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몸의 내부 작동 방식을 생각해본 적 있는가?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가슴으로 공기가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 상상해본 적 있는가? 어떻게 뇌가 근육에 명령해 걸을 수 있게 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잠에서 깬 상태로 누워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며 빨리 뛰어야 하는 순간과 천천히 뛰어야 하는 순간을 심장이 어떻게 아는지 궁금해한 적은 없는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의문을 떠올리지 않는다. 의문을 가질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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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심장은 1분에 평균 70번 정도 뛴다. 매일 10만 번 뛰는 셈이다. 팔이나 다리 근육과 달리 심장 근육은 지치지 않아서 쉴 필요도 없고 피로도 느끼지 않는다. 하루에 이두박근을 10만 번이나 굽혔다 펼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는 없다. 팔이나 다리 근육은 쉽게 피로해 지치고, 너무 많이 쓰면 욱신욱신 쑤신다. 심장은 아주 영리해서 늘 같은 속도로 뛰지는 않는다. 운동할 때면 1분에 190번까지도 뛸 수 있고, 에너지를 적게 쓰는 수면 시간에는 밤새 1분에 40번 정도만 뛴다. 평생 사람의 심장이 뛰는 횟수는 3조 번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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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마음이 산산이 무너져 내린 순간을 떠올려보자. 그 순간은 지난주거나 혹은 몇 년 전일 수도 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비통함을 경험한 적이 있고, 불행한 사람들은 그런 비통함을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한다. 사랑이 끝났거나 가까운 사람이 죽는 것처럼 누군가를 잃었을 때 느껴야 하는 감정적 외상은 너무나 괴로운 것이다. 심장이 무너지는 비통함은 그저 감정적인 고통이 아니다.
비통함을 느끼면 실제로 심장이 아플 수 있다. 가슴이 조이거나 시릴 수도 있다. 마치 심장이 칼에 찔린 것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비통함은 정말로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감정인데,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가슴에 통증을 느끼면서 그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가족과 친구들은 시간이 흐르면 비통함이 사라지고 심장은 치유될 거라고 말한다. 실제로 극심한 고통으로 멍든 심장은 대부분 치유되고, 심장이 치유되는 동안 우리는 다시 강해진다. 어쩌면 당신의 기대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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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앞두고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한 환자를 기억한다. 그녀의 이름은 바버라였고, 수술하기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바버라는 사실 아플 시간이 없었다. 아픈 남편을 온종일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가슴에서 느껴지던 미약한 통증을 무시하며 2주일을 버틴 뒤에야 바버라는 결국 항복하고 의사를 만났다. 구급차에 실려온 바버라의 병명은 심장마비였고,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대부분 가슴에 이상 징후를 경고해줄 심장 모니터에 연결된 전선을 달고 있다. 바버라는 수술 때문에, 남편 때문에, 그녀의 미래 때문에 매우 초조했다. 수술 전날 우리는 바버라의 병실에 앉아 대화했는데, 그때 흘긋 쳐다본 심장 모니터는 그녀의 맥박이 치솟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바버라는 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이제 곧 받아야 하는 엄청난 수술에 관해 질문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바르르 떨렸다. 눈물을 펑펑 쏟은 바버라는 정말 무섭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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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텅 빈 가슴을 보면 오싹해진다. 그 가슴에 있던 아픈 심장은 밖으로 나오고 건강한 심장이 새로 들어가 뛰기 시작한다. 그 경험은 마치 좌심실, 폐동맥, 대동맥, 상대정맥, 하대정맥을 잇는 수킬로미터를 바느질하는 것 같다. 새로운 가슴을 넣는 수술은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심장을 제자리에 놓는 순간 우리는 재빨리 꼼꼼하게 바느질해야 한다.
하지만 그 순간이 절정은 아니다. 절정은 크램프를 떼어내 혈액이 새로운 심장으로 힘차게 흘러 들어가는 순간이다. 심장을 다루는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순간이다. 우리가 심장에(아니면 심장 세포에) 영양분과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공급하는 순간, 심장은 뛰기 시작한다. 새로운 심장이 하는 일도 대체로 이렇다. 처음 걸음마를 하는 작은 사슴처럼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곧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닫고 뛰기 시작한다. 새 심장이 아픈 심장의 자리를 물려받아 일하기 시작하는 순간, 수술실의 모든 사람이 일시에 한숨을 내뱉는다. 안도의 한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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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를 사려고 슈퍼마켓에 가서 우유와 치즈가 진열된 냉장 식품 코너를 둘러보았다.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잔소리를 늘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버터보다 더 나쁜 음식을 먹는 사람도 많다.) 냉장 식품 코너에는 버터와 마가린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다. 염분이 적은 것, 향이 첨가된 것, 지방이 없는 것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어쩌면 마법의 버터까지 있을지도 모른다.
심장 건강을 이야기할 때면 콜레스테롤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의사는 정기적으로 콜레스테롤 검사를 권유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게’ 나오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언급하는데도 의사들은 콜레스테롤이 무엇인지, 콜레스테롤이 왜 중요한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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