있다. 하지만 엄마라는 자리는 그럴 수 있나. “나 오늘부터 엄마 안 할 거야. 때려치울 거야”하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벗어날 수 없기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 p.140
“예전에는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 아이가 놀아 달라고 매달렸어요. 그런데 ‘엄마랑 같이 해 볼래?’ 하면서 일을 놀이로 만드니, 집안일을 하는 과정이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더라고요. 유명한 장난감이나 놀이 커리큘럼보다 집안일로 노는 게 아이에게 훨씬 필요하고 의미있다는 사실을 몸소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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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집을 홈 카페와 홈 레스토랑으로 바꿔 보자. 밖에서 직업 체험을 하지 않아도, 아이는 집에서 일일 주방장이 되어 볼 수 있다. 아이에게는 값진 경험을 쌓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 p.163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바이러스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듯, 아이에게 일어나는 감정 변화를 내가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는 있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과 감정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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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 비슷한 마음인가보다. 나만 뒤떨어진 것 같고, 무인도에 갇혀서 지내는 것 같은 기분 말이다. 종일 아이 뒤꽁무니만 따라다니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 p.185
사실 나는 그동안 《유대인 교육법》이나 《칼 비테 교육법》처럼 다른 나라에서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들만 찾아서 읽고 배우려고 했다. 가까이에 있는 유익한 것들을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사임당의 업적을 알게 되면서 내 태도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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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는 참을성있게 아이를 기다려 줘야지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아이를 몰아붙였다. 육아에 엄마의 손길이 이토록 많이 필요할 줄이야. 엄마라는 자리는 하나도 쉽지 않았다. 자애로운 모성을 지닌 엄마는 상상 속 그림이었을 뿐, 내가 꿈꾸던 핑크빛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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