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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세 감독, 이창동·홍상수·봉준호

한국영화 세 감독, 이창동·홍상수·봉준호

임우기 | | 2021년 05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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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38g | 148*210*18mm
ISBN13 9791160201550
ISBN10 116020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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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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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종수의 시골집에 세 번이나 반복해서 전화를 걸어올 정도로 종수에게 ‘관심’이 깊으면서도 끝내 ‘침묵하는 인격화된 존재’는 누구인가? 〈버닝〉의 내러티브는 이 보이지 않는 인격적 존재인 ‘누군가’에 대해 영화가 끝나도록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 하지만, 답변의 실마리는 없지 않다. 그것은 ‘누군가’의 전화를 받는 시골집은 폭력적인 부권과 남북한 간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갈등과 긴장감이 지배하는 공간 곧 심리적 억압의 장소라는 점이 깊이 이해되어야 한다.
--- p.25

영화 〈버닝〉에서 많은 자연의 소리는 배경에 삽입한 단순한 음향이 아니라, 무위자연과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소리이다. 자연의 소리는 인간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은미한 형식’으로 전해지기 일쑤다. 하지만 바로 은미한 형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근원적 자연의 소리’는 ‘두드러진 형식’의 인위적인 소리들 속에서 더 깊은 의미를 가진‘ 내면적(심리적) 울림’으로 감지될 수 있다. 종수의 파주 시골집에 늘 들려오는 북한의 시끄러운 대남 방송, 서울의 온갖 소음들, 나이트클럽의 사이키한 음악, 때론 멋진 음악 소리들이 ‘두드러지지만’, 이러한 인위적인 음향들에 대응이라도 하려는 듯, 바람 소리와 기러기ㆍ참새ㆍ송아지ㆍ개 같은 동물들이 내는 온갖 무위자연의 소리들은 ‘은미한 형식’으로 ‘감추어져 있다’.
--- p.38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의 요체는 영화 형식의 차원에서 보면 ‘은폐된 내레이터’의 존재와 활동이다. 은폐된 내레이터는 감독의 정신이 낳는다. 다시 말하지만, 〈버닝〉의 은폐된 내레이터는 이중적인데, 그것은 본능적 자연의 존재이면서도 지혜로운 자연의 존재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본능을 일깨우면서도 본능을 지혜로서 새로이 펼치는 것이다.
--- p.97

‘돼지바’라는 흔하고 미미한 사물의 명칭이 ‘의외로 우연히’ 영화 제목을 연상하게 만든다. 이 뜻밖의 우연성의 비밀이 그 자체로 영화 제목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주제를 함축하는 것이 아닌가? 우연성은 겉으로는 알 수 없는 의외성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보이지 않는 인연들이 모여 나타나는 ‘자연적 시간의 현상’?좀더 정확히 말해, ‘자연의 힘이 가진 목적성’이라는 것. 다시 말해, 데뷔작의 제목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세속적 일상성 속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과 목적이 작용하는 ‘은폐된 시간’의 상징이다.
--- p.117

예전을 옛 애인 경진으로 가정하여 상상 속에서 옛사랑의 시간을 재연하는 것은 ‘상상 속의 플래시백flashback’을 통해 내러티브에서의 시간의 역류逆流를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홍상수의 독창적인 영화예술관은 그 시간의 가역성可逆性을 통해 반복 순환하는 ‘자연의 시간’을 통찰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아진다. ‘은폐된 내레이터’인 영화감독 성준이 만든 상상적 내러티브?은폐된 내러티브?와의 관계를 통해 영화의 스토리텔링에서 세속의 시간 속에 자연의 시간이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이는 영화의 내러티브에서 시간의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발군의 사례라 할 수 있다.
--- p.126

세속적 일상성에 감추어진 역사의식은 그것이 절망적이든 희망적이든 무의식의 기억 속에서 섬광처럼 삶 속에 나타난다. 세속은 지옥도地獄圖와도 같지만, 벤야민W. Benjamin이 『역사철학 테제』에서 통찰했듯이, “유토피아는 위기의 순간, 섬광처럼 번쩍이는 기억 속에 있다.” 기억 속의 정치적 무의식은 자연의 시간과 세속의 시간 속에서 어우러진 채,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혜성의 한 줄기 섬광처럼 드러난다.
--- p.196

부잣집 어린 아들 다송이 ‘귀신을 보았다’는 엄마 연교의 대사는 그냥 지나치거나 웃어넘길 허튼 말이 아니다. 앞서 보았듯이 ‘귀신’은 봉준호 영화의 무의식적 원형들 중 하나이자 연출의 구심력을 이루는 중요 요소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의 플롯(이야기 구성)에서 부잣집 지하실에 기생하는 가난한 사람이 부자 가족들에게 ‘귀신’으로 ‘출몰’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향후 플롯의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전개를 암시하는 것이다. 플롯에서 가장 극적인 대립은 결국 어둠 속에 살아가는 지하 생활자와 지상의 빛을 맘껏 누리며 생활하는 부자들 사이의 대립인데, 귀신이 출몰함으로써 스릴 넘치는 대립과 갈등은 비로소 본격화된다.
--- p.222~223

들판에서 농부가 땀 흘려 수확한 보리 한 톨은 곡물 창고에 저장되어 생명계에서 순환되는 때를 기다린다. 언젠가 보리 한 톨이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만나게 되면 자기 안에 저장되어 있는 햇빛과 바람과 물과 흙의 무기물들을 불러내어 새로이 생기를 머금고 마침내 새싹을 틔우며 맥아麥芽가 되고 이내 효모酵母가 된다. 무기물이 은미한 유기체로 변화하여 잘 익은 술을 빚는 것이다. 작가 또는 예술 작품의 존재 원리는 보리 한 톨이 유기체로 변화하는 존재 원리에 비유될 수 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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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은 문학비평으로 독보적 세계를 일군 평론가 임우기가 이 시대 거장들의 영화를 깊이 들여다본다. 언제나처럼 우리 삶의 터전과 살아온 세월에 깊이 뿌리 내린 그의 영화비평은 그늘에 서린 기운을 잡아내고 언뜻 스쳐가는 것의 의미를 포착한다. 작품과 감독의 정신 자체로 육박해 들어가는 그의 비평은 우리가 새로운 관점으로 영화를 사유하도록 한다. 독자들은 그의 비평을 따라가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시선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형식의 영화비평을 마주하고 찬탄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모르던 이창동, 우리가 외면한 홍상수, 그리고 우리가 놓친 봉준호를 만나면서, 영화비평이라는 임무가 이렇게 수행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문학을 넘어 영화로 확장된 임우기식 비평을 통해,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마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평이 바로 작품으로 변모하는 지점까지 문득 동행하게 될 것이다.”
- 조광희 (작가, 변호사)
“영화를 읽고 해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지금 한국 영화평론계의 글들을 읽으면 답답할 때가 많다. 평론 양은 꽤 많지만 만족할 만한 글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우기의 영화비평을 읽으면서 엄청난 자극을 받았다. 그는 보고 또 보고, 파고들고 또 파고든다. 그리고 깊이깊이 고민하고 해석하고 기록한다. 텍스트를 파고드는 그 치열함도 좋지만, 무엇보다 기존의 평론계에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방법론으로 영화를 읽고 해석하는 참신함에 놀라게 된다. 특히 봉준호의 〈마더〉가 지닌 그 음울한 분위기를 임우기보다 더 잘 해석한 비평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임우기 평론가가 독창적인 시선으로 통찰해낸 세 감독의 영화 세계는 영화비평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 강성률 (영화평론가, 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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