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전 세계 채권투자 운용사 핌코의 CEO인 엘 에리언이 ‘뉴 노멀’이라는 용어를 다시 꺼내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경제가 비로소 구조적 저성장, 저소득, 저수익률, 고위험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적 기준이 나타날 것을 다시 한 번 예견했는데 이번에는 적중했다. 2008년 이후 ‘뉴 노멀’은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저성장 현상을 대변하는 용어로 전 세계에서 널리 쓰여졌다. 한편 1990년대 미국의 신경제 기간에 창업된 기업들이 폭발적 성장을 했다. 이른바 ‘송곳니’라 불리는 미국의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1970년대 창업), ‘박쥐’를지칭하는 중국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기업들이다. 2007년 애플에서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인터넷 환경이 모바일로 확장되면서, 이들의 비즈니스와 그로 인한 폭발적인 가치창출이 나타났다.
--- p.24
우리는 짧게는 2008~2009년 이후 뉴 노멀, 1990년 이후 신 경제, 길게는 1950년 이후 냉전의 시대에서 자리 잡힌 질서들, 예를 들면 세계화와 자유무역, 경제성장과 자본주의, 시장과 정부의 역할, 오프라인과 온라인 경제, 대면활동과 비대면 활동 현상들에 있어 거대한 전환의 압력을 이미 받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모두에게 예외 없는 위기를 통해 대전환의 움직임을 구체화시키고 가속화시키고 있다. 팬데믹 이후 형성될 새로운 질서를 의미하는 넥스트 노멀은 이를 의미하고 있다.
--- p.27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팬데믹은 전 세계의 구조적 장기침체 압력을 심화시키고 자연이자율의 하락을 가중시킨 충격을 가했다. 코로나 19는 경제의 두 축인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충격이 크다. 공급 측면에서 볼 때, 감염병 확산으로 인력을 투여할 수 없으며, 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인력과 재화의 물리적 접촉이 차단될 수밖에 없어 글로벌 공급망도 훼손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감염우려에 따라 소비가 위축된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내구재 소비와 설비투자가 이연된다.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소멸되는 것이다.
--- p.49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성공적인 방역체계를 갖추었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충격도 제한적이었던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구조적 장기침체와 자연이자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명목금리 및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단계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은 동일하다. 구조적 장기침체와 팬데믹 이후 넥스트 노멀의 시대에 들어서게 되면서 실물경제 성장의 종언, 금융시장 환경의 근본적 변화에 동일하게 직면하고 있다.
--- p.52
한국판 뉴딜정책은 팬데믹의 연장에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를 지원하는 동시에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구조전환을 위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판 뉴딜정책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로 짜여 있다. 팬데믹을 극복하고, 디지털 경제의 전환과 기후변화 위기에 전 세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탄소감축과 에너지 산업의 전환이라는 큰 방향성과 움직임을 잘 읽은 정책으로 평가된다. 또한 경기위축과 수요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시장과 사회보장을 지원하는 방향도 포함되었다.
