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의 일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인간이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자원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차오를 때 팬데믹을 지나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신앙의 본질과 기본으로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정말 힘든 순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일은 나를 도우시는 하나님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나의 형편과 사정을 다 아시는 분입니다. 풍랑에 요동치는 내 마음까지도 아시고 어떤 환경 가운데서도 우리를 지켜 주십니다. 그 하나님이 지금도 나와 함께하신다고 생각하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더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때에 우리가 우리 자신을 지키고 우리의 삶과 신앙도 더 단단해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말씀을 통해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찾는 것입니다. 이 책은 어둠 속에서 함께하시는 주님을 바라보면서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마음을 담은 고백입니다.
---「프롤로그」중에서
두려움은 소망이 없을 때 일어납니다. 걱정이나 염려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감정입니다. 의지할 대상이 아무것도 없을 때 두려움이 찾아옵니다. 두려우면 나 자신에게서 일말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습니다. 미래를 헤쳐 나갈 아무 방법도 없어 온몸에서 힘이 빠집니다. 과거에 더 열악한 상황에서 발휘했던 용기조차도 모조리 얼어붙고 맙니다.
바울도 우리와 똑같은 연약한 사람이었습니다. 환경과 자신의 연약함 앞에 두려워했습니다. 그런 바울이 두려움을 이겨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주님의 말씀을 매 순간 듣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죽음에서 부활하시고 사망 권세를 이기신 주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약속의 말씀을 붙들 때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이는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고후 12:10)라는 바울의 고백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 p.15~16
하나님이 찾으시는 하나님의 백성은 어떤 사람입니까? 최악의 상황, 구원의 소망이 전혀 없는 절망의 한복판에 서서 “나를 구원하실 분은 절대 주권자이신 하나님이십니다”라고 고백하며 하나님을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내 귀를 향해 수없이 쏟아지는 조롱하고 핍박하고 무시하는 세상의 소리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 앞에 마음을 열고 ‘오늘 하나님이 나에게 주시는 말씀은 무엇인가?’에만 귀를 기울이는 선택적 청취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고자 오늘도 자기 삶을 하나님 안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하나님이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라고 말씀하신 바로 그 사람입니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주권 안에 거하고자 몸부림치는 자, 하나님께 울부짖는 자,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구하며 함께 중보 기도 하는 자, 그가 바로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 p.30
혼자라는 생각이 들고 두려움이 찾아올 때 우리가 붙들어야 하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순간 그 자체에 대한 기억이 아닙니다. ‘주님이 지금도 나를 위해서 기도하신다’는 사실입니다. 바다 한가운데 태풍이 몰아치고 배가 요동쳐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상황에서 주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곧 오늘 우리를 향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너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는 주님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아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외로이 홀로 남았을 때 어떤 마음인지도 다 알고 계십니다. 그분은 겟세마네 동산까지 홀로 십자가라는 무거운 짐을 지셨기에 혼자 남은 자의 고통이 어떠한지, 얼마나 두렵고 얼마나 겁에 질려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십니다. 이미 친히 체험하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먼저 그 길을 홀로 가셨습니다. 다 아시는 주님이 그 길에 서서 역시 두려워하고 불안에 떠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니 안심하라.” 이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담대할 수 있습니다.
--- p.45~46
진정한 감사는 감사한 일이 있어서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생각할 때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려움을 당할 때 중요한 것은 은혜 받기를 사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은혜가 임하면 달라집니다. 은혜가 내 속에 들어오면 내 아픔과 고통과 좌절과 절망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감사와 찬송이 저절로 터져 나옵니다. 찬송을 부를 수 없는 절박한 시간에 차마 부를 수 없는 감사의 노래, 감사의 기도가 울려 퍼지는 일이 은혜를 경험할 때 일어납니다. 이 은혜는 주님을 묵상할 때 임합니다.
--- p.63
하나님은 한밤중에 감옥에서의 가장 비참한 시간을 최선의 시간으로 바꿔 주셨습니다. 최악의 장소를 최고의 장소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최악의 사건을 최대의 구원 역사로 이루어 주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이 하시는 역사입니다. 지금 어려움 가운데 계십니까? 이 어려움이 다 지나가고 난 어느 날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 내셨습니까?”라고 묻는 이에게 “하나님이 그 순간 나와 함께하셨습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사실 어려움이 아닙니다. 걸림돌이 오히려 디딤돌이 되어 성숙과 성장, 그리고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 가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 p.68~69
살다 보면 자기 자신이 어쩌면 3달러짜리 바이올린과 같이 초라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이유 없이 거장의 손인 하나님의 손길이 다가와 우리를 만졌습니다. 곧 우리의 연약한 부분이 다듬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분의 만지심 때문에 보잘것없었던 내 삶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삶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확신을 가지고 삽니다. “나는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자녀다. 나는 하나님이 주신 참 소망을 붙들고 오늘도 살아간다!”
--- p.100
하나님은 우리의 앉고 일어서는 것까지 아십니다(시 139:2). 우리가 바다 끝에 가서 거주할지라도 하나님은 알고 계십니다(시 139:9).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상황 속에 있는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어떤 형편인지 다 알고 계십니다. 바로 그 하나님이 가치 없는 나를 찾아오셔서 나를 어루만지시고 나와 함께해 주십니다. 그리고 나에게 먹으라고, 그리고 힘을 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나를 어루만지시면서 나에게 다시 일어서서 “너에게 맡긴 분명한 사명이 있으니 감당하라”고 일깨워 주십니다.
--- p.112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살수록 더 느낄 것입니다. 모세의 고백처럼, 수고와 슬픔뿐인 인생이라는 데도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시 90:10). 살아갈수록 인생의 짐이 얼마나 무겁고 힘겨운지요. 그런데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 주님이 다 아십니다. 주님은 우리의 고통과 아픔을 이미 경험하셨고, 공감해 주십니다. 저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주님이 십자가로 말씀하실 때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었습니다. 고통 때문에 주저앉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며 어려움을 이겨 나갈 수 있는 용기와 힘과 지혜가 바로 십자가를 통해서 저에게 주어진 선물이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자신을 보거나 환경과 상황을 바라보지 마십시오. 너무 지치거든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기 바랍니다. 십자가에서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내가 너를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고, 너와 함께하고 있으며, 너를 붙들고 있다.” 우리의 고통을 체험하신 예수님의 음성입니다. 그때 십자가가 어려움을 이겨 나갈 수 있는 지혜가 되어 우리의 길을 내 줄 것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며 주님이 열어 주시는 그 길을 따라가기 바랍니다.
--- p.168~169
어떤 길을 가든 목적지와 닿는 그 길에 하나님이 동행해 주셔야 합니다. 넓은 길을 갈 때는 하나님이 분별력을 주셔서 가야 할 길로 가게 하시고, 좁은 길을 갈 때는 하나님이 위험하지 않도록 인도해 주십니다. 거친 길을 갈 때는 하나님이 단단한 신발을 준비시켜 주셔서 무사히 통과하게 하시고, 편안한 길을 갈 때는 방심하거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나님이 우리를 일깨워 주십니다. 지름길을 갈 때는 교만하지 않도록 하나님이 우리를 경계시키시고, 둘러가는 길을 갈 때는 끝까지 완주하도록 인내와 소망을 주십니다.
--- p.208~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