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을 시작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관찰할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가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출발하는 동일한 지점, 즉 인간의 탄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갈수록 나는 자연을 키워 나가고 여러분은 자연을 변질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점점 멀어진다. 나의 제자가 여섯 살 때는 여러분의 제자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는데, 이는 여러분이 아직 그들을 훼손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더 이상 닮은 데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내가 쏟은 모든 보살핌이 허사가 아니었다면, 이제 들어서게 될 성년기에 그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p.108
그는 여러분의 제자들이 청년기에 갖는 완전한 자유를 어린 시절에 충분히 누리면서 지냈기 때문에, 청년기에 이르러 여러분의 제자가 어렸을 때 지켜야 했던 규칙을 갖기 시작한다. 이 규칙들은 여러분의 제자들에게는 징벌이어서 그들은 그것을 혐오하고 거기서 교사가 행해 온 오랜 압제밖에 보지 못한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멍에를 떨쳐 버리고 난 뒤에야 비로소 어린 시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쇠사슬에서 풀려난 죄수가 사지를 뻗어 움직이고 구부렸다 폈다 하는 것처럼, 그들은 그제야 사람들이 그들을 붙들어 둔 오랜 구속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이다.
---p.245
젊은이에게서 싹트기 시작하는 욕망 속에서 그저 이성의 가르침을 가로막는 장애물만 보는 것은 정말 편협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거기서 청년을 이성의 가르침에 순종하게 만드는 진정한 방법을 본다. 정념을 통해서만 정념을 잡을 수 있다. 정념이 갖는 강력한 영향력은 바로 그 영향력을 통해 통제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자연 그 자체에서 자연을 규제하는 데 적합한 도구를 얻어야 한다.
---p.272
다정하고 감성이 풍부한 영혼을 가졌지만 그 무엇도 세상 평판이 부여하는 가치에 따라 평가하지 않는 에밀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들기를 바랄지언정 그들에게서 존경받았으면 하는 바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정중하기보다 다정할 것이고, 뽐내는 태도나 허영심이 없을 것이며, 천 번의 찬사보다 단 한 번의 애정 표시에 더 감동을 받을 것이다. 바로 똑같은 이유로 그는 태도나 몸가짐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며, 더 나아가 몸치장에도 신경을 쓸 수 있을 텐데, 그것은 취향이 고상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으로 호감을 주기 위해서이다. 그는 금테 액자에 의존하는 일 따위는 전혀 하지 않을 것이며, 부의 표시가 그의 몸단장을 더럽히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p.297
마침내 시기가 임박했다. 이제야말로 진심으로 그녀를 찾을 때이다. 에밀이 다른 여성을 소피로 착각하여 그 여성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면, 그가 자기 실수를 너무 늦게 알아차릴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파리여, 잘 있어라! 유명한 도시, 소음과 매연과 진창의 도시여. 이곳에서 여성들은 더 이상 명예를 믿지 않고 남성들은 더 이상 미덕을 믿지 않는다. 파리여, 잘 있어라. 우리는 사랑을, 행복을, 순결함을 찾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너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좋을 것이다.
---p.336
요컨대 처녀들에게 좋은 품행을 사랑하게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끊임없이 “현명해져라”라고만 말하지 말고, 그렇게 되는 데서 얻는 커다란 이득이 무엇인지 그녀들에게 일러 주도록 하라. 또한 현명함이 가져다주는 대가 전부를 깨닫게 하면 현명함을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p.414
그녀에게는 자기 자신만의 예법이 있는데, 그것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유행에 따르지 않아서 유행 따라 바뀌지 않으며, 그 무엇도 관습에 따라 하지 않고 남의 마음에 들고 싶은 진실한 욕망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남의 환심을 산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인사말은 전혀 알지 못하며, 짐짓 꾸며 댄 인사말을 생각해 내는 일도 결코 없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따위의 말은 하지 않는다. 말을 꾸밀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친절이나 격식을 차리는 인사말에는 몸을 숙여 인사하거나 “고맙습니다”라는 간단한 말로 답례한다. 그런데 이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면 전혀 다른 말처럼 들린다.
---p.426
에밀은 소피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를 사로잡은 최초의 매력들은 무엇인가? 감수성, 미덕, 올바른 것들에 대한 사랑이다. 자신의 애인이 가진 이 사랑을 사랑함으로써 에밀은 자신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린 것일까? 소피로서는 어떤 대가를 받고 자신을 내놓은 것인가? 그 대가는 자기 애인의 마음에 있는 타고난 모든 감정들이다. 그것은 진정한 선행에 대한 존중, 검소, 소박함, 사리사욕 없는 관대함, 사치와 부에 대한 경멸이다. 에밀은 사랑이 강요하기 전에 이러한 미덕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면 에밀은 어떤 점에서 정말로 바뀐 것인가? 그는 그 자신이 될 새로운 이유들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만이 그가 예전의 그와 다른 점이다.
---pp.499,500
사랑하는 에밀, 그러므로 자네가 진정 자네 아내의 연인이고 싶다면, 그녀는 늘 자네의 주인이면서 또한 자기 자신의 주인이어야 하네. 자네는 행복한 애인이지만 한편 공손한 애인이 되어야 하네. 아무것도 의무에 요구하지 말고 모든 것을 사랑에서 구하도록 하라. 그래서 가장 하찮은 애정의 표현도 자네한테서 결코 권리가 아닌 은혜가 되어야 하네.
---p.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