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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스승 유창

조선의 스승 유창

: 전기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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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41쪽 | 506g | 151*224*17mm
ISBN13 9791156059745
ISBN10 1156059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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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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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하옥시켜라. 그리고 모든 자제위 위사들도 체포하여 하옥 시키도록!”
대궐 안은 당장 피바람이 불었다. 자제위뿐만 아니고 홍윤의 자식을 가졌다고 소문이 난 공민왕의 계비인 익비도 투옥되었다. 국문이 시작되고 홍윤과 환관인 최만생은 참수를 당하고 그 외 홍윤의 밀모에 가담했다며 권진(權軫) 홍관(洪寬)) 한안(韓安) 등 여섯 명의 자제위 위사들과 환관 네 명도 홍윤의 국왕시해 반역음모에 관여되었다 하여 유배형(流配刑)을 받거나 노비형(奴婢刑)을 받았다.
조정안이 계속 시끄러웠던 것은 공민왕 사후(死後) 누구를 신왕으로 즉위시켜야 할 것이냐 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세자인 강녕대군(康寧大君) 우(禑)가 당연히 보위를 물려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반대파에서는 출신성분이 불분명하다는 것 때문에 반대하고 있었다. 정비였던 노국대장공주가 출산 중에 난산으로 죽었기 때문에 공민왕에게는 후사(後嗣)가 없었다.
그러다가 측실이었던 반야(般若)의 몸에서 왕자를 얻었는데 그게 우(禑)였다. 이제 열 살의 소년이었다. 그런데 출신을 문제 삼는 측은 반야라는 여인이 원래 신돈의 애첩이란 소문 때문에 우도 금상의 왕자가 아니라 신돈의 자식이란 것이었다.
--- p.19

“더 알아보지 않으셔도 된단 말입니다. 난 정했습니다.”
“예? 누구로요?”
“유창 청년이면 됐습니다.”
“말썽을 일으켜 여러 사람 난처하게 만든 장본인 아니냐? 그래서 안 된다는 걸로 느꼈는데 그게 아니라니 놀랍습니다.”
“스승은 부모와 같다 했습니다. 사효(師孝)를 다하기 위해 수백리길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가 제 손으로 스승의 시신을 묻어드리고 돌아오다니 그 청년은 된 청년입니다. 그 한 가지 일만 봐도 열일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둔촌 이집은 사윗감으로 유창을 망설임 없이 점지했다.
‘그래 둔촌은 그럴 법도 하다. 그 역시 유창과 비슷한 과거지사가 있지 아니한가?’
목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둔촌 이집은 충숙왕 시절 스무 살의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얻고 승승장구하여 뜻을 같이 하던 젊은 유학자 출신들과 손을 잡고 원의 기반에서 벗어나 독립국의 국체를 찾겠다는 공민왕을 존경하여 개혁정책 수립에 앞장섰다.
그러나 목숨처럼 사랑하던 왕비, 노국대장공주를 잃고 난 공민왕이 폐인처럼 되면서 모든 국가대사를 요승 신돈에게 위임하자 신돈의 천하가 되어 부정을 일삼고 임금을 환락에 빠뜨리며 나라를 어지럽히자 신돈 암살모의가 고개를 들었다. 둔촌 이집도 중요한 직책을 맡아 은밀히 추진하다가 기밀이 새어나가 검거선풍이 밀어 닥쳤다.
--- p.49

그는 의랑 유창을 불러 실무진을 만들라고 했다. 이틀 동안 머리를 써서 실무진을 구성했다.
“내려 온 과업이 실행하기 불가한 것들입니다. 우선 먼저 경향 각처의 관리들 봉급을 원래 받는 본봉(本俸)에서 1할 삭감하라니요. 안 그래도 지난 10년 째 단 한 푼도 올려주지 않아 노루꼬리 보다 적은 봉급이라고들 불평들인데 1할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1할을 삭감해서 국고에 집어넣어 저축해 놓으라구요? 그건 그렇다 치고 전국의 사전은 조세 이외에 절반(半租)를 더 거두어 군량미로 비축하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백성들 사는 게 사는게 아닙니다. 벌써 3년 동안 한재(旱災)가 들어 흉년에 모두 고생하는데 반조를 더 거두라하면 거둘 양식이 있을까요?”
유창의 비감한 말이 끝나자 참지정사 박정훈이 화를 냈다.
“나라의 녹을 먹고 일하는 관리가 지금 그게 할 소린가? 이건 사사로운 관청의 지시가 아니고 상감께서 내린 어명이란 걸 명심하게. 관리들의 녹봉을 깎고 사전의 조세를 지금보다 절반을 더 올려 받아들이라는 것은 전쟁에 준하는 비상시국이 되었단 말 아닌가? 거기에 옳고 그름이 어딨는가? 당장 실시하게.”
박정훈은 엄중하게 다 잡았다. 유창은 하루 일을 끝내고 퇴청하면서 권근을 만나러 갔다.
“어서 오시오.”
“급히 상론할 일이 있어 왔네.”
“뭘?”
“우리 호조에 긴급 명령이 내려왔는데 왜 그런 명령이 내려 온 것인지 알 수 없어. 자넨 혹시 아는 게 없나 해서 왔지.”
유창은 전 관리들의 녹봉을 1할씩 깎고 사전의 조세를 절반 더 올려 받아 군량미를 비축하도록 하라는 명령 내용을 설명 했다.
--- p.91

