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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 종자는 누가 소유하는가

[ 개정판 ]
리뷰 총점8.0 리뷰 1건 | 판매지수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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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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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84g | 142*210*30mm
ISBN13 9788959407651
ISBN10 895940765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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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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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 적 기억으로, 농부였던 아버지는 해마다 수확한 곡식 중에 일부를 골라 창고에 따로 저장하셨는데, 이듬해 햇살이 따뜻해지면 어김없이 그 씨앗으로 파종 준비를 하셨다. 물과 소독약이 적당히 섞여 있는 커다란 고무 대야에 씨앗을 한가득 붓고서는 온도계로 일일이 온도를 맞춰가며 파종할 씨앗을 애지중지 살피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방법은 그때와 많이 달랐겠지만, 수천 년 전부터 농민들은 해마다 그렇게 좋은 종자를 선발해왔고, 그 농민들의 노고에 힘입어 우리는 건강하고 좋은 곡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불과 40여 년 만에 현실은 많이 달라졌다. 이제 해마다 봄이면 농민들은 종자기업들이 생산한 씨앗을 사기 위해 시장으로 달려간다. 자신이 키운 씨앗이 아니기에, 좋은 씨앗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돈을 주고 산다. 사는 것 외에 씨앗을 구할 방법은 없다. 농민들에게 씨앗이 없기 때문이다. 농민의 씨앗은 40여 년 사이에 거의 다 사라졌다. 무엇이, 누가, 농민의 씨앗을 빼앗아 간 것일까? 어떻게? 農夫餓死枕厥種子(굶어 죽더라도 농민은 그 종자를 베고 죽는다)라 했는데 말이다.
--- p.5

학자들은 오늘날 지구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업에 의한 종자 지배가 장래에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윤을 좇는 기업의 특성상, 종자기업은 많은 종류의 종자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수천 가지 옥수수 품종 중에 A 품종 계열의 종자가 상품성이 좋다고 판단되면, 종자기업은 다양한 품종의 옥수수를 내놓기보단 A 품종 계열만을 판매하고자 할 것이다. 품종이 단순해질수록 개발 비용이나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기에, 종자기업에겐 그만큼 더 큰 이익이 생기게 된다. 많은 양을 파는 것이 중요하지, 많은 품종을 내놓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종의 단순화’가 초래되는 것이다.
--- pp.7-8

라운드업레디 대두는 직접 파종하면 된다. 땅을 먼저 갈 필요도 없다. 지난해 수확을 마친 경작지에 곧바로 씨를 뿌리면 된다. 잡초를 없애는 제초제를 네다섯 가지 뿌려야 했지만 라운드업레디 대두에는 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만 두 차례 살포하면 된다. 라운드업은 라운드업레디 대두만 남겨놓고 모든 식물을 죽인다고 했다. 파종의 편리함과 농약 비용 절감이 집중적으로 홍보되었기 때문에 라운드업레디 대두의 재배 면적이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
특정 제초제와 이 제초제로는 죽지 않는 제초제 저항성 GMO를 함께 도입하면 제초제 사용량이 줄어든다는 것이 애초의 약속이었다. 라운드업레디 대두를 도입하기 전에는 네다섯 가지 제초제를 번갈아 사용해 잡초에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라운드업레디 대두에 맞는 라운드업만 사용하자 여기에 내성을 갖는 잡초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제초제 사용량이 더 늘어나 매년 100만 리터 정도였던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계열 제초제 사용량이 2005년 1억 5000만 리터로 급증했다.
--- pp.33-34

유전자 침식genetic erosion이란 토양 침식에 빗대어 유전자원이 사라져가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2009년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재래종 작물의 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찰해 [식량농업 식물유전자원 국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식물 유전자원이 사라져가는 유전자 침식을 조사해보니 고추, 수수, 기장 등은 더 이상 재래종이 재배되지 않았고, 조사한 작물 중 평균 26퍼센트만이 재래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 동안 재배돼온 종자의 74퍼센트를 잃어버린 셈이다.
--- p.49

국내 농민들이 외국 기업에 지불하는 특허사용료 비용은 2005년 183억여 원, 2010년 218억여 원에 달했다. 그런데 2012년부터 이후 10년간 특허사용료 지급액은 79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특허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6개 품목의 외국산 종자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딸기의 경우 국내산 종자 사용 비중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꽤 성공을 거두어 2005년에 채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던 국내산 종자 사용 비율이 최근 61퍼센트대로 높아졌다. 하지만 포도(98퍼센트), 표고버섯(60퍼센트), 장미(82퍼센트), 카네이션(99.8퍼센트) 등 인기 작물의 종자는 여전히 외국산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농림식품부는 2012년부터 10년 동안 총 8149억 원을 투자하여 2020년까지 종자에 관한 역량을 강화하고 2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골든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종자산업 육성을 통해 종자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 실효성은 의심스럽다. 10년간 투입되는 8149억 원이라는 예산은 실제 초국적 종자기업 몬산토의 1년 치 연구비보다 적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 pp.57-58

2011년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2.6퍼센트였다. 곡물 자급률은 식량 자급률을 대표하는 지표다. 보조적 지표로 식용 곡물 자급률과 칼로리 자급률이 있다. 식용 곡물 자급률은 사료용 소비를 제외하고 사람이 직접 식용하는 곡물의 소비와 생산만 계산한 것인데, 사료용 곡물은 가축이 먹지만 결국 그 가축을 사람이 식용하기 때문에 식용 곡물 자급률은 식량 자급률을 표시하기에 불충분한 지표다. 칼로리 자급률은 육류와 과일?채소류 등 농산물 일반을 모두 포괄하기 위해 고안된 계산법으로, 국내 열량 총 소비량을 분모로 하고 국내에서 생산하여 공급하는 열량 공급량을 분자로 하여 계산한다. 이 방법 역시 국내산 축산물이 공급하는 에너지 열량의 원천이 수입산 곡물에 있는 경우 자급률을 정확하게 표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2011년 기준 한국의 식용 곡물 자급률은 약 44.5퍼센트, 칼로리 자급률은 약 40.2퍼센트다.
--- p.68

