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역사와 여신도의 역할이 돋보이는
세계 선교의 이야기
사도행전은 몇 가지 면에서 독특하다.
첫째, 사도행전은 한 민족 종교가 세계적인 종교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도행전은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기독교 운동이 이스라엘 안에서 ‘온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으로까지, 그리고 더 멀리 ‘땅끝까지’(행 1:8) 곧 로마와 같은 지중해 연안의 여러 곳까지 널리 확산해가는 과정”(굿뉴스 스터디바이블, 사도행전)을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의 복음이 “이스라엘의 중심부요 메시아의 도성이요 최초의 그리스도교의 발생지인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당시 세계의 심장부인 로마에까지 이르는 선교의 행로”(독일성서공회 해설성경, 사도행전)를 통한 기독교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신약전서에서만 나오는 ‘로마’[로마인 포함]라는 말이 신약 전체에서 23개 절에 23회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것도 사도행전에서만 18개 절에 18회 나온다. 세계의 모든 길이 다 로마로 통하던 시절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당시 로마는 곧 세계였던 셈이다. 스토리텔링성경 사도행전에서 우리의 스토리텔러들은 ‘로마’라는 말을 무려 344회나 언급하면서 기독교가 세계로 확산한 것을 증언하고 있다.
둘째, 사도행전이라는 책 이름이 ‘사도(使徒)들의 행적(行蹟)’[The Acts of the Apostles]을 말하는 것이기에 독자들이 탈 유대교적 기독교 선교의 주역이 어쩌면 우리 주님의 ‘열두 사도’[The Twelves]일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 선교의 주역들은 바울을 포함한 일반 신도(信徒)들이었다. 열두 사도는 선교의 주역 대열에서 살짝 곁으로 비켜 서 있다. “기독교 신앙이 온 세계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진정으로 깨달은 사람은 예루살렘 교회가 뽑은 일곱 집사 중 하나였던 스데반이었다(행 6:8-8:2)”(굿뉴스 스터디바이블).
스데반은 열두 사도에는 속하지 않는 헬라파 유대인이었다. 그런데 그가 석살형(石殺刑) 순교를 당한 후 교회가 큰 핍박을 받게 되었을 때, 믿는 사람들이 “다 유대와 사마리아 모든 땅으로 흩어”졌고(행 8:1), 흩어진 그들은 흩어진 그곳에서 비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했는데, 그때 열두 사도는 모두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 사도행전에 기록되어 있다(행 8:1). 그때 [사도 빌립이 아닌] 일곱 집사 중 하나였던 빌립이 사마리아로 가서 복음을 전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도들은 이방인에게 복음 전하는 것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빌립이 사마리아인들에게 복복음을 전한다는 소식을 들은 예루살렘의 사도들은 사도 중에서 베드로와 요한을 현지로 보내어 진상을 조사하게 할 정도였다(행 8:14). 그러나 사마리아인들에게도 하나님이 보내신 성령이 임하는 것을 확인하고서 비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빌립은 계속하여 에티오피아 내시에게도 복음을 전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받아들이게 하였다(행 8:5-40). 사도 베드로를 통한 비유대인 고넬료의 개종과 고넬료 자신의 기독교 복음 전파(행 10-11장), 이스라엘 바깥, 소위 이방 땅 안디옥에도 복음이 선포되고, 최초의 비유대인 신도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칭호를 얻는 것 역시 사도들의 선교 활동 결과였다기보다 예루살렘 바깥으로 흩어졌던 신도들과 소위 ‘이방인’ 개종자의 선교 활동 결과였다. 우리의 스토리텔러들은 사도행전에 10회 언급된 ‘고넬료’를 그들의 이야기에서 43회나 언급하며 그의 선교적 공헌을 말해주고 있다. ‘안디옥’[수리아, 시리아 지역] 역시 신약에서만 17개 절에서 18회 출현하는 낱말이지만, 스토리텔링 성경의 사도행전 스토리텔러들은 이곳을 무려 114회나 언급하면서 이스라엘 밖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는지를 이야기한다.
셋째, 사도행전은 기독교의 세계적 확산에 큰 공헌한 여성들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우리의 스토리텔러들도 이 사실을 밝히고 있다(스토리텔러들이 사도행전 1:14; 5:1-2, 14; 8:3, 12; 9:2, 36-41; 12:12; 16:9-15; 17:4, 12, 34; 18:2, 18, 26; 21:5, 9 등을 다룬 이야기 부분을 볼 것). 성령 강림 현장에는 ‘여자들’이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합심하여 기도하고 있었고(행 1:14), 기독교인이 된 다비다[그리스어 이름, 도르가]는 평소에 구제를 통하여 복음을 확산시켰다. 그 여성은 죽은 상태에서 베드로가 살려낸 여인이었다. 다비다는 특히 평소에 과부들을 위한 헌신으로 복음 전파에 큰 역할을 했다(행 9:36-41).
루디아는 유럽의 첫 기독교인으로서 유럽 선교의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행 16:9, 14-15). 인명 ‘루디아’는 사도행전에서만 2회 출현한다. 사도행전의 스토리텔러들은 루디아를 9회나 언급하면서 그 여자가 기독교 선교에서 어떤 공헌을 했는지를 밝힌다. 바울의 동역자 중에 천막제조업을 하는 부부 아굴라(남편)와 브리스길라(아내)의 경우는, 부부가 함께 언급될 때는 아내가 남편보다 먼저 언급되는 예외를 보이고 있다(행 18:2-3, 18, 26). 우리의 스토리텔러들은 사도행전에 겨우 두세 번밖에 등장하지 않는 이 세 여성을 30회 이상 언급하면서 그들의 선교 활동을 소상하게 밝힌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에 관해서도 사도행전에는 겨우 2회밖에 언급되지 않지만, 9회나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를, 아내 이름부터 먼저 부르면서 그 부부를 소개하고 있다.
넷째, 기독교의 세계적 확산이 성령께서 직접 활동하시는 역사(役事)의 결과임을 강조하는 점에 있어서 사도행전을 능가하는 책이 성경 안에는 없다. 개역성경전서 전체에서 ‘성령’이라는 낱말이 191개 절에 205회 출현한다. 그중에 사도행전에서만 ‘성령’이 51회로 가장 빈번하게 출현하고, 누가복음서에 18회, 고린도전서에 18회, 갈라디아서에 14회, 요한복음서에 13회, 요한계시록에 13회, 로마서에 12회, 에베소서에 11회, 마태복음서에 10회, 신약의 나머지 책들에서 1-7회 정도 출현한다.
이러한 경향을 두고서, 주석에 따라서는 사도행전(使徒行傳)을 달리 성령행전(聖靈行傳)이라고 일컫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굿뉴스 스터디바이블). 우리의 스토리텔링성경 사도행전의 스토리텔러들은 사도행전의 이러한 특징을 강조하다가 마침내 ‘성령’이라는 낱말을 스토리텔링성경 사도행전 안에서만 무려 275회나 사용한다. 독자들은 사도행전 6:3, 5; 7:55; 8:15, 17; 9:17, 31; 11:24, 28; 13:52; 214:11 등에서 우리의 스토리텔러들이 성령의 역사를 어떻게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민영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역임, 대한성서공회 번역실장, 총무 역임,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컨설턴트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