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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장강·황하 편 2 (큰글자책)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장강·황하 편 2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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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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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590g | 186*276*20mm
ISBN13 9788934903024
ISBN10 893490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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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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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다 보면 시어 사이사이 깊게 스며 있는 늙은 시인의 고독과 그리움에 절로 깊은 동정이 인다. 때를 만나지 못해 불우한 삶을 살았던 수많은 지식인, 난리 통에 떠난 고향을 절절히 그리워하며 술잔을 기울이던 수많은 사람이 이 시를 읽으며 시인과 함께 울었을 것이다. 이 시에는 슬픔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바로 이 시의 풍격으로 말해지는 ‘비장미悲壯美’에 그 답이 있다. 역대 수많은 평자는 이 작품을 비장미를 가장 잘 구현한 시로 평가했다. 슬프면서도 장엄하다. 슬픔과 장엄함의 이중주다. 장엄함 때문에 슬픔에는 강한 힘이 스민다. 바로 이 강한 힘이 실린 장엄한 슬픔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고 우리 안의 슬픔을 위로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구당협에서 불어오는 찬 가을 바람을 맞으며 두보의 〈등고〉를 음송하다 보면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지만 가슴 한편에 호연한 기상이 쌓이는 듯 뜨거움이 일렁인다.
--- p.43-44

청풍과 명월이라는 조물주가 허락한 무진한 보배를 누리는 삶은 결코 누추하지도 않고, 가난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풍요로운 물질문명의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도 늘 결핍과 불만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와는 달리 동파는 가난하고 자유롭지 못한 유배지의 궁핍한 환경 속에서도 풍요를 마음껏 누리며 행복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달빛 밝은 어느 날 밤, 황주에 있는 승천사라는 절을 찾아가 노닌 〈기승천사야유〉라는 짧은 글은 동파의 맑은 행복의 진수를 보여준다.
--- p.90

이백의 가슴을 거칠게 흘러들어가는 강물이 하필 황하였을까? 아마 탁한 물결로 거칠게 흘러가는 황하가 시인의 가슴속에서 거칠게 솟구쳐 오르는 시대와 세상을 향한 분노와 원망을 표현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백의 많은 작품 중에서 회재불우의 격한 감정을 토로한 작품 속에는 황하가 자주 등장한다. 소와 양을 잡아 삼백 잔을 마셔서 만고의 근심을 씻어버리겠다고 울부짖던 〈장진주將進酒〉에도, 칼을 빼어 들고 자신을 몰라주는 세상을 향해 악다구니를 쓰던 〈행로난行路難〉에도 황하는 어김없이 작품 한복판을 흘러간다. 어쩌면 이백의 행운유수行雲流水, 만마분등萬馬奔騰의 거침없는 필세는 황하의 강물이 그의 울적한 가슴을 관통하여 흘러가며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 p.209-210

참으로 길고 신산한 하루의 여정이었으니, 이 모든 것이 중국을 너무 쉽게 본 탓이었다는 자책이 들었다. 비단길을 탐사했을 때나 황하 상류 지역을 여행했을 때에는 길이 험하고 여건이 불비함을 감안하여 매번 신중하게 진퇴를 결정했었다. 밤에는 되도록 길을 나서지 않았고 기름은 미리 충분하게 준비했었다. 그런데 황하 중류 지역을 탐사하는 이번 여행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도로 사정이 좋아 어디든 빠르고 쉽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행에게 호언장담한 게 화근이었다. 진섬대협곡이 이어지는 산서 서북부 지역은 여전히 변방 지역이었음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인생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냐?”라는 명대사가 떠올라서 일행을 향해 사죄했다. “제가 중국을 너무 쉽게 본 탓입니다.
--- p.249-250

절벽 중간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발끝으로 한참을 디딜 곳을 찾아야 하니 그 아찔함은 장공잔도를 넘어선다. 역시 안전띠를 조끼처럼 차고 고리 달린 줄을 차례로 연결하면서 내려간다. 안전띠를 갖추었다고 하지만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해 내 짧은 다리가 허공을 허둥대면 이마에 식은땀이 흐른다. 이 무모한 길을 가자고 제안한 일행을 원망하기도 하고, 제발 험한 곳은 피해 다니라고 신신당부하던 집안 누님의 걱정스런 얼굴도 떠올리며 가까스로 험로를 벗어나 박대 하기정에 도착했다. 하기정의 풍경은 그 험로의 수고를 단박에 씻어주었으니 이런 풍경이 세상에 있을까 싶었다. 깊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동봉을 비롯한 주변의 수려한 산봉우리들이 무슨 보물인 양 빙 둘러 박대를 옹위하고 있다. 그 봉우리 하기정 돌의자에 턱하니 앉아 사방을 둘러보는데 이 대단한 풍경의 주인이 바로 나 자신이라도 되는 듯 의기양양 가슴이 뜨거워진다.
--- p.319

황하가 이제 그 먼 여정을 다하고 더 큰 어머니 바다의 품속으로 돌아간다. 술 한 잔 강물에 따르고 며칠 전부터 준비한 송별시 한 수를 강가 모래밭에 적었다.
본시 천상의 물이었으니
응당 하늘 밖 하늘로 돌아가는 것
높은 초원에 아홉 구비로 아름다웠던 그대
대협곡에서는 만 마리 용으로 내달렸었지
함께 마시던 옛 나루터의 밤
손잡고 바라보던 둥근 지는 해
그대 어느 마을 지체하며 흘러가시는가
웃음소리 꿈속에 아득히 이어지는데
- 김성곤, [송황하送黃河〉]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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