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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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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46g | 134*186*21mm
ISBN13 9791155813911
ISBN10 11558139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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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를 ‘세 걸음 위’로 날아오르게 해주었던 이야기들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흥미롭게도 이 이야기들은 내 기억처럼 보편적이지 않았다. 오늘날 쉽사리 떠올리는 환상 세계의 이미지는 많은 부분 영화에서 왔을 텐데, 그런 영화의 원전이었을 고전 동화들 또한 익숙한 이미지의 재탕이려니 섣불리 예단했다가는 흠칫 놀라게 된다. 원액답게 개성이 넘치고, 각 시대의 특수한 무늬가 새겨지고, 재치 있는 디테일로 가득한 이야기들이다. 뭉근한 단맛이 아닌 칼칼하고 또렷한 맛이다.
--- p.9

흥미진진한 우화들을 모아놓고 주인공의 강한 개성을 실 꿴 바늘처럼 이용해 종횡무진 이어붙인 피노키오의 전개방식도 대담하기 이를 데 없다. 아무 데나 잘라내어 인용해도 신기할 정도로 짜임새가 있는 에피소드들을 보면 이 이야기가 오래 살아남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전체적으로 장편이지만 하나하나가 단편인 이 구조는 오늘날 더욱 인기를 끄는 방식이 되었다.
--- pp.10-11

요즘 피노키오 같은 주인공을 내세운다면 상당수의 독자들은 그를 응원하기보다 미워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조차도 피노키오는 나와 너무 다른 아이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단벌 외투를 팔아 사 온 책을 인형극을 보기 위해 팔아버리다니, 난 이렇게 무신경하지 않아. 하지만 이제 다시 읽어보니 작가는 실제의 아이를 지나칠 정도로 잘 관찰했다. 많은 아이들이 눈앞의 유혹에 빠지면 다른 문제를 잊어버리거나 합리화하고, 유혹이 사라지면 곧 후회한다. 그리고 유혹에 빠졌던 자신을 까맣게 잊는다. 애어른처럼 의젓한 어린이 인물들은 아이한테 짜증 내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독자의 입맛일 뿐, 진짜 아이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존재다.
--- p.11

오래전 이미 읽은 동화를 왜 굳이 다시 읽어야 할까? 그러고 싶다면 일차적으로는 그립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다시 읽고 보면 이 이야기가 어린이 독자에게 보여주는 결, 그리고 다시 읽는 성인 독자에게 보여주는 결이 다른 것을 느끼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요리의 황홀함도 특별하지만, 접시 한구석의 완두콩도 남기지 않는 나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되는 맛도 있기 때문이다.
--- p.12

“나는 너무너무 배가 고파!” 피노키오가 말했다.
“여기 이 비둘기 집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그러고 나서 내일 새벽에 바닷가에 도착할 수 있게 다시 떠나는 거야.”
피노키오와 비둘기는 빈 비둘기 집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물이 가득 담긴 대야 하나와 야생 완두가 담긴 바구니가 하나 달랑 있을 뿐이었다.
피노키오는 태어나서 한 번도 야생 완두를 먹어본 적도 없으면서 완두를 먹으면 구역질이 나고 속이 메슥거린다고 투덜댔다. 하지만 그날 저녁 피노키오는 야생 완두를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바구니에 든 완두를 거의 다 먹어치우고서 피노키오는 비둘기에게 말했다.
“야생 완두가 이렇게 맛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다 생각하기 나름이야. 정말로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으면 야생 완두조차 별미처럼 느껴진단다. 배고프면 돌도 씹어 먹을 수 있는 거야.”
--- pp.147-148

“내일이면 너는 나무로 만든 꼭두각시가 아니라, 말 잘 듣는 진짜 아이가 되는 거야.”
간절히 바라던 말을 들은 피노키오가 얼마나 기뻤는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요정은 피노키오 학교 친구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해 근사한 아침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요정은 커피 우유 200잔과 양면에 버터를 듬뿍 바른 샌드위치 200개를 준비했다. 즐겁고 기쁜 날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한 시간도 되기 전에 피노키오는 친구들을 모두 초대했다. 어떤 친구는 피노키오를 위해 기뻐해주며 기꺼이 초대를 받아들였지만 망설이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버터를 양면에 바른 샌드위치를 커피 우유 적셔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우리도 축하해주러 갈게’라고 했다. 하지만…….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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