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다른 집단을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설상가상 그들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우리와 그들 사이에는 원천적인 차이가 있다고 믿고, 그들이 우리와 다를 뿐만 아니라 열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을 분리하고 배제하려고 든다. 선을 규정하고 우리가 ‘우리’가 될 때 동시에 악을 드러내며, 정답을 한정하고 동시에 나머지는 오답으로 치부하는 것처럼, 우리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바깥에 있는 그들을 악하고 틀린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합리성이 결여된 집단적 분류 및 분리·배제 시도를 ‘차별’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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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라는 격언이 있다. 겉만 보고 속을 판단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고를 때는 표지가 큰 영향을 끼친다. 마찬가지로 사람을 판단할 때는 인종과 피부색을 고려하는 습관을 떨치기 어렵다. 인종과 피부색으로 인해 발생한 차별과 폭력의 역사는 길고 그 사례는 방대하다. 대표적인 예로 인종, 민족, 종교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특정 집단을 말살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인 제노사이드가 있다. 1923년 일본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에 대한 악성 유언비어가 퍼지며 촉발된 관동 대학살이나, 1937년 중일 전쟁 당시 일본군이 난징에 진입하여 수만 명 이상의 중국인을 학살한 난징 대학살이 제노사이드에 해당된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대상으로 자행한 홀로코스트 역시 인종과 피부색으로 인해 발생한 차별과 폭력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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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철의 여인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 Robert K. Merton 은 생각대로 되는 것을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고 했다. 자기 충족적 예언은 어떠한 결과에 대한 기대나 예측이 현실에도 강력한 영향을 주는 현상이다. 이는 편견에도 적용되는데, 어떠한 편견은 단지 예언에 맞춰 행동하는 경향 때문에 정확해지거나 더 강화되기도 한다. 이것이 사람을 범주화하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 세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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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채용 기준의 공정성이다. 이는 채용 기준이 업무 수행 능력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와 연결된다. 만약 악력이 소방 공무원의 업무 수행 능력을 고려하는 데 필요하다면, 그 능력을 측정하는 정확한 기준이 중요해진다. 즉, 악력 종목의 합격선으로 40킬로그램이 적절한지 혹은 20킬로그램으로도 충분한지에 대한 기준이 중요한 것이지, 지원자의 성별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반대로 필기시험이 소방 공무원의 업무 수행 능력을 정확히 예측해 주는 도구라면, 필기시험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다.
--- p.102
차별도 마찬가지다. 비난받을 만한 차별이 늘 법적으로 제재받을 만한 차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차별은 무엇이며,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일까?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으로는 ‘차별금지법’이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민권법’이 차별금지법의 역할을 수행하며 독일의 경우에는 ‘평등대우법’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과 독일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법률을 통해 차별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국가마다 차이는 존재하지만, 대체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은 그 범위와 목적이 제한적이다.
--- p.137
혼자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사람들 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노숙인이나 장애인, 이주 노동자, 성전환자가 극단적인 고통을 받는 사회에서, 국민의 대다수가 피해 의식과 좌절감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어느 계층에서나 불평등이 만연한 환경에서 혼자만 초연하게,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리 없다. 온 세상이 울고 있는데 그 비극이 나만 피해 갈 리도 없다.
--- p.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