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미중 간 GDP 규모가 역전된다. 2028년을 점쳤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5년으로 당겨졌다. 골든크로스, 변곡점은 다소 유동적이지만 대세는 크게 변치 않는다. 양국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 해방 100년이 되는 2045년, 건국 100년이 되는 2048년, 한국전쟁 100년이 되는 2050년 무렵이면 아시아가 주도하는 신세계 질서가 완연하게 펼쳐진다. 유럽의 19세기, 미국의 20세기를 지나, 다시금 아시아의 21세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들어가며」중에서
다언어와 다문자의 세계 도시를 견문하면서도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도시는 재차 개성이었다. 고려 시대의 수도였던 곳이다. 고려는 당대의 세계 제국인 몽골의 지식 네트워크를 통하여 유라시아 곳곳과 소통하고 있었다. 그래서 유라시아의 서쪽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우리를 지금껏 고려인 (korean)이라고 부른다. 남쪽의 이슬람 문명권에서는 ‘쿠리야’라고 칭하며, 북쪽의 정교 문명권에서는 ‘카레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세계 국가 고려(高麗)의 속성만큼이나 수도의 명칭 또한 의미심장했다. 당시에는 ‘개경’(開京)이라 불리었으니, 한자를 그대로 풀면 열린 도시(Open City), 요즘 식으로 옮기자면 허브시티(Hub City)였던 것이다.
---「1장. 다언어 다문자의 세계 도시」중에서
그렇다면 강원도를 ‘한반도의 알프스’라고 빗댈 수 있을까? 유럽 에서 스위스가 했던 중계와 중재와 중립의 역할을 한반도에서는 강원도가 감당해볼 수 있을까? 강원도 역시도 문자 그대로 ‘강의 원천’江原, 산골이 깊어서 물길이 출발한 땅이다. 스위스에서도 산길과 물길을 이은 것은 사람들의 의지로 만들어낸 철길이었던 바, 동해북부선, 남북열차사업의 핵심도 남북강원도와 남북고성을 통과한다. 스위스가 자랑하는 그 특급 산악 열차로 강원도의 북과 남을 촘촘히 튼튼히 묶고 엮어서, 찬찬히 음미해볼 수 있는 관광 열차를 만들어봐도 좋을 것이다.
---「2장. 치산치수, 알프스에서 강원도를 생각하다」중에서
마침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이 다툰다. G2의 패권 경쟁에 남과 북은 물론이요, 러와 일도 곤혹스럽다. 처지가 비슷하면 협력할 여지도 커진다. 미중의 원심력이 강해질수록, 북과 남이 갈등할수록 일본과 러시아 또한 소원해진다. 러일이 협동하는 촉매가 남북 협력이 될 수 있다. 환동해를 지중해로 삼고 있는 네 나라, 북남과 일러가 합심하야 ‘청해 이니셔티브’를 발동해볼 수 있을 것이다. 좌로는 유라시아를, 우로는 아메리카도 품는 영구 평화의 바다, 원산과 청진과 나선을 잇는 북조선의 동해안 벨트를 주시하는 까닭이다.---「3장. 영세 중립국과 생명 평화 특구」중에서
미래의 전쟁은 인해전술, 사람 머릿수로 싸우는 것이 아니다. 두뇌 싸움, 브레인의 퍼포먼스를 극대화시키는 지식 전쟁, 과학 전쟁, 수학 전쟁이 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아는 것이 힘이요,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방법을 연마해야 한다. 21세기 전장의 최전선은 피 흘리는 필드가 아니라 연구실이고 사무실이다.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는 키보드 워리어가 승패를 좌우한다. 미래 전쟁의 요체는 선제 타격이 아니라 선제 무력화다. AI를 탑재한 드론이나 사이버 공격, 우주 전쟁 모두 전투 이전에 상대방의 지휘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완력으로 싸우지 않고도 지력으로 이기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다.
---「4장. 소프트 파워, 세계는 왜 그들을 주목하는가」중에서
이들은 미국 정부나 한국 정부와도 결을 달리한다. 섣부른 남북통일도 아니요, 어설픈 체제 전복을 꾀하지도 않는다. 체제의 진화, 거버넌스의 혁신을 추동한다. 이들은 김정은이나 김여정과도 연배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동년배 동세대다. 외국을 상대하는 외교부도 적절하지 않고, 내정을 담당하는 기왕의 부처도 어울리지 않는다. 디아스포라청 같은 제3의 기구를 만들어 접점을 늘릴 것을 제안하는 까닭이다. 중국의 개혁 개방에 화인·화교가 지대한 공헌을 하고, 이스라엘의 체제 혁신에 유대인 네트워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처럼 북조선의 단번도약에도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의 역량을 총결집시킬 수 있는 새로운 허브가 필요한 것이다. ‘디아스포라 다이내믹 이니셔티브’다.
---「5장. 텔아비브, 월드 와이드 웨이브」중에서
나라는 언제 무너질까? 민의 마음이 무너질 때다. 국민들이 국가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을 잃었을 때다. 인민들에게 위대한 꿈과 원대한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리더십에도 권위가 붙는다. 여전히 건국 70여 년, 북조선 역시도 젊은 국가다. 가야 할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많다. 큰 꿈을 좇으면서 그 대가를 감내하든가, 무난하게 호위호식하며 쇠락의 길로 떨어지든가 양단간에 선택을 해야 한다. 위대한 대의를 섬겨야 할 것이다. 대의를 완수하는 것이 직위를 보위하는 것보다 대단한 일이다.
---「6장.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중에서
관건은 주변에 보좌하는 인물을 최정예로 꾸리는 것이다. 눈과 귀가 되어주고, 손발이 되어주고, 무엇보다 브레인이 되어줄 코어가 있어야 한다. 비선 실세를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당을 유능한 집단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조선노동당을 세계적인 수준의 스마트 정당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개인플레이가 아니라 팀워크가 중요하다. 시스템과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어야 한다. 당이 체제 개혁과 체질 개선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7장. 리콴유 리더십, 세대, 세기, 세계를 아우르다」중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단연 세계 최고의 스마트 정당은 인민행동당이다. 1949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중국의 공산당보다 유능하고, 1955년부터 일본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자민당보다 기민하다. 혁신과 진화의 아이콘이다. 세계 변화의 최전선에 서서 나라의 방향을 선도하고 솔선수범한다. 리더들의 정당이고, 군자들의 정당이며, 이노베이터들의 정당이다. 군이 아니라 당이 이끌고 가는 정상 국가화를 탐색하는 북조선이라면, 300만 혁명 도시 평양을 500만 스마트 시티 싱가포르처럼 만들고 싶어 할 법한 최고령도자동지라면, 필히 참조해야 할 최상의 학습모델이 아닐 수 없다.
---「8장. 스마트 정당, 윗물과 아랫물, 앞물과 뒷물」중에서
북조선은 싱가포르의 스마트 거버넌스를 학습할 필요가 크다. 조선노동당은 인민행동당의 실력주의와 실용주의를 익힐 필요가 많다. 평양시와 원산시, 나선시, 신의주시 등등 주요 도시들 또한 싱가포르시의 혁신을 배울 일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은 큰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아스라한 추억만으로 남겨두지도 말아야 하겠다. 북조선이 국가적 차원에서, 도시적 수준에서 단번에 도약하는 데 긴히 참조해야 할 학습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9장. 거버넌스 혁신, 글로벌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