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내가 뽑은 100명의 인물은 매혹적이고, 괴짜이며, 거칠고, 때로는 기묘하지만, 강력하면서도 때때로 아주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이들의 인생에 관해 쓰는 일도 재미있었지만 당신이 읽기에도 마찬가지로 재미있을 것이다. 당신은 이들의 인생이 주는 직업적, 개인적 교훈으로부터 얻는 바가 있을 것이며 미국 금융시장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시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인생을 통해 어떤 요소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 p.22
로스차일드 가문은 원하는 대로 역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독일의 두 주가 전쟁을 일으킬 위험이 있었을 때 로스차일드 형제들의 어머니 구틀레가 웃으며 말했다. “터무니없는 소리! 내 아들들이 한 푼도 지원하지 않을 텐데, 전쟁이라니!” 그러나 로스차일드 가문의 힘을 보여준 최고의 사례는, 아마도 온갖 영화를 누린 네이선이 영국 최대의 기관을 구제한 사건일 것이다. 당시 영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단연 세계 최고였다. --- p.49
폰지 수법은 현대적인 대규모 사기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모든 사람에게 큰 돈벌이를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거의 못 받아본 사람이 없을 만큼 만연했던 연쇄편지를 비롯해, 아무런 실체도 없이 고액의 안전한 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다양한 보험 사기(ZZZZ 베스트 사건, 볼드윈 유나이티드 사건, 에퀴티 펀딩 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폰지 수법은 우리 사회의 가장 강한 특징인 자유가 보장되는 한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어리석은 투자자들은 지나친 탐욕에 빠지거나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좇다가 늘 스스로 덫에 걸려든다. 어쩌면 우리는 폰지를 ‘사람들의 탐욕을 자비롭게 거두어가는’ 추악함의 화신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수룩한 탐욕을 등쳐먹는 폰지와 그의 아류들은 주식시장에 내려오는 다음 속담을 사회에 되풀이해서 가르쳐준다. “황소(강세장)는 돈을 번다. 곰(약세장)도 돈을 번다. 그러나 돼지(탐욕장)는 도살된다!” --- p.418
‘월스트리트의 기적’, ‘주식시장의 예언자’로 이름을 날리게 되자, 애덤스는 유수한 증권회사 뺨칠 정도로 상담소를 꾸며놓았다. 우선, 그녀는 언제나 사업가풍의 검정색 정장차림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났고, 야무진 입매와 어울리는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자신감이 배어나오는 목소리에다 기민하고 진지한 태도를 갖추고 있었다. 값비싼 모피코트를 걸친 부인들과 중후한 정장차림의 남자들이 꽉 들어찬 그녀의 대기실에서는 개별적인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식과 밝은 미래에 대해 환담을 나누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곳에는 기계음을 내면서 호가 상황을 보여주는 주식시세 표시기가 있었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그녀의 기사들이 자랑스럽게 내걸려 있었다. 또 벽에는 그녀의 유명인사 고객들의 초상화나 사진들이 줄줄이 걸려있었다. 에드워드 7세의 그림과 철강왕 슈왑, 픽포드의 사진도 있었고, 물론 모건의 사진도 있었다. --- p.486
케인스와 그의 『일반 이론』이 세상에 나온 뒤로, 미국과 전 세계가 경제를 보는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케인스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전통적인 사고의 물줄기를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러나 시장을 창조한 사람들을 다루는 이 책에 그가 포함된 것은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경제 이론과 경제 정책에서 큰 족적을 남긴 사람들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수많은 사람들은 금융시장에서 투자에 성공하지 못한 반면, 케인스는 성공했다. 그가 경제 이론에서 혁명가였던 한편, 시장에서도 성공했다는 사실은 혁명적인 경제학자만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금융시장에 관한 한 통상적인 경제학자들이 무슨 말을 하든 귓구멍을 닫아거는 게 대다수 사람들의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 p.525
리버모어는 시세의 출렁임을 읽는 기막힌 재주가 있었다. 시세표시기의 흐름을 불가사의할 정도로 잘 읽었는데, 첫 거래를 보스턴의 버킷샵에서 시작했다. 무모한 도박판으로 여겨졌던 버킷샵은 사람들에게 주식시장에 투기할 기회를 주면서, 뒤로는 주식을 매수하지도 않았다. 마치 증권회사에 주문을 내는 투자자처럼, ‘버킷샵 투자자들’도 주가 예측에 따라 매매 주문을 내고 수수료와 거래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버킷샵은 증권회사와는 달리, 매수해달라는 투자자들의 주문은 받아놓고 실행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투자자들의 예측은 틀리기 십상이어서, 버킷샵 운영자는 주식을 살 필요도 없이 시세 변동을 계산해 손실 난 부분을 챙기면 그만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직전의 주가 흐름을
보고 미래의 주가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버킷샵이 그럴싸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다. 즉, 시세표시기를 애써 들여다보고 돈을 걸어봐야,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판돈을 걸고 빈손으로 나오는 게임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그러나 리버모어는 예외였다. 시세표시기를 정확히 읽어서 주가의 방향을 맞추는, 좀처럼 보기 드문 경우였다.
--- p.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