이것은 ‘멘델의 유전 법칙’ 때문이다. 우성 유전자 RR과 열성 유전자 rr을 교배하면 Rr이 나오는데 Rr은 우열의 법칙에 따라 우성 형질만 나타낸다. 예를 들어 동그란 완두콩의 동그란 형질(우성) 유전자를 R, 주름진 완두콩의 주름진 형질(열성) 유전자를 r이라고 할 때, 동그란 완두콩 순종 RR과 주름진 완두콩 순종 rr을 교배해 얻은 잡종 1세대 Rr은 모두 동그란 완두콩이다. 그런데 잡종 1세대 Rr끼리 교배하면 2세대에는 RR, Rr, Rr, rr이 나온다. 곧 동그란 완두콩(RR, Rr, Rr)도 나오고 주름진 완두콩(rr)도 나온다. 곧 농민이 처음 기업에서 구매한 종자는 잡종 1세대라 수확량이 많고 우성 형질을 나타내지만, 그것을 수확해 얻은 씨앗은 잡종 2세대로서 수확량이나 품질이 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 p.80

산업형 농업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료와 농약은 주로 석유화학 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산 단계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한편, 땅에 뿌려져 토양 내 미생물을 파괴함으로써 탄소를 품을 수 있는 토양의 능력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농기계는 석유를 연료로 사용한다. 또, 농산물을 포장하고 소비지까지 운송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대기 중의 탄소량을 줄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온 농업이 도리어 탄소 배출의 주범이 되어버린 실정이다.
--- p.98

농식품 체계agrifood system란 먹거리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체계를 뜻한다. 과거에는 주로 지역 내 소비를 위해서 소규모로 생산되고 유통되던 먹거리가 이제 계절과 관계없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생산되며 소비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오늘날의 농식품 체계를 세계농식품체계global agrifood system라고 한다. 전 지구적인 생산과 전 지구적인 소비가 이루어지는 체계다.
--- p.106

GMO를 개발하는 과학자들과 기업의 논리는, 모든 생명체에 대해서 유전자 지도를 통해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자신들이, 조작된 생명체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전자조작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 과연 식물인가 혹은 동물인가, 아니면 공산품과 같은 실험실의 발명품인가를 두고 사회적, 철학적, 그리고 윤리적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유전자의 발현은 유동적이고,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방법을 거친다 하더라도 매번 다른 결과물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반드시 예측한 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일단 실험자가 원하는 위치에 DNA가 정확히 삽입되기 어렵다. 또한 삽입된 DNA와 주위 유전자가 서로 예기치 않은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설사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불안전한 유전자 구조 때문에 세대를 거듭하면서 그 성질이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GMO를 프랑켄푸드Frankenfood라고 부른다.
--- pp.131-132

우리나라에서 상업적으로 GMO 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아직 없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GMO 안전지대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2001년부터 시행된 GMO 표시제는, GMO 농산물이 원료로 들어간 식품에 GMO를 원료로 썼음을 표시해서 판매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그런데 GMO 성분 함유량이 3퍼센트 이하인 경우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면제 기준이 있어, 지금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품에 GMO가 표시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 p.163

“(종자에 대한 특허는) 창조와 혁신이라는 미명으로 행해지는 도둑질이다. 그뿐만 아니라 훔친 지식에 기반을 둔 배타적 권리는 생물다양성과 인류의 일상적 생존 기회들을 도둑질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특허권은 독점을 만들어내고, 일상의 생산물 가격을 높이는 데 이용될 수 있다.” - 반 다 나 시바/인도 생태환경운동가
--- p.187

종자 독점은 농업의 산업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면서 이루어져왔다. 농민들이 재배하는 작물은 거대 기업이 판매하는 몇 가지 품종에 한정되었고, 해당 품종을 재배하려면 농기계를 더 많이 사용하고 그 종자에 맞는 농약과 비료를 더 많이 사용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면 더 높은 생산성을 올리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도 이익이라고 종자기업들은 선전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지출한 농산물 가격 가운데 농가의 몫으로 돌아가는 비중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1910년대에는 농가의 몫이 약 40퍼센트였으나, 1990년대에는 약 7퍼센트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종자, 농기계, 농약, 비료 등 농자재 기업의 몫으로 돌아간 비중은 약 18퍼센트에서 약 37퍼센트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 pp.295-296

거대 자본은 우수한 종자와 화학 농업이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때문에 지구촌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 결과를 보여준다. FAO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엔 지구촌 기아 인구가 약 8억 5000만 명이었는데, 2000년대 후반에는 약 10억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화학 농법이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기는 했다. 그러나 수많은 소농과 가족농이 농사를 포기하고 소수 기업농에 농업 생산이 집중되면서 식량 생산량이 소비 증가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농업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식량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식량 위기에 따른 식품 가격의 폭등은 종자와 먹거리를 지배하는 거대 자본에게 막대한 이윤을 안겨주었다. 종자와 먹거리를 지배하는 소수 자본에게 식량 위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더 많은 이윤과 권력을 가져다주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것이다. ‘종자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종자에서 슈퍼마켓까지’ 거대 초국적 자본들이 독점의 촘촘한 그물망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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