묵묵히 고생하는 유창을 보고 이성계는 미안해했다.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후 공로자의 행상(行賞)을 했었다. 유공자의 명단에 당연히 올랐는데도 유창은 종군해서 한 일이 없다며 끝내 사양하고 상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3개월쯤 지났는데 성균관 좨주(祭酒)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받게 되었다. 기쁜 일은 승진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정3품관이 되었던 것이다. 좨주라는 직위는 성균관에서 가르치고, 잘못을 바로 잡는 일을 하며 석전(釋奠)의 제향(祭享)을 관장하는 자리로 일이 있을 때만 나와도 되는 명예직이었으며 보통은 이조판서(吏曹判書)가 겸임하는 자리였다. 부서를 성균관으로 옮기라는 게 아니고 호조 일을 보면서 명예직을 겸임하란 것이었다. 유창의 위상은 그러니까 이조판서와 서열이 같아진 것이었다. 이성계의 음우(陰佑)로 생각되어 유창은 마음으로부터 고마워했다.
집에 돌아 온 유창은 큰아들 인통(仁通)과 작은아들 인제(仁悌)를 불렀다. 두 아들이 오자 의관을 차리도록 했다.
“사당에 나가서 조상님을 뵈려 한다.”
“예, 알겠습니다.”
노부(老父)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유창은 부모님을 상석에 좌정시킨 후 절을 올렸다.
“왜 이러느냐? 어디 먼 곳으로 떠날 사람처럼.”
“떠나기는요. 아버님, 어머님. 고맙습니다. 오늘 소자가 승차하여 성균관 좨주가 되었습니다.”
“좨주? 허어. 경사로다. 정3품관이 되었구나? 이제 재신(宰相)의 반열에 올랐으니 가문의 영광이다.”
“이게 다 부모님의 덕택입니다. 인통아! 인제야! 사당으로 나가자.”
그는 두 아들을 데리고 뒤울안에 있는 사당(祠堂)으로 갔다. 유창은 가슴 뿌듯해 하며 조상들의 신위 밑에 엎드리며 감사의 고유(告諭)를 올렸다. 그런 다음 이튿날에는 동문 선후배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 p.181

“사찰에서는 화기를 누르기 위해 전설적인 동물의 석상인 해태를 앉혀 액막이를 합니다만.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을 써야 할거라고 유 좨주께서 의견을 냈으니 들어보시지요.”
무학이 유창을 바라보았다.
“예, 다른 건 아니고 불은 역시 물로 막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물이 멀리 있으면 안 되지요. 한양 복판에는 청계내(淸溪川)가 서에서 동으로 관통하고 있습니다만 졸졸거리는 시냇물이라 수량이 부족하지요. 청계내를 확장하고 준설하여 항상 수량이 풍부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강 물줄기를 도성 안복판까지 운하(運河)로 끌어들여 청계내와 연결시키면 화재에 대처하기 좋고 강과 황해 바다를 이용한 조운(漕運)으로 각도의 세곡 세미(稅米)의 운반도 편리해 지리라 보입니다.”
“역시 탁월한 생각이오. 그렇다면 한양으로 새로운 왕도 후보지로 결정하겠소.”
유창이 한양도성의 화기를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언한 내용을 보면 당시로써는 아주 획기적이었다. 그 후 7백여 년이 지나서 그가 주장한 예방법은 그대로 시행되었거나 시행되려다 중단했거나 했기 때문이다.
서울이 대형화재에 약하다는 것은 여러 차례 겪은 대형화재가 설명해 준다. 세종로의 정부종합청사. 그리고 세종문화회관. 그리고 충무로의 대연각호텔 등이 있다. 그런 화재에 대처하기 위해 동서를 관통하는 청계천의 확장과 준설을 주장했는데 그 사업은 훗날 시행이 되었다. 다만 마포나루의 한강에서 숭례문(崇禮門, 현 남대문) 앞까지 인공 운하를 파자는 제안은 획기적이었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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