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언제 ‘법’을 만날까? 법은 왠지 어렵고 딱딱하다는 인식이 있다.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교과서나 책, 시험 문제로만 법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헌법에서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데 정작 그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이자 기준인 법은 청소년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하지만 청소년의 일상은 법과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두발· 복장 규제나 체벌과 같이 학교에서 겪는 인권 침해들, 시험 성적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고 차별하는 교육,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겪는 소외, 청소년 야간 출입을 금지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 밤 10시가 되면 집 말고는 갈 곳이 없는 상황, 부모·보호자 동의 없이는 내 명의로 된 통장 하나 만들 수 없는 것 등……. 청소년들이 부딪히는 여러 불편하고 부당한 일들은 우리 사회의 법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 p.5 「책을 펴내며 - 삶을 가로막는 법이 아니라 살아갈 힘을 주는 법을 상상한다」 중에서
우리 사회가 법정대리인이나 친권 제도를 필요 이상으로 청소년을 통제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을 제기해 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은 부모·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오해하거나 부모·보호자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독립적 인격체가 아닌 것인 양 여기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 p.23 「부모·보호자가 청소년에게 가지는 권한은 뭐지?」 중에서
청소년의 음주는 사회적으로 ‘비행’이나 ‘일탈’이라고 낙인찍힌다. 그러나 「청소년 보호법」 중에이 청소년의 음주나 흡연을 막으려고 하는 것은 청소년에게 유해하기 때문에 유해한 환경이나 약물을 최대한 접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며, 음주나 흡연은 자신의 건강에 해로운 행위일 뿐 비도덕적이거나 불법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 (……) 음주나 흡연에 관한 연령 제한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21세 미만의 음주가 처벌받는 반면, 독일은 16세 이상은 맥주, 와인 등을 구매하고 마실 수 있고 14세 이상은 보호자가 동행하면 사 마실 수 있다. 사회 문화적 요인에 따라 충분히 변할 수 있는 기준인 것이다.
--- p.72 「청소년이 술을 마시다 걸리면 현행범으로 잡혀가는 건가?」 중에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소지 자체를 금지하거나 아침에 휴대전화를 모두 걷어 가는 학교들도 많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다른 학생들의 학습과 교사의 수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예방 하기 위해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휴대전화 소지·사용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게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 p.133 「교사가 학생 가방을 함부로 뒤져도 되는 걸까?」 중에서
어떤 노동자에게는 돈을 더 벌기 위해 더 일하고 싶은데도 노동시간의 상한선을 법으로 제한해 놓은 것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특히 학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한국의 청소년들은 야간에 일할 수 없는 것이 더욱 큰 제한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중에이 노동시간을 제한한 것은 노동자 전반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너무 가혹한 노동에 내몰리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이다. 물론 청소년의 일할 권리, 경제적 권리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선, 다른 보완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학습 시간을 줄이고 자유 시간을 늘리거나, 어린이·청소년이 애초에 오래, 밤늦게까지 일할 필요가 없도록 복지 정책을 통해 지원하고, 일의 대가를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한다면 청소년들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하는 경우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 p.189 「청소년은 밤에는 일을 할 수 없나?」 중에서
어느 나이까지 선거권을 제한할지, 그 기준은 각 나라마다 다르다. 민주주의 국가 중에는 만 18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곳들이 가장 많은 편이지만, 만 16세부터 선거권을 보장하는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도 있다. 전국 선거에서는 만 18세를 기준으로 하지만 지방 선거에서는 만 16세를 기준으로 하는 나라들도 있다.
한국이 2020년부터 만 18세 선거권을 시행한 것은 세계적 표준에 겨우 발을 맞춘 셈이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성명을 통해서 “민주주의는 이러한 정치적 기본권, 즉 참정권의 범위를 되도록 넓힐 것을 요구합니다. (……) 모든 국가가 연령에 따라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연령 기준에 의해 선거권을 갖는 사람의 범위는 정치적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최대한 확대돼야 합니다”라며, 선거권을 최대한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 pp.229~230 「청소년도 투표할 수 있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