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우주복은 어디서 구한 거야?”
“중고를 샀어요.”
“왜 중고를 사?”
“새것을 살 돈이 없으니까요. 중고를 살 돈도 있을까 말까 한데 빌어먹을 당신네는 우주복 없는 사람을 길드에 안 받아주잖아요.”
“새것을 살 수 있게 저축을 했어야지.”
미국 해병대 출신인 밥 루이스에게 이런 변명 따위는 통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그가 선외활동 길드의 수석 교관이라는 점이다. 길드 회장에게 보고는 해야 하지만, 밥은 혼자서 새 멤버의 합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멤버가 되지 못하면 혼자서 선외활동을 나갈 수 없고 관광객을 데리고 외부로 나갈 수도 없다. 길드는 그런 식으로 돌아간다. 재수 없는 놈들.
“그래서요? 합격이에요?”
밥은 코웃음을 쳤다. “장난해? 재즈, 넌 시험에 떨어졌어. 아주 확실하게 불합격이야.”
“왜요!” 나는 따져 물었다. “필수 동작도 다 해냈고 과제도 전부 완수했고 장애물 코스도 7분 내에 끝냈어요. 게다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파트너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안전하게 도시로 돌아왔잖아요.”
밥은 로커를 열고 그 안에 장갑과 헬멧을 넣었다. “우주복은 네 책임이야. 그런데 고장 났잖아. 그건 네가 불합격했다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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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르테미스에서 올드린은 다른 어느 곳보다 돈을 벌어들이는 곳이다. 쇼핑 구역에서 내가 살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이곳에서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돈을 왕창 벌 것이다. 어쨌든 계획은 그렇다. 나는 한 번 더 천천히 이곳을 둘러보고는 돌아서서 통관항으로 향했다.
올드린은 착륙장에서 가장 가까운 버블이다. 부자들이 굳이 빈민가를 지나며 가난을 체험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잖아? 그러니까 곧장 멋진 구역으로 향하는 것이다.
--- p.22
“알루미늄 회사는 왜 인수하고 싶은데요?”
“사업 확장을 좋아하기 때문이지.” 트론은 과장되게 멋을 부리며 대답했다. “내 전문 분야이기도 하고.”
“하지만 알루미늄이라니요? 내 말은… 그거 시시한 일 아니에요?
제조업이라서 고생할 것 같은데.”
“맞아.” 트론이 말했다. “알루미늄이 왕이던 옛날과는 다르지. 버블 하나 세우는 데 알루미늄이 4만 톤이나 필요했잖아. 하지만 지금은 인구 정체기라 더 이상 새 버블을 만들지 않고 있어. 솔직히 알루미늄을 이용한 로켓 연료 생산이 아니었다면 오래전에 망했을 거야. 그나마 그것도 거의 수익이 없지.”
“쉬운 돈벌이였던 시대는 다 지나간 것 같네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손대려고요?”
“다시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떻게요?”
“그건 알 거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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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는 것뿐이야. 만약 체포되더라도 날 끌고 들어가지 않겠다는 약속도 거래의 일부지.”
“왜 저예요? 왜 제가 이걸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죠?”
“재즈, 난 사업가야. 내가 하는 일이 활용도 낮은 자원을 개발하는 거라고. 그리고 넌 엄청나게 활용이 안 되고 있는 자원이야.”
트론은 일어나서 진열장으로 걸어가더니 또다시 술을 따랐다. “넌 뭐든 될 수 있었어. 용접공이 되기 싫다고? 괜찮아. 과학자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엔지니어, 정치가, 성공한 사업가, 뭐든. 하지만 넌 포터가 됐지.”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평가하려는 게 아니야.” 트론이 말했다. “그냥 분석하는 거지. 넌 정말로 똑똑하고 돈을 원해. 나는 정말로 똑똑한 누군가가 필요하고 돈이 있어. 관심 있나?”
“흠….” 잠시 생각했다.
가능하긴 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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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 사이에서 숨죽인 웃음이 퍼졌다.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었지만 관광객들은 아주 즐거워했다.
열차가 출발했다. 더할 나위 없이 매끄럽게 움직였다. 덜컹거림이나 흔들림 따위는 전혀 없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전기 모터를 이용해서 움직였고, 선로는 거친 날씨로 인해 뒤틀리거나 하는 현상을 전혀 겪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지구와 비교하면 선로 위에 가해지는 무게도 크지 않았다.
좌석 각 열마다 양옆으로 둥근 창이 나 있었다. 승객들은 돌아가면서 칙칙하고 돌투성이인 경치를 열심히 내다보았다. 왜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 걸까? 그냥 잿빛 돌멩이들이 잔뜩 널려 있는 것뿐인데. 누가 이런 걸 신경이나 쓴다고?
미국 중서부에서 온 것 같은 누추한 차림의 여성이 창문을 내다보며 킥킥거리더니 내게 고개를 돌렸다. “멋지지 않아요?! 우린 달나라에 있는 거예요!”
“마알리쉬, 아나 마아리프 잉글리지아(미안합니다, 영어를 몰라요).”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여성은 다른 승객에게 고개를 돌렸다. “멋지지 않아요? 우린 달나라에 있는 거예요!”
--- p.113
“누가 날 고발했나요?”
루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지만 난 이 도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늘 관심을 가지거든. 넌 선외활동 우주복을 가졌고 범죄자야. 그 정도면 수사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것 같군.”
“난 밤새 내 관에 있었어요. 믿을 수 없다면 기즈모 기록을 확인해 봐요. 확인할 수 있도록 동의해 줄 테니. 그러면 행정관 응구기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잖아요.”
“네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지.” 그가 말했다. “어차피 선외활동 길드의 밥 루이스가 같은 요청을 해왔거든. 그 친구, 선외활동 우주복을 가진 사람들 모두 지난밤에 어디 있었는지 위치 정보를 달라고 하더군. 그 친구에게 네 정보를 주는 것도 동의하겠지?”
“네. 그러시든가요. 그러면 진실이 밝혀지겠죠.”
“밥은 그냥 넘어갈 수도 있어.” 루디가 말했다. “하지만 난 의심의 화신이라서 말이야. 네 기즈모가 밤새 네 관 속에 있었다고 해서 네가 그곳에 있었다는 뜻은 아니야. 증인이라도 있나?”
“아뇨.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난 대개 혼자 자거든요.”
루디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샌체즈 알루미늄이 잔뜩 화가 났어. 선외활동 길드도 열 받았고.”
“나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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