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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이동
리뷰 총점9.4 리뷰 70건 | 판매지수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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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76g | 135*195*21mm
ISBN13 9791166831270
ISBN10 116683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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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일주일째는 되어야 알게 되는 기분이 있다. 어떤 흐름의 끝에 안착했을 때의 평안함. 새끼손톱만 한 구멍에 물음표 모양의 쇠고리가 탁, 하고 걸린다. 아무리 바깥에서 요란하게 흔들어도 풀리지 않는, 당기면 당길수록 견고해지는 그런 상태. 모든 게 잘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봉희는 손바닥을 빠르게 움직여 배를 난타했다. 몸은 단식 초반의 사나운 저항을 지나 온순해졌다. 이럴 때는 더 못살게 구는 게 맞다. 연료가 고갈된 몸이 곳곳의 지방을 가져와 부지런히 태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p.11-12

우리 모두에겐 운남이 필요했다. ‘의 마지막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이름은 그랬다. 단식을 통해 30 넘게 감량한 운남은 아직 70대였다. 예전처럼 초고도 비만은 아니었지만 의학적으로 아직 숙제가 남은 비만이었다. 인터넷에 나도는 패션 몸무게에 비하면 갈 길은 더욱 멀었다. 석 달 안에 51까지 만들어야 했다. 가장 정석으로, 건강한 방법으로.
--- p.31

몸은 복수의 화신이다. 잘 당하지만 당한 만큼 보복한다. 어설프게 덤비면 원래 몸무게에 5 정도의 살덩이를 더 얹어 강한 펀치를 날린다. 그걸 몇 번이나 겪었기에 다이어트를 시도하지 못하는 상황일지 모른다. 무기력과 자책, 자신의 몸에 대한 무례한 반응이 준 상처가 한데 섞여 더 깊은 우울을 만들었을 것이다. 봉희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다.
“우리 단식원에 와보실래요? 제대로 된 방법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는데요.”
이렇게 여자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 p.41-42

여상 시절 친구들과 학교 앞 노점상에서 닭꼬치를 먹던 날, 그곳을 지나가던 한 무리의 남학생들 중 누군가도 그렇게 무례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봉희도, 친구도 갓 튀겨낸 닭꼬치에 소스를 바르던 아주머니도 못 들은 척했다. 그러나 봉희는 잠시 멈칫했던 아주머니의 손과 자신의 표정을 재빠르게 확인하던 친구의 눈빛을 슬로우 비디오 화면처럼 똑똑히 보았다. 봉희의 귀에 정확하게 꽂힌 그 한마디를 못 들을 리 없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얼굴들이 무신경하게 뱉은 한마디.
“돼지 년아, 적당히 처먹어.”
--- p.42-43

100kg에 육박한 몸으로 대학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무의미한 일이었다. 몸이 변하지 않으면 새로운 삶은 어림없었다. 봉희에게 살찐 몸은 마치 낮은 신분과도 같았다. 유능하고, 가진 게 많아도 뚱뚱한 몸을 걸치고 있는 이상 늘 위축되고 구속될 터였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봉희는 그걸 알았다.
--- p.75

“요즘 세상에서 살찐 몸으로 사는 게 얼마나 비참한 일인 줄 아세요?”
“요즘 세상이 그러믄, 그냥 내 세상에서 살면 되는 거지. 뭔 영화를 누리겠다고 억지로 먹는 걸 끊어. 쓸데없는 말하지 말고, 우리 강미 어디 있냐고. 숨길 생각 말고 얼른 말해, 내 새끼 어디 있느냐고. 내놓기 전에는 나 여기서 한 발도 못 나가.”
운남의 어머니는 흔들림이 없었다. 뒷다리에 힘을 꽉 주고 정수리로 구유리의 명치를 밀고 나가는 황소 같았다. 촬영 장비를 철수하는 스태프들이 지나다니는 게 보였다. 봉희가 떨리는 손으로 여자의 팔을 잡았고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저희도 찾고 있어요.”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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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식원에 들어가서까지 살을 빼야 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히 살을 빼야 하는 상황만을 그리지 않고 단식원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뭇 인간들의 욕망까지 그렸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눈길을 거둘 수 없게 한 욕망들! _박상률(소설가)
고백하건대, 나는 권여름 소설의 오랜 애독자이다. 그를 가르치던 한 시절, 나는 그의 새 글이 나오기를 애면글면 기다렸다. 소설가인 나는 습작생인 그의 작품에 늘 갈급하고 환호했다. 이 작품은 권여름의 첫 장편소설이다.
- 해이수 (소설가)
그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이 뜨거운 화두가 된 시대이지만, 지금도 여성의 몸은 여전히 계급이 된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는 몸 때문에 좌절하고 실패한 여성들을 소비하는 다이어트 산업의 이면을 치밀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이미 문제적이지만, 그 몸의 권리를 빼앗긴 여성들의 자각과 연대로 나아가는 서사이기에 더 큰 의미로 가닿는다.
- 조해진 (소설가)
뚱뚱한 몸은 곧 낮은 계급이라는 인식과 다이어트 산업의 융흥 현상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고, 다양한 인물의 모습이 입체적인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주인공이 변화되는 과정이 우리 시대의 역상(逆像)으로 충분한 호소력을 보여준다.
- 유성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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