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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각인

시간의 각인

[ 양장 ]
리뷰 총점9.4 리뷰 11건 | 판매지수 2,664
베스트
영화/드라마 69위 | 예술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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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18g | 134*212*20mm
ISBN13 9791189327125
ISBN10 118932712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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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예술은 정신적인 것과 이상을 향한 영원한 동경이 존재하는 곳에서 탄생하고 정착한다. 이러한 동경은 사람들을 예술 주변으로 불러 모은다. 현대 예술은 개인의 가치 자체를 위해서 존재의 의미 탐색을 포기함으로써 잘못된 길을 걸었다. 이른바 창작은 개인화된 행동의 자기 만족적 가치를 주장하는 미심쩍은 사람들의 이상한 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술 창작에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공통의 고매한 사상에 봉사한다. 예술가는 언제나 자신에게 기적처럼 주어진 재능에 보답하려고 하는 종복이다. 그러나 오직 희생만이 진정으로 자기주장을 표현하는 것임에도 현대인은 어떤 희생도 하고자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에 관해 점차 잊고 있다. 따라서 인간적 소명감도 잃고 있다.
--- p. 56, 「이상을 향한 동경으로서의 예술」 중에서

영화에서 감독이 하는 작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시간을 조각하는 것이라고 잠정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 조각가가 대리석 덩어리를 붙들고서 완성된 작품의 특징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며 군더더기를 제거하듯이, 영화인은 생생한 사실들의 거대하고 불가분한 집합체로 이루어진 시간 덩어리에서 앞으로 나올 영화의 요소가 되어야 하는 것, 영화 이미지의 구성 성분으로 판명되는 것만 남겨두고 불필요한 것을 모두 잘라내서 던져버린다. 모든 예술 장르에 존재하는 예술적 선별 작업은 바로 이런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 p. 86, 「시간의 각인」 중에서

영화는 사실적, 구체적, 독보적 상태에 있는 현실의 운동 자체를 기록하는 수단으로 탄생했다. 영화는 다시 또다시 생성되는 순간을, 우리가 이 찰나를 필름에 각인해 넣으면서 지배할 수 있게 되는 가변적·유동적 상태의 순간순간을 기록한다. 이것이 바로 영화 매체를 결정해주는 것이다. 작가의 구상은 오로지 우리가 묘사하는 명백하고 구체적인 각 순간 속에서,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질감과 감정 속에서 포착되는 현실의 급류 안으로 관객을 던져 넣을 수 있을 때만 그의 흥미와 흥분을 자아내는 살아 있는 인간적 증거물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는 실패하고 만다. 영화는 태어나기 전에 늙어 죽는다.
--- p. 126, 「예정과 운명」 중에서

영화 「스토커」에서 주인공 스토커는 연약해 보인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다름 아닌 스토커야말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려는 자신의 의지와 믿음 덕분에 패배하지 않는다. 결국, 예술가들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봉사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자신의 직업에 종사한다. 나는 자기 자신을 창조한다고 생각하고 또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예술가들이 정말 놀랍기만 하다. 예술가는 자신이 시대에 의해서, 동시대인들에 의해서 창조된다는 것을 운명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 234, 「예술가와 책임」 중에서

감독의 과제는 삶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삶의 운동, 모순, 경향과 투쟁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감독의 의무는 그가 포착한 진리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심지어 이 진리가 누군가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그래야 한다. 물론, 예술가가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이런 방황이 꾸밈없이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예술가의 정신적 삶의 현실, 주변 세계가 낳은 그의 편력과 투쟁의 현실을 재현해주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궁극적 진리를 소유하고 있을까? 무엇을 묘사할 수 있고 무엇을 묘사해서는 안 되는지를 놓고 벌이는 대화와 논의는 단지 진리를 왜곡하는 평범하고도 비도덕적인 시도일 뿐이다.
--- p.242, 「예술가와 책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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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을 마주 대하고 있으면 단지 훌륭하다거나 배움을 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거의 압도적인 무게 앞에서 숨을 쉬기 힘들어진다. 문장을 하나씩 읽어나갈 때마다 거기서 영혼의 피라는 잉크를 찍어서 그것이 스며드는 양피지 위에 한 단어, 한 문장, 차라리 이렇게 불러보고 싶은데, 한 구절씩 써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타르콥스키는 몇 번이고 다시 예술가의 자유를 말하는 대신 그 자신의 임무와 책임을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나는 그 문장에 줄을 친 다음 여백에 써넣었다. 그렇다면 관객의 임무와 책임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영화를 보는 일은 점점 하찮은 행위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남은 것은 예술 작품들뿐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 지나가버린 세기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미지를 만든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 안드레이 타르콥스키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이 책에 기록하고 있다. 세계가 영화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 시선에 마주하면서 영화가 책임을 안고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임무라는 대답이 여기에 있다.”
- 정성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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