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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시작시인선-039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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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60g | 128*208*11mm
ISBN13 9788960215849
ISBN10 896021584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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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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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티고개
―선애에게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고갯길에
소나무가 많았지
대티를 재첩이라고 불렀다
뒤축이 벗겨져도
쉴 틈이 없이,
재첩국 동이를 이고
넘어가는 아지매들
돌아보니
차오르던 상현달 아래였다

망초나 달개비로 살자
너 모르게 고개를 꺾던 열일곱
달리는 기차처럼 앞만 보고 가자던
나 모르게 가팔랐을
해운대 너머 달맞이 고개

등짝이 다 젖도록 달리던
에핑 로드를
재첩잡이 출항하는
똥통 다리로 알고
퇴근길에 졸며 졸며 돌아가던
카스힐 로드도
낙조가 아쉬웠던 몰운대 아래
숲길이라 하자

말만 들어도 숨이 넘어가는
고개를 건너
엎어 치고 둘러메치다
멍이 든 하지감자에
잉글리시 홍차 한 잔이면 어떤가

이제야 손발 짓이 통하는
똑딱선처럼
아이들이 기댈 둔덕이 되어 준
시드니 대티나 재첩을
네가 꿈엔들 짐작이나 할까

우리 모르게 아쉬운 듯
소나무로 어두운 꼭대기에 서서
내려설 곳 아프게
바라보았지
고개는 터널이 되고
터널은 글레노리나 괴정이 되어
떠남을 잊은 듯 서성이는
나무 그림자들
대티를 솔티라고 부를 수밖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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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다소 투박한 심해 잠수부의 언어다. 고도孤島 같은 외로운 실존의 소리 없는 비명이다. 여기와 저기, 과거와 현재, 더 구체적으로, 인사동과 태즈메이니아, 서울과 시드니가 섞이고 스민 흔적들이 불거진다. 윤희경의 시에는 이국의 지명과 풍물들이 단속적으로 끼어들고, 맥락 없이 소환되는 과거의 시간이 소용돌이친다. 낯선 것과 낯익은 것이 장력張力의 장 안에서 서걱거린다. 이 서걱거림은 동화와 배제의 긴장이 팽팽한 가운데 기우뚱거리는 세월을 이겨 내고, 고향 상실자로 변방을 떠도는 자가 묵묵히 견뎠을 불화의 징후다. 여기서 태 자리를 떠나 먼 곳을 실존의 자리로 삼아 안착한 호모 노마드의 고단한 숨결을 느끼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 장석주 (시인)
윤희경의 시어는 대담하다. 시적화자가 필요하다면 어떤 도발적이거나 섹슈얼한 워드도 직설적으로 끌어와 대범하게 차용한다. 공룡, 쏘가리, 표범, 군화 같은 직유는 과히 남성적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시의 출생지를 시의 부뚜막이라 부르기엔 마뜩잖다. 시의 광야라는 호명이 더 맞춤하다. 청석골을 서정의 우물로 삼아 넬슨 베이, 왓슨스 베이, 이스트우드, 체리부룩 같은, 꼬부랑 빌리지에다 친숙해질 때까지 마음을 누이고, 현실적으로 탄탄한 뿌리를 내리며, 시 세계를 건축해 냄은, 그 자체로써 치열하게 삶을 꾸려 온 징표다. 시 또한 윤희경답게 그렇게 짓는다. 청석골 미나리밭이 넬슨 베이로 이주하는가 하면, 대티 고개를 넘어서 코카투 아일랜드까지 넘보는 이민자로서 시는 짓는 자의 품이 광야를 넘어섰다.
그뿐인가. 당신의 기우뚱거림으로 타자의 비틀거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아버지의 몸 시를 알아 버리고 그 뼛속까지 아픈 환지통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는 윤희경, 그녀는 이미 시인으로서 절반은 행운아다. 통점, 그건 시의 씨방 같은 거니까. 아프게 깨지고 터져 꽃은 생을 얻어 제 향기를 세상에 퍼뜨리는 거니까.
- 남홍숙 (수필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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