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이나 지금이나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요소가 주택의 소유였다. 주택의 소유는 대부를 받거나 임대를 하거나 아니면 하숙을 하더라도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노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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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자살 문제도 마찬가지로 가족의 관심과 돌봄이 가장 중요하다. 효 사상이 사라져가지만, 노인 우울증을 해결하는 데에는 국가나 사회보다는 가족의 힘이 가장 크다고 한다. 노인들도, 살아가는 날이 길지는 않더라도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의욕을 가지는 것이 우울감을 떨쳐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약이다.
--- p.28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신뢰도가 높았고 생산성도 떨어지지 않았다. 일을 열심히 한다는 뜻이다. 더욱 특기할 것은 노인은 결근하는 일이 거의 없더라고 하였다. 내가 경험한 일로는 친목 모임에서도 노인은 거의 결석하지 않았다.
--- p.44
죽음이 가까워 오면 현실을 초월하려는 경향이 있다. 현실 문제에 관해 훨씬 더 너그러워진다. 이런 이유로 ‘어르신네’라는 말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자. 기분이 나빴다는 것은 아직 젊음에 대한 욕망, 아니 이 세상에 대한 욕망이 강하다는 것이다.
--- p.54
국가는 노인이 사회관계망을 형성하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제적인 도움도 더 많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스스로 돈을 준비하였거나 연금으로 여유 있는 노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아직까지 노년의 10%뿐이기 때문이다.
--- p.85-86
은퇴 노인이 부딪히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다.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은퇴 이후에 보내야 할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돈으로 숙식을 해결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인간관계도 유지해야 하고, 정신적인 삶도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 사이의 교류가 필요하다.
--- p.93
노인 우울증의 중요 요인은 낮은 사회참여도이다. 심리적 원인도 많다. 노인학대 등의 외상적 경험, 죽음에 대한 심한 공포, 역할이 바뀜에서 오는 의기소침이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자존심과 자부심이 무너져 있는 노인이 다른 사람과 다투면서 듣는 말 한마디도 심한 상처를 줄 수 있다.
--- p.108
적절하게 신체활동을 하고, 필요한 휴식을 취하면 노인의 호흡기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멍하니 시간만 보내면서 노년을 맞이하지 말고, 미리 준비를 하면 좀 더 좋은 노년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노화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오래 산다고만 하여 복된 삶이라고 할 수는 없다. 준비하여 좀 더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 p.133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어린이들을 우리는 아주 당연하게 도와준다. 지금의 노인세대도 지난 시대를 생각해 보면 도움을 받는 일이 당연하다. 누가 그들을 도와주어야 할까. 말할 것도 없이 국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가가 요구하는 세금을 부담해 주어야 한다.
--- p.158
노후 생활에서 돈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노인으로 살아야 할 햇수는 길어졌지만, 수입은 줄어든다. 교통비, 외식비, 의료비, 자녀 양육 및 교육비는 줄었지만 의료비는 증가했다. 노인이 되었더라도 이전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소득은 필요하다. 노년기의 경제 수준은 전반적인 노인의 생활수준을 가늠하기 때문이다.
--- p.176
노인이 도전하는 분야가 글쓰기가 아니라도 좋다. 글쓰기는 노년 생활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말한 것이지, 글쓰기를 꼭 하라는 것은 아니다. 노인이 갖는 또 하나의 특성이라면 ‘미련’이다. 누구나 가보지 않았던 길에 미련을 가진다. 미련 즉 호기심은 본능이라고 말한다. 미련이 남아 있는 길로 도전해 보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 p.207
집에서 열심히 책을 보면서 지적 욕구를 채우거나 집에서 혼자 음악을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행위는 분명히 기쁨에 눈을 뜨도록 해준다. 그러나 혼자서 즐기는 것은 자기실현의 방법은 되지만,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만들지는 못한다.
--- p.222
노인들이 미래지향적인 삶의 태도보다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것을 더 우선한다. 친구를 만나 식당에서 식사하는 일이나 가족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 등과 같이 보통의 정서적 즐거움을 더 추구한다.
--- p.237
오늘의 의료 때문에과거보다 훨씬 더 외롭고,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지에서 죽어가는 일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가 의료행위를 어느 범위까지 허용해 주어야 할까? 마지막으로 다시 강조하자면 죽음이란 무엇보다도 개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또 맞이하는 것이 좋다.
--- p.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