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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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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582g | 145*220*20mm
ISBN13 9791158791759
ISBN10 115879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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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인도의 빈민가에 아동이 잇달아 사라진다. 아홉살 소년 자이는 사라진 아이들의 행적을 찾기 위해 '보라선 정령 순찰대'를 결성한다. 그들의 유쾌한 활약에 장막이 걷히고 인도의 민낯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무너져 가는 세계 속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건져 올린 디파 아나파라의 눈부신 데뷔작. - 소설MD 김소정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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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돌려 팜스프링스나, 메이페어, 골든게이트, 아테나 같은 멋진 이름을 가진 아파트들을 바라본다. 그 건물들은 우리 동네 가까이에 있지만, 그 사이에 쓰레기장과 꼭대기에 가시철사를 두른 높은 벽돌담이 있어서 되게 멀어 보인다. 엄마는 벽돌담이 쓰레기 산에서 나오는 악취를 막을 만큼 높지는 않다고 한다. 내 뒤쪽으로 어른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그들이 쓰고 있는 멍키캡 사이로 전기가 들어온 고층 아파트들의 모습이 보인다. 저기엔 디젤 발전기가 있으니까. 우리 동네는 아직도 깜깜하다.
--- p.28

“정령?”
“파이즈는 알라신이 정령을 만들었대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좋은 정령, 나쁜 정령이 있대요. 나쁜 정령이 바하두르를 납치했을지도 모른대요.”
(…)
나는 경장에게 친구를 고자질한 것 같아 약간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지금 수사를 돕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말한 것이 큰 단서가 되어 경장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러면 〈경찰 순찰대〉가 이 사건을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 것이고, 아역 배우가 내 역할을 할 것이다. ‘슬럼가 소년의 실종 미스터리’나 ‘실종된 말더듬이를 찾아서, 빈민가 소년의 가슴 아픈 사연’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가 나올 것이다. 〈경찰 순찰대〉는 매회 굉장히 멋진 제목으로 드라마를 내보낸다.
--- p.59

“자이, 잘 들어.” 파리가 말한다. “오늘 수업 빼먹고 보라선을 타야 해.”
“뭐?” 내가 말한다. “수업을 빼먹는다고? 네가?” 이제껏 파리가 수업을 빼먹은 날은 단 하루도 없을 것이다.
“정령한테 영혼을 먹힌 건가.” 파이즈가 말한다.
“시끄러워.” 파리가 파이즈의 팔을 꼬집으면서 말한다.
“네 표는 어떻게 사려고?” 내가 파리에게 묻는다. 내가 훔친 정확한 액수를 파리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적거릴 시간이 없어.” 파리가 말한다. “이게 걔네 계획이었는지도 몰라. 바하두르 먼저 기차역에 가고 옴비르가 따라가는 거. 지금쯤 옴비르도 기차역에 도착했을걸.” 파리가 말을 더 빨리하려고 몇 음절을 삼키면서 급하게 말한다. “어쩌면 이번엔 주정뱅이 라루가 너무 심하게 때려서 이 동네에선 하루도 더 못 있겠다고 바하두르가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근데 전철 표는…….”
“파이즈가 도와주겠지.” 파리가 말한다.
파이즈가 인상을 팍 쓴다. “싫은데.”
“오늘 아침에 공중화장실에서 파이즈를 봤거든.” 파리가 말한다. “우리 전철 표 살 돈을 자기가 주겠대. 맞지, 파이즈?”
“아마도.”
--- p.109~110

“이 도시는 안전하지 않아.” 남자가 말한다. “온갖 종류의 못된 사람들이 여기 살거든. 차마 자세히 설명은…….”
“어린이 유괴범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파리가 말한다.
“난 본 적도 있는데.” 내가 말한다. “〈경찰 순찰대〉에서.”
파리가 눈을 부라린다.
“현실은 훨씬 더 끔찍해.” 남자가 말한다. “티브이에 내보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지. 너희들이 부모님 없이 여기 와서는 안 됐기 때문에, 그래서 얘기해주는 거야. 이런 일을 또 하면 안 되니까. 어린이를 유괴해서 노예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니? 어린이를 화장실에 가둬놓고 집 안 청소를 시킬 때만 풀어주는 거야. 아니면 국경 너머 네팔에 팔아넘겨서 숨 쉬기도 힘든 벽돌 가마에서 하루 종일 벽돌을 만들게 하든가. 아이들한테 휴대폰이나 지갑을 훔쳐 오게 시키는 범죄 조직에 팔아넘기는 사람들도 있지. 진짜야.”
--- p.131

“유괴범이 왜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훔쳐 가는 거야?” 내가 묻는다.
“어린애들을 잡아먹는 게 취미니까.” 루누 누나가 말한다. 문을 반쯤 닫고 그 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누나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사람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 네가 라스굴라랑 양고기를 좋아하듯이.”
“거짓말.”
“넌 그럼 사라진 애들이 지금 어디에 있다고 생각해?” 누나가 묻는다. “누군가의 배 속에 있는 거야.”
--- p.231

오늘은 바하두르와 다른 아이들이 사라지기 전의 어느 날 같다. 내가 탐정도 아니고 찻집 종업원도 아니었을 때의 어떤 하루 같다. 좋은 날, 어쩌면 가장 좋은 날이다. 탐정이 되는 건 너무 힘들다. 어쩌면 나는 탐정이 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자수스 자이는 아무 상처도 입지 않고 이쯤에서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커서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다. 엄마는 내가 받아 온 성적표를 볼 때마다, 파리는 회계사나 지방공무원이 될 거고 나는 파리의 하인이 될 거라고 말한다.
--- p.283

골목에는 사람이 없었다. 노점상들은 손님을 찾아 수레를 끌고 어딘가로 가버리고 없었다. 루누는 외롭고 두려웠다. 남동생이 걱정하는 못된 정령 때문도 아니고, 지나가는 여자마다 엉덩이를 꼬집으려고 달려드는 술 취한 남자들 때문도 아니었다. 명색이 운동선수인데 그런 걸 두려워하겠는가?
루누는 납치 사건들이 해결된 후엔 육상 훈련을 다시 하도록 부모님이 허락해줄지 궁금했다. “그럼 자이 수학은 누가 가르치고?” 아빠가 말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매일 저녁 물은 누가 길어 오니?” 엄마의 말도 들리는 것 같았다. 루누는 자신이 남동생을 돌보고 집안일을 돕기 위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중에는 남편을 돌보고 손에서 소똥케이크 냄새를 풍기게 될 것이다. 루누 자신의 꿈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루누의 가슴을 뛰게 하는 야망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루누가 어떤 사람이 될 거라고 상상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 p.34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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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도록 찬란한 데뷔작.”
- 이언 매큐언 (작가)
“훌륭한 이야기.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등장인물들에게 푹 빠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기대는 충분히 보답받는다.”
- 앤 엔라이트 (맨부커 상 수상 작가)
“놀랍도록 독창적인 이야기다. 디파 아나파라가 창조한 마음을 훔치는 등장인물들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워 매일 밤 늦게까지 그들과 함께했다.”
- 에타프 럼 (『그 여자는 남자가 아니다A Woman is No Man』 작가)
“디파 아나파라는 굉장한 재능을 지닌 작가다. 이 소설은 유머와 비애로 가득 찬, 훌륭하고 에너지 넘치는 작품이다. 매력적이고, 예민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 네이선 필러 (『추락의 충격The Shock of the Fall』 작가)
“소설 속 아이들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도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멋진 데뷔작이다.”
- 크리스티 왓슨 (『돌봄의 언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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