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신은 누구인가?
우리 근대사에서 그를 발견하고 탐구하였던 김정환(전 고려대 명예교수, 2019년 작고)은 김교신을 “종교를 교육의 기초로 생각하고, 민족적 기독교를 모색하고, 그런 인식에서 평생 민족사학의 평교사로 일관하다 조국 광복을 넉 달 앞두고 사망한, 빼어난 능력과 사상을 갖춘 교사”로 평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 김교신이라 하면 종교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고, 또 교육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그의 삶에서 종교와 교육은 하나가 되었다. 그는 “종교는 나의 본업이요, 교육은 나의 부업이다”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 부업에 더 열성적이었다. 그리고 이 부업을 지키다 세상을 떠났다. 본업은 부업 없이는 이루지 못할 것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김교신은 무교회주의자이다. 김정환의 해석과 평가처럼 그는 종교인이자 교육가였지만 교육적 사명을 종교적 사명 못지않게 중시하였는데, 그 이유는 교육의 열매가 종교의 열매 못지않게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종교적 차원과 더불어 교육에 쏟아 부은 김교신의 정성과 그 성과는 참 이례적이고 놀라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적 차원의 연구는 학위논문 이상의 수준에서 더 이상 깊이 있게 천착되지 못했다. 그것은 김교신의 종교적 삶과 신학이 무교회주의를 둘러싼 여러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심도 있게 연구되고 그에 상응하는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된 것에 비해 유감스러운 부분으로 남아있었다.
김교신이 주업 못지않게 중시했던 교육적 차원의 연구가 거의 없다가 70년대부터 김정환(당시 고려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에 의해 조금씩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김정환이 발표한 김교신 교육관련 글들이 『김교신』(한국신학연구소, 1980)과 그 개정판인 『김교신: 그 삶과 믿음과 소망』(한국신학연구소, 1994)에 삽입되어 널리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김정환은 고려대 재직 당시 교육학개론과 교사론 시간에 교사로서의 김교신을 열정적·감동적으로 강의하였다. 따라서 고려대에서 김정환의 교육학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은 모두다 김교신을 위대한 교사로 알고 있다. 아래의 일화는 그와 관련되기에 소개한다.
2015년에 양정중·고에서 “〈2015 양정의 스승〉 김교신 선생님(1901-1945) 서거 70주년 기념포럼”이 개최되었는데 이화여대 양현혜 교수와 고려대 강선보 교수가 발표자와 논평자로 참석하였다. 포럼 말미에 당시 참석한 양정 교직원들 및 졸업생들과의 질의응답시간에 강선보 교수가 “혹시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 중에 학창시절에 김교신에 관한 강의를 들으신 분이 계시나요?”라고 질문하자 교사 한분이 손을 들었다. 그래서 강선보 교수가 “혹시 고려대 사범대학을 졸업하셨나요?”라고 되묻자 그렇다고 하였다. 김정환 교수의 강의를 들은 것이었다!
김정환의 이야기가 다소 길어진 것은, 그가 교육적 측면에서 김교신을 강의하고, 연구하고, 평가하는데 선구적 기여를 하였기 때문이다. 그가 열정적으로 대학 강단에서 김교신을 강의하고 연구발표하면서 70년대 이후부터 전국의 교육대학원을 비롯해 일반대학원과 신학대학원 등에서 김교신의 교육에 관한 논문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렇듯 김교신에 대한 교육적 관심의 증폭에도 불구하고, 김교신의 교육관련 단행본이 아직껏 한 권도 없다는 필자들의 공통적인 아쉬움이 본 저서를 꾸미게 된 계기가 되었다. 즉 2016년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이화여대에서 개최된 김교신 추모학술대회(주제: 김교신, 한국교육의 길을 묻다)에 강남대 박의수 교수와 고려대 강선보 교수가 발표하고, 그 이후에 양현혜 교수와 의견교환을 하던 중에 김교신의 교육관련 논문들을 한데 모아 교육저서를 발간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였다. 뒤이어 김교신 교육논문을 발표한 감신대의 송순재 교수, 한신대의 임희숙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김교신 교육저서를 발간하기로 하였다. 물론 여기에 고 김정환 교수의 소중한 원고도 유가족과 한국신학연구소 출판사의 동의하에 함께 게재할 수 있게 되어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유가족과 한국신학연구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출판하게 된 이 책의 몇 가지 의미를 다음과 같이 새겨보고 싶다.
우선, 상술한 바와 같이, 이 책은 김교신과 관련된 최초의 교육단행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종교인으로서의 김교신보다는 교육가로서의 김교신 연구가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이 종교인이면서 교육가였던 김교신의 면모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전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고, 나아가 본격적인 김교신 교육저작들을 위한 마중물로서 의미를 지니기를 희망해 본다.
둘째, 대학원생이나 학자가 김교신 교육연구를 하고자 할 때 학자들의 선행연구물이 별로 없어 김교신 원전을 중심으로만 논문을 작성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학자들의 김교신 교육연구물들을 함께 모아둔, 일종의 김교신 교육연구의 기초자료집 성격의 단행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여러 연구자들이 하여왔는데 이 책이 바로 이러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 초기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이 책의 연구자들은 신학자들과 교육학자들이다. 물론 동일 주제 하에 공동연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전공의 시각에서 김교신의 교육적 측면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 보면 신학자와 교육학자의 연구협업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토대가 되어 신학자와 교육학자가 공동연구자가 되어 머리를 맞대고 김교신의 전체적인 면모를 더욱 깊고도 넓게 탐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날의 한국교육은 여전히 위기상황이다. 그 해결 실마리를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우리는 그 희망의 빛을 김교신에게서 찾아보고 싶다. 교육(敎育)의 어원을 분석해 보면 그 핵심이 ‘모범’과 ‘사랑’임을 알 수 있다. 교육의 성자인 페스탈로찌는 “최선의 교육내용과 방법은 사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하였다. 모범적인 삶을 살고, 제자 사랑이 너무나 애틋했던 김교신은 ‘김교신이라는 인간 그 자체가 최선의 교육내용이자 방법’이었다. 진정 우리의 교육이 사회의 등불이 되고자 한다면, 김교신 같은 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풀뿌리처럼 자생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그러한 자질을 지닌 예비교사들을 발굴하고, 키우고, 보호해야 한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교사 김교신에게서 보았고, 따라서 이 책이 그러한 가능성의 실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끝으로 본 저서의 출판에 흔쾌히 동의해 주시고 지원해 주신 박영스토리의 노현 대표이사님과 예쁘게 편집해 주신 편집부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1년 4월 20일
저자들의 위임을 받아
강 선 보 씀
---「머리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