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과학자, 기상학자, 대기과학자, 해양과학자, 지질과학자 등 기후 전문가들은 흔히 기상을 ‘기분’, 기후를 ‘성품’에 비유한다. 기분(기상)은 매일 그리고 시시각각 변화하지만 한 사람의(특정 지역의) 성품(기후)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만약 성품이 변화하면 ‘기후변화’와 같이 문제가 된다. 또 “기후란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고, 기상은 당신이 보는 것이다.”라고 비유하거나 “기상은 우리가 무슨 옷을 입을지를 알려주고, 기후는 우리가 무슨 옷을 사야 할지를 알려준다.”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후는 기상과는 개념이 다르므로 반드시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 p.12
헌법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지역은 개마고 원이지만, 분단 후 70년이 지나며 생각의 범위도 휴전선 이남으로 제한되다 보니 흔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라 하면 남한에 서 추운 지역부터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휴전선 이남에서 가장 추운 지역은 과연 어디일까?
내륙 분지인 춘천이 복사 냉각이 심해져 순간적으로 영하 28도를 기록한 적이 있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강원도 철원과 대관령 일대를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는다.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영하 6~8도에 이르며, 가까운 강원도 홍천은 최저기온 영하 28.1도, 최고기온 41도로 69.1도의 기온차가 나타날 정도로 혹서(폭염) 혹한(한파) 지역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실제 기온과 우리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조금 다른데, 체감온도는 기온만이 아니라 일사, 풍속, 습도 등 여러 기상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p.36
열대에 가까운 기후를 보여 아열대 기후가 나타나는 온대와 열 대의 중간 지역에서는 열대 지역보다 고위도에 있어 태양 고도 차이에 의한 계절 변화를 볼 수는 있지만, 온대 지방처럼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다. 기온의 연교차가 매우 심해 무더운 여름과 꽤 추운 겨울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온대 지방에 있어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 점점 봄과 가을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다. 이미 제주도에서 유명하던 한라봉이 한반도 남부 지방에서 재배되고, 서울에서 바나나가 열린다. 사과 최적 생산지가 예산, 충주, 대구 등에서 경기 북부 지방으로 이동해 포천에서 양질의 사과를 재배하는 등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고 있다. 또 여름철 강수량은 증가하는 반면 겨울철 강수량은 적어지며 강수량의 연교차가 심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아열대성 병충해를 비롯한 각종 문제에 대처하며, 계절 변화까지 바꾸어 버리는 전반적인 기후변화에 잘 대응해야만 할 것이다. --- p.117~118
바다는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상인 동시에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주요 ‘기후 조절자(climate controller)’이기도 하다. 바다가 지구의 기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일단 대기에 비해 비열이 훨씬 큰 바닷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바닷물은 데우기도 어렵지만 한 번 데워지면 잘 식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처럼 비열이 커서 대기보다 많은 열을 담을 수 있는 바닷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대부분에 해당할 만큼 큰 분량을 차지한다. 지구 표면의 3분의 2가 바다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심도 평균 수천 미터(육상의 해발고도는 평균 수백 미터임)에 달하니 바닷물의 양은 실로 엄청나다. --- p.162
미 전략국제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는 다르푸르 분쟁을 21세기 최초의 ‘기후 전쟁’으로 꼽았다. 이미 과거 20세기 무력 충돌 중 최대 20%가 기후변화와 이상기후로 발생했으며 21세기에는 그 영향이 더 증가했다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등의 전 지구적 변화와 함께 지구촌 곳곳에서 가뭄, 폭염, 홍수, 폭우, 산사태, 폭설, 한파, 태풍, 해일 등이 잦아지고 있다. 식량 부족 문제와 자원 배분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심화되며 난민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과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경고해 온 기후위기가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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