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우울제] 중에서
항우울제(SSRI) 중 가장 유명한 약은 1980년대 말에 미국의 일라이릴리(Eli Lilly) 제약회사가 출시한 ‘프로작(Prozoc)’이다. 일라이릴리사는 2005년에 전 세계에서 우울증상의 치료를 위해 프로작을 복용한 사람이 지금까지 5,000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프로작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우울증 환자 치료약으로서보다는 많은 건강한 사람들이 복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이 약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이 넘치며 쾌활해진다고 여겼다. 예를 들어, 지금부터 중요한 거래를 시작해야 하는 비즈니스맨이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할 때 곧잘 긴장하는 사람, 또는 여성과 첫 데이트를 하게 된 소심한 남성 등이 집을 나서기 전에 이 약을 복용하면 밝고 자신감이 넘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프로작은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라기보다는 적극적이고 건강한 일상생활을 보내고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한 마법의 약이나 가정상비약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 [스테로이드제] 중에서
실제로 스테로이드제만큼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는 약은 없다. 예를 들어, 피부의 가벼운 상처나 염증이 생겼을 때 스테로이드제를 바르면 하루 만에 염증이 누그러들고, 3일이 지나면 새로운 피부가 재생한다. 그 밖에도 아토피, 천식, 류마티스, 교원병, 다발성경화증, 뇌의 부종, 만성통증이나 식욕부족, 폐렴, 백혈병 등과 같은 암, 돌발성 난청, 장기이식 후의 면역억제 등 의료현장에서 스테로이드제를 필요로 하는 곳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스테로이드제만큼 안이하게 사용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는 약도 드물다. 이는 스테로이드제가 다른 많은 약들과는 성질이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제는 항생물질이나 항바이러스제처럼 병원체를 죽이는 약이 아니며, 두통약이나 항우울제처럼 병의 원인에 직접 작용하는 약도 아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스테로이드제는 호르몬으로 우리들의 몸에 원래 갖추고 있는 기능을 이용해 병의 증상을 억제하는 대증요법제다.
● [두통약]중에서
시판되는 두통약 중 또 다른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역시 아스피린과 마찬가지로 19세기 말에 발견되었는데, 놀랍게도 바로 사람의 소변 속에서였다.
진통제를 복용한 사람의 소변을 농축했더니 쓴맛이 나는 백색 결정이 남았고, 이것이 후에 아스피린과 같은 부작용이 없는 진통제를 찾고 있던 연구자에 의해 탁월한 진통효과를 가진 물질로 보고되었던 것이다. 연구자가 소변 속의 결정을 핥아 본 결과로 얻은 성과였다.
아세트아미노펜은 1950년대 미국에서 타이레놀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고, 이후 전 세계에 같은 성분의 진통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 약의 구조가 아스피린과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이 약은 오랫동안 아스피린과 같은 원리로 진통효과를 나타낸다고 여겨졌지만, 사실은 달랐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뇌의 신경세포에 직접 작용하지만 과산화물을 포함한 세포(혈소판과 면역세포)에는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아스피린과 같은 위장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 [항생물질] 중에서
사실 내성에 관한 문제는 항생물질이 발견된 직후부터 발생했다. 1940년대 초에 페니실린이 듣지 않는 세균이 등장했던 것이다. 이 세균이 분비하는 효소 페니실리나아제(peni-cillinase)는 페니실린 구조의 일부, 즉 세균에 작용하는 부분을 변화시켜 그 효력을 상실시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페니실린뿐 아니라 다른 항생물질에도 내성을 가진 세균이 차례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내성균에 대항하기 위해 예를 들어 구조적으로 잘 변화하지 않고 세균이 분비하는 효소의 영향을 잘 받지 않는 구조의 항생물질이 합성되었다. 그러나 이들 항생물질에 대해서도 곧바로 내성을 가진 세균이 등장했다. 실제로 병원에서 새로운 항생물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불과 몇 개월 내에 그 약이 더 이상 듣지 않는 내성균이 출현한다고 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