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숙주는 서로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공생한다.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를 발견해 들어가려면 높은 종간 장벽을 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유전자 염기서열을 바꾸어야 한다.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것이다. 새로운 숙주에 들어와 정착하려면 숙주의 면역체계와 부딪치는데, 그 과정에서 병을 일으키고 심하면 자신의 터전인 숙주를 죽게 할 수도 있다.
---「1장_전염병을 차단하는 항바이러스제」중에서
미국 여성인권 운동가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1879~1966)는 굶주림을 피해 이민 온 아일랜드 출신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석수장이였던 아버지는 집안을 돌보지 않았다. 생어의 어머니는 18번 임신해 7번 유산하고 11명의 자녀를 출산했다. 잦은 임신과 출산으로 건강을 해친 생어의 어머니는 50세의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여섯째 아이였던 생어의 나이 19세 때 일이었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생어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거예요. 어머니는 아이를 너무 많이 가져서 돌아가신 거라고요.”
---「2장_여권 신장을 가져온 피임약」중에서
탈모약은 초기에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모근 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면 약으로 되살릴 수 없다. 탈모 방지 샴푸도 많이 사용하지만, 모발이 빠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모발과 두피에서는 세포분열이 빨리 일어나는데, 음식물 섭취가 줄면 모발에 필수적인 영양소 공급도 줄어든다. 따라서 규칙적인 식사와 스트레스 관리, 두피를 청결하게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3장_카리브해에서 찾은 탈모 치료제의 열쇠」중에서
인간에게만 병을 일으킨다는 가설을 증명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병에 걸리려고 자원해서 시험에 응하는 사람이 있을까? 결국 마셜은 자기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세균이 담긴 50mL의 용액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는 곧 심한 위염을 앓았고, 내시경 검사를 거쳐 위 속의 세균을 발견했다. 마셜은 세균감염으로 위염이 생긴다는 것을 확증했다. 이 세균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다.
---「4장_현대인의 쓰린 속을 달래 주는 위장약」중에서
기적의 약 클로르프로마진 덕분에 정신병 환자의 집단 퇴원이 이뤄졌다. 1955년 55만 9,000명으로 최고에 달했던 미국 정신병 환자는 1990년 12만 명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덩케르크의 차가운 바다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라보리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시도는 정신병 치료에 혁명을 일으켰다.
---「5장_환청과 망상에서 벗어나게 한 조현병 치료제」중에서
프로작은 우울증 환자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사소한 감정을 개선하는 기적의 약이 되어 사회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프로작 열풍은 정신과 약물이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제 정신질환자는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사람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일 뿐이라는 공감대가 생겼다. 이후 다양한 SSRI가 출시되면서 우울증 치료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6장_인생의 즐거움을 되찾게 한 항우울제」중에서
1963년 나온 바리움은 리브륨을 대신했고 항불안제와 수면제의 대명사가 되었다. 1969년부터 1982년까지 13년 연속 바리움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이 되었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이 복용했는데,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즈의 노래 ‘어머니의 작은 도우미’에 나오는 ‘작은 노란 알약a little yellow pill’은 바리움을 뜻한다. 이 노래는 주부들에게 남발되어 처방된 신경안정제의 인기와 과다 복용, 중독을 다루었다.
---「7장_불안과 스트레스를 잠재우는 신경안정제와 수면제」중에서
레이건은 동유럽에서 공산주의를 몰아내고 1991년 소련을 붕괴시키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 철의 장막이라 불리던 소련 공산주의를 야심차게 무너뜨렸지만, 83세를 맞이한 레이건은 충격적인 고백을 하고 만다.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것이다. 레이건은 알츠하이머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나의 사랑하는 미국인들에게’라는 편지로 자신의 병을 공개했다.
---「8장_뇌 건강을 지켜주는 뇌 질환 치료제」중에서
당뇨는 나이, 유전, 식사습관, 비만, 운동 부족이 큰 원인이다. 당뇨가 오면 초기에는 경구용 당뇨약을 처방한다. 약은 입으로 먹는 경구용이 가장 편리하다. 최초의 경구용 당뇨약은 항생제 설파제에서 시작했다. 독일 과학자 게하르트 도마크는 1930년대 ‘마법의 탄환’ 이라고 하는 설파제를 개발했는데, 이 약은 몸안에 있는 세균을 죽일 수 있어서 감염증 치료에 혁신을 일으켰다.
---「9장_혈당을 낮춰주는 당뇨약」중에서
전주에서 의료선교사로 활동하던 미국인 폴 크레인 Paul Crane 박사는 1963년 복통으로 병원을 찾은 9살 소녀를 진단했다. 장폐색증을 확인하고 급히 수술에 들어갔지만, 소녀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장을 막은 것은 회충이었다. 몸속에 있던 회충은 1,063마리나 되었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환경에 분노한 크레인 박사는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다음해 주한 민간 구호단체 연합회에 협조를 구했고, 연합회는 후원을 결의했다. 당시 보건사회부는 기생충 박멸사업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1966년 4월 국회에서 ‘기생 충질환예방법’이 통과하면서 기생충박멸협회가 출범했다.
---「10장_기생충을 없애는 구충제」중에서
유전자 치료제는 정상적인 유전자와 이를 운반하는 바이러스 등의 벡터 그리고 몸속에서 유전자를 절단하고 결합하는 효소로 구성 되어 있다. 운반을 담당하는 벡터로 바이러스를 많이 쓰는데,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인체에 해를 일으킬 수 있다. 염증, 독성, 암을 유발할 위험도 있어, 만일 유전자 치료를 받는다면 위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한 다음 참여해야 한다. 지금은 혈우병, 진행성 망막 변성, 척수성 근육위축증, 혈액암 등 유전자 치료의 영역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11장_새로운 지평을 여는 유전자 치료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