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역사적 변화는 전 세계 대다수의 국가가 모여, 심각한 전 세계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공동의 결의를 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2001년의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와 2015년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채택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공동의 결의를 글로벌 의제 혹은 글로벌 목표라고 통칭한다. 이런 역사적 변환의 의미는 지금 보다는 후대에 더욱 명확하게 인식될 것이다. 아마도 후대의 역사가들은 유엔 탄생 이전과 유엔 탄생 이후 혹은 글로벌 의제 등장 이전과 이후로 역사를 구분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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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ion: GCED)은 2015년에 채택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하나인 SDG 4번 교육의 일곱 번째 세부목표에 포함되어 있다. 영어로는 Global Citizenship Education 혹은 Education for Global Citizenship이라고 표기한다. Global Citizenship이라는 영어 단어를 한국에서는 ‘세계 시민성’ 혹은 ‘세계시민 의식’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한다.
또한 Global Citizen이란 용어는, 한국에서 ‘세계시민’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한다. Global Citizenship Education을 한국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지구시민교육(地球市民敎育)으로 번역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전구공민도덕교육(全球公民道德敎育)으로 번역하여 사용한다.
오늘날 사용하는 Global Citizen과 Global Citizenship이란 용어와 유사한 의미를 가진 용어, 사상, 철학을 찾아보면,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근대 유럽의 코스모폴리타니즘(Cosmopolitanism)으로 연결된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게네스가 세계시민(Cosmopolites)이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기록에 남아 있으며, 로마시대의 스토아학파가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로 번역되는 코스모폴리타니즘의 사상을 설파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근대 유럽에서 특히 계몽사상가들이 코스모폴리타니즘을 제창하였다. 이러한 코스모폴리타니즘의 전통이 20세기 초에 국제연맹의 창설을 가져왔고,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유엔을 창설하는 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Global Citizenship으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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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유엔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에 세계시민교육이 포함되게 된 근원(近源)은 2012년 9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창한 세계교육우선구상(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 GEFI 9)이다. 세계교육우선구상의 주요 내용 중에 이제는 ‘세계시민을 양성’할 때라는 조항이 나오는데, 이것이 3년 후인 2015년 9월 유엔에서 채택되어 SDG 4.7에 포함되었고, 이를 계기로 전 세계에 세계시민교육이 소개되고 확산되었다.
그러나 세계시민교육의 근원(根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서구 코스모폴리타니즘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다만 1945년 유엔 창설 이후부터 근거를 찾는다면, 1946년 유네스코 창설 이래 유네스코가 추구해온 국제이해교육이 세계시민교육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세계 평화를 위해 다른 문화 간 이해와 인권 존중, 환경 보호를 주요 내용으로 한 국제이해교육은 유네스코 학교(UNESCO Associated School)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국제이해교육이란 줄기에서 2000년대 들어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이 뻗어 나오고, 2015년 이후 세계시민교육이 새롭게 등장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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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2030년에 새로운 유엔 발전 목표를 설정할 것이다. 지금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부분 수정하여 계속 갈 수도 있고, 전면적인 새로운 목표가 채택될 수도 있지 않을까 추정해본다. 세계시민교육을 SDGs에 넣었던 경험을 잘 살려 Post-SDGs 설정 시에는 한국이 더 많은 역할,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해본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사전 준비를 제안해보면, 먼저 사전에 주제, 의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의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먼저 이런 사전 주제 탐색을 시작하고, 몇 가지 주제가 선정된다면, 그 분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인식공동체(epistemic community)를 형성하는 것이 선결 요건이다. 2020년대 중반부터는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을 추구하고, 2027년부터 2029년까지 3년간은 의제설정을 주도할 유엔 등 국제기구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
지금의 시점에서 조심스럽게 살펴보면, 현 SDGs에는 별도의 문화·예술 목표가 없다는 점에서 차기 의제로 제안해 볼만하다. 이리나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문화를 담으려고 노력했으나, 여러 군데 분산하여 언급되었을 뿐 별도의 목표로 설정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2030년대가 되면 문화와 예술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더 부각될 것이다. 이러한 예측을 감안하여 문화와 예술에 관한 별도의 목표를 Post-SDGs에 담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또한 인공지능(AI), 생명공학, 우주공학 분야도 반영이 안 되어 있다. 기존 SDGs에는 과학과 기술이 산재되어 있고, 별도의 목표는 없다. 2030년이면 과학과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전 지구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과학과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과학과 기술을 Post-SDGs에 별도 목표로 설정하는 것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오늘날의 전 지구적 빈곤과 기아의 문제는 구체적으로 아프리카의 발전에 달려있다. 아프리카의 빈곤과 기아의 탈출 없이는 지구 전체의 빈곤과 기아의 탈출도 불가능하고, 전 세계적 불평등 격차 해소도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Post-SDGs에 유네스코의 Priority Africa 같은 ‘아프리카’에 초점을 맞춘 독자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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