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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신화

나무 신화

: 나무로 본 유럽 민속의 기원과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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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708쪽 | 188*278*40mm
ISBN13 9788991555792
ISBN10 899155579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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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성글어질 때마다 농부들이 목재를 남용하고 마구 써서 그렇다며 비난받았다. 그러나 낭비의 정의는 무엇보다 사회적 맥락에서 형성되며, 그 기준 또한 대단히 애매하다. 시골에서는 마차 3대 정도의 땔감으로 겨울을 버텼지만, 도시의 가정은 8대분을 배당받아 훈훈하게 났다. 목재를 아끼지 않기로는 귀족의 저택이며 성도 있었으니 한 번 지을 때마다 수천 그루 최고급 목재를 집어삼켰다. 그러나 농부들은 제 집을 수리할 목재도 힘겹게 구했다.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2세(Joseph II) 재위기인 1784년에 영악한 장관 하나는 절약을 내세워 기이한 발상을 제안했는데, 바로 ‘재활용 관(Sparsarg)’이다. 무덤에서 하관할 때 관 바닥이 열리며 시신이 구덩이 속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나면 관만 끄집어올려 다음 장례에 또 쓰는 것이었다.
--- p.74

숲속 정령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전기톱의 굉음이라고는 들리지도 않던 어떤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기독교로 겨우 개종한 ‘미개인’의 마음을 끊임없이 사로잡았기에, 교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변신을 다시금 감행해야 했고, 그렇게 해서 숲속 정령들은 ‘가련한 망령(armen Seelen)’으로 전락했다. 교회 장로들은 “숲에 귀가 있다(Aures sunt nemoris)”며 엄포를 놓았다.

이 때 그들이 말하는 숲이란, 평범한 숲이 아니라 신성한 숲 ‘네무스(nemus)’였다. 숲속에 생기를 불어 넣던 정령들이 우리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져 버린 것은 기독교 교회의 극성맞은 선교 탓일까? 그럴 리가 없다. 왜냐하면, 암흑의 존재들을 물리침으로써 그들의 존재는 떳떳이 인정받아 왔기 때문이다. 즉, 오로지 증명할 수 있는 사실만 받아들이려고 하는 오늘날 우리의 과도한 합리주의 사고 방식이 더 큰 원인일 것이다.
--- p.88

게르만족 선조가 거행하던 ‘봄의 제전’은 원래 5월 1일 저녁부터 시작했으며, 이 때 대지의 어머니가 하늘과 결혼해 풍요를 낳기를 봉축했다. 이것이 ‘히에로스 가모스(hieros gamos, 성스러운 결혼식)’로 사제 한 쌍이 대행하던 의식이었으나, 기독교 시대에 들어가면서 야만스럽고 광란하는 ‘발푸르기스의 밤(Walpurgisnacht)’으로 변질되었다.

이 결합이 내려 줄 축복의 힘, 즉 새로 소생하는 생명력을 확신하던 민중은 마을과 들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꼭 참여했다. 이렇듯 게르만족이 하루의 시작을 그 전날 밤부터로 간주했다는 사실은 [타키투스가 『게르마니아』에서 이해하지 못한 채 기록했듯] 오늘날에도 성대한 축제를 할 때면 흔히 전야제를 여는 까닭을 해명해 준다.
--- p.112

게르만족은 계절의 변화를 빛과 어둠의 투쟁이라 보고, 동지는 새로운 생명을 깨우려고 태양이 겨울의 어두운 힘과 투쟁하는 시기로 여겼다. 이것이 12일이 걸리므로 이른바 ‘십이야(Zwolften)’, 또는 라우네흐테(Rauhnachte)라고 하는데, 낮의 길이가 알아차릴 만큼 길어져서 투쟁에서 태양의 승리가 명백해질 때까지를 이른다.│“날은 점점 밝아지네 / 성탄까지는 수탉의 걸음만큼 / 새해까지는 사슴이 뛰는 만큼, 성촉절(2월 2일)까지는 한 시간만큼.”│신들에게 바쳐진 ‘십이야’ 기간에는 고된 노동이나 사냥을 금했고, 어느 법정에서나 화해가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신에 대한 경배의 표시로 불을 지피고 제물을 바쳤다. 그러는 사이에 신들은 천상의 거처인 발할라(Valhalla)를 나와서 세상을 돌아다니며 인간과 대지에 두루 가호를 내린다는 것이 게르만족의 믿음이었다. 이 행렬의 맨 앞에는 보탄[Wotan, 게르만족 최고의 신인 오딘(Odin)]이 그의 아내 프레야(Freya, 대지의 여신)와 나란히 섰다.
--- p.116

13세기에 독일의 궁정 시인 하르트만 폰 데어 아우에(Hartmann von der Aue)는 “교양 있는 기사(騎士)가 있었으니 책(Bouchen)에 쓰인 것을 읽을 줄 알고, 곧 쓸 줄 알았다.”고 썼다. 독일어에서 ‘부헤(Buche, 너도밤나무)’와 ‘부흐(Buch, 책)’ 사이의 유사성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어떤 이들은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1398?~1468년)가 애초에 너도밤나무 목재로 활자를 만들어 인쇄한 데서부터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실은 철자(綴字, Buchstaben)를 뜻하는 옛 고지 독일어 낱말 ‘부오슈타프(buohstap)’와 관련이 있다. 게르만의 ‘룬(Rune) 문자’가 너도밤나무 막대기(Buchen-Stabe)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 p.164

어머니신이 홀레 아주머니가 되었다는 소문은 금세 퍼져 나갔고, 기독교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나무에 대한 숭배는 처벌받는다는 위협과 함께 금기시되었다. 원래 모신이었건만 이제는 수확을 망치고 십이야(十二夜) 기간 동안 밤마다 못된 짓을 일삼는 행패꾼이라는 비난을 견뎌야 했다. “홀레 아주머니는 처음에는 훌륭한 여자였지만, 나중에는 거친 껍질만 남은 속 빈 나무와 같다.”고 헤센주(Hessen)의 마녀 기록에 적혔듯이 말이다. 그러나 딱총나무의 영험은 끄떡이 없었다. 오히려 병을 가져가는 나무로 여겨졌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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