--- p.67~68
CBDC란 기존 중앙은행 내 지급준비 예치금이나 결제성 예금과는 별도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새로운 전자적 형태의 화폐를 의미하는데, 미국 이외 국가들에서 더욱 활발하게 검토되고 있다. CBDC는 금융기관 간 결제시스템의 효율성 제고(거액결제용 CBDC)와 현금수요 감소에 대비(소액결제용 CBDC)하기 위한 목적으로 캐나다, 영국·일본·유럽연합EU·스웨덴·스위스 등에서 연구 및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 p.92
미래의 글로벌 밸류체인의 재편성 키워드는 자급자족, 리쇼어링, 내수시장, 지역연합, 순환경제로 제시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가 중요해졌다.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필수제품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자국의 산업과 고용을 보호하기 위한 리쇼어링의 움직임은 지속될 것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구매력을 갖춘 내수시장의 확보는 중요해질 것이다. 한 국가가 자급자족ㆍ리쇼어링ㆍ내수시장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연합이 필요한데, 전 세계 대상이 아닌 지역을 우선 고려하게 될 것이다. --- p.109
웹 3.0은 현재 이후에 펼쳐질 미래 기대의 인터넷의 변화를 지칭하는 용어다. 웹 3.0에서는 모바일 인터넷 플랫폼의 경향이 유지되는 가운데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정보처리 기술의 혁신과 공유경제 모델이 결합된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고된다. 웹 3.0 시대에 주목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다름 아닌 PAUL이 될 것이다. 2018년 핀터레스트와 리프트, 2019년 우버, 2020년 에어비앤비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PAUL의 기업공개는 공유경제 생태계가 IT 플랫폼을 통해 사업화되고 투자대상이 되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 p.121
최근 들어 금융시장에 주력 소비계층으로 빠르게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금융업계는 MZ세대가 기대하는 금융의 모습에 대해 주목하게 된다. MZ세대가 금융을 대하는 태도는 재테크와 금융서비스에 대한 높은 관심도, 다양한 투자방식 리드, 투자정보 취득의 다양화와 같은 3가지 특징이 있다. MZ세대는 금융위기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정면으로 겪었다. MZ세대가 직면한 불안한 현실은 재테크와 금융서비스에 대한 높은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MZ세대는 전형적인 금융상품(예금, 적금 등)투자에 한정되지 않고,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들은 친숙한 유튜브, SNS 등을 중심으로 투자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취득하고 있다.
--- p.144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지금까지의 행보는 은행 및 신용카드 제공업체와 협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빅테크를 기반으로 금융진출을 가속화하고, 페이스북이 디엠을 출시해 글로벌 포용 금융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중요한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적극적인 금융업 진출이 시작될 것이고, 디지털 화폐전쟁의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 p.158
기술이나 인프라 측면에서 본다면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화폐 및 금융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자산의 측면에서 본다면 비트코인은 디지털 경제에서 금 본위제의 준비금으로 작용할 잠재력이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그레이스케일 등 신진투자기업들이 운용자산을 빠르게 늘려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각각 모바일 결제와 온라인 결제의 선두 플랫폼 기업인 스퀘어와 페이팔이비트코인을 통한 결제 시스템을 갖추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JP모건, 씨티그룹, 블랙록 등 전통적인 거대 금융기업들이 투자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재평가하고 있다.
--- p.184
기술이나 인프라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더리움은 탈중앙화된 어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자산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더리움은 디지털 경제에서 금융과 앱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금으로 작용할 잠재력이 있다. 이더리움 진영에서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디파이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예치된 자산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최대 결제업체인 비자가 이더리움 기반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서클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동시에 서클은 비자의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 p.187
블록체인이 보편적이고 안전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보안성·탈중앙성·확장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트릴레마는 비단 블록체인 네트워크만의 한계는 아니다. 지금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네트워크는 보안성과 확장성을 갖추었으나 탈중앙성을 갖추지는 못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탈중앙성과 보안성을 우선 갖춘 이후 확장성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밟고 있을 뿐인 것이다.
--- p.191
혁신과 포용, 확장과 지속 등 잠재성에 대한 가치평가가 활발히 반영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수익모델에 높은 가치평가가 부여되는 현상은 일장일단이 있다. 긍정적인 점은 잠재력이 있는 활동에 충분한 자본이 투여되어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고, 부정적인 점은 투기와 버블이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의 패러다임 전환은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현실이다.
--- p.213
넥스트 노멀 시대에 전개될 또 한 가지의 강력한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비재무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ESG다. 우선 2021년, 파리협약에 따른 신기후체제에 돌입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경제와 투자의 움직임이 강력해질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극복하기 위한 경제적 솔루션에 대한 니즈는 그 어떤 때보다 크다.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배제하고 수력ㆍ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는 2차전지 등 그린산업은 실물 및 투자수요가 장기적으로 확대되는 슈퍼사이클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 p.219~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