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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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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 EPUB ]
팀 마샬 저 / 구정은 해제 / 김승욱 | 푸른숲 | 2022년 02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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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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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0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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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63.89MB ?
ISBN13 9791156759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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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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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를 깃발 하나로 상징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같은 이상, 목표, 역사, 신념으로 사람들을 통일시키려 애쓴다는 뜻이다. 거의 불가능한 임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이 휘날리는 적기(敵旗) 때문에 열정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자신의 상징 주위로 몰려든다. 깃발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는 부족적 성향과 정체감, 즉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사고방식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깃발을 도안할 때 사용되는 상징들 또한 분쟁과 적이라는 개념을 바탕에 둔 경우가 많다. 국민의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이 흔한 테마로 등장하는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분쟁을 줄이고 조화, 평화, 평등을 지향하고자 하는 현대 세계에서는 사람들의 이동이 잦아져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선이 흐릿해졌다. 그렇다면 지금은 깃발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까?
---「들어가는 말」중에서

일부 국가, 예를 들어 스웨덴 같은 곳에서는 열광적으로 국기를 흔드는 일이 불필요하다 못해 거의 무식한 일로 여겨진다.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극우주의자로 보일까 봐 국기를 흔들면서 불안해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국기는 애플파이만큼이나 미국적인 물건이라서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국기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공개적으로 과시한다. 아메리칸 드림이 악몽 같은 여러 프로젝트, 교도소 시스템, 인종주의 등과 맞닥뜨리는 미국의 현실과 이런 자부심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까?

국기는 이 나라에 훌륭한 부분뿐만 아니라 썩은 부분도 있다는 신념을 표현하는 데 지금도 간혹 사용된다. 예를 들어, 2016년 5월에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에서 트럼프가 집회를 열었을 때, 집회장 밖에서 그에게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성조기를 불태웠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 집회에서도 국기모독이 여러 번 발생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측면을 조화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방식에는 긍정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다. 모든 국기가 그렇듯이, 미국 국기도 독특한 상징이자 동경의 대상으로서 미국인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우리나라가, 이 세상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우리가 꿈을 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제1장_성조기: 한쪽에서는 사랑과 존중을, 반대쪽에서는 분노의 화형을」중에서

잉글랜드 깃발과 영국 국기는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작은 사건들, 때로는 사람들이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건들 덕분에 극우의 손에서 구출되었다. 1992년에 올림픽에 출전한 영국의 흑인 단거리 육상선수 린퍼드 크리스티(Linford Christie)는 경기에서 우승한 뒤 관중이 던져준 영국 국기를 잡아 몸에 휘감고 관중의 갈채에 화답했다. 지금은 피부색과 상관없이 영국의 모든 운동선수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데도, 뭐라고 한 마디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최근에는 이 순간에 작은 고백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여러 개의 금메달을 딴 모 파라(Mo Farah)는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인이 된 선수인데, 경기에서 또 승리를 거둔 뒤 어느 기자가 태어난 나라의 깃발을 휘두르고 싶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이봐요, 여기가 내 나라입니다.” 이 단 한 장면과 한 문장 안에 유니언잭이 과거를 인정할 수 있는 가능성뿐만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 원래 의도대로 통합의 상징이 될 가능성 또한 존재하고 있었다.
---「제2장. 유니언잭: 태양이 지지 않던 영국의 영광」중에서

아랍 민족이란? 언어가 아랍인들을 하나로 묶어준다면, 비록 아랍어에 사투리가 많기는 해도 나름대로 근거 있는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랍 민족이라는 말이 정말로 하나의 민족을 뜻한다면, 이 개념 자체가 조금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아랍에는 많은 민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7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세를 불린 개념이 바로 정치적인 의미의 이슬람이다. 이슬람 사상의 여러 갈래들 중에는 정치와 종교의 차이, 국경 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많다. 따라서 IS 깃발을 포함한 일부 깃발들은 적어도 범아랍주의를 표방하며, 크게는 세계주의를 따른다. 그러나 종교가 민족주의나 정치철학 같은 다른 카드들을 이길 때가 많다 해도 폭력적인 이슬람주의 집단은 잔혹성과 유토피아 사상으로 인해 결국 자멸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그 과정은 몇 세대에 걸쳐 진행될 것이다. 2016년 여름에 튀니지의 중요 이슬람주의 정당인 엔나흐다(선거 뒤에 자발적으로 권력을 포기했다)는 모스크와 국가의 분리를 인정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는 정치적인 이슬람을 떠나 민주적인 이슬람으로 들어간다.” 만약 이 말이 진심이라면, ‘민주적인 이슬람’은 IS와 알카에다식 세계관에 반대하는 하나의 실험이다. 완전히 민주적이고 세속적인 이슬람 국가를 지향하는 터키 모델은 고전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따라서 튀니지 모델을 지켜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튀니지는 깃발에 범아랍주의 색깔을 쓰지 않았다. 북아프리카인이 대부분이라서 그럭저럭 균질성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들은 동쪽에서 생겨난 정치적 이슬람 중 어떤 부분을 채택하고 어떤 부분을 버릴 것인지 열심히 고르는 중이다.
---「제4장. 아라비아의 깃발: 분열과 대항, 그리고 혁명의 상징」중에서

IS 깃발은 배타성을 부르짖는다. 스스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만든 이 깃발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의 폭은 아주 좁다. 붉은 깃발은 누군가가 공산주의자의 손에 붙잡히는 경우 어딘가 몹시 추운 곳의 수용소에서 오랫동안 재교육을 받으면 그들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반면 IS 깃발은 ‘우리와 그들’을 절대적으로 나눈다. “우리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더러운 이교도이므로 당장 죽어 마땅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빠른 죽음이 될 필요는 없다.” 이 깃발은 이렇게 말한다.
---「제5장_공포의 깃발: 갖가지 분쟁이 낳은 중동의 혼돈과 저항」중에서

남북한은 모두 국기 전쟁에서 서로를 괴롭힌 혐의가 있다. 북한이 새로 국기를 만든 이후, 남한은 자국 영토 내에서 북한 국기를 어떤 형태로든 내거는 것을 금지했다. 2008년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월드컵 예선전이 중국으로 옮겨 열린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북한이 자국 영토 내에서 남한의 국가를 연주하거나 국기를 게양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14년에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도 남한은 거리에 북한 국기를 내거는 것을 금지한 법을 계속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선수촌에는 북한 국기가 게양되었으나, 그뿐이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집 58조에 “모든 경기장과 그 인근에 경기에 참가한 NOC[참가한 국가]의 깃발과 함께 OCA 깃발이 자유로이 걸려 있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소용없었다.

북한은 이렇게 국기를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없다면, 350명의 ‘미녀응원단’도 대중 앞에 내보이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자국의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선발된 이 젊은 여성들에게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모두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답다는 점, 그리고 김정은 정권에 광적으로 헌신한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 이 응원단이 가져올 국기의 크기에 대해 남한이 문제를 제기하자, 북한 외교관들은 회담장에서 그대로 퇴장해버렸다. 그리고 응원단 파견이 취소되었다.
---「제6장_에덴의 동쪽: 중앙아시아부터 동아시아 국기에 담긴 역사적 전환점」중에서

이 깃발(해적 깃발)은 18세기 초반에 해적 세계에 널리 퍼졌고, 대중의 상상력까지 사로잡았다. 해적들은 새로운 유행이 된 검은 바탕 위에 고전적인 이미지를 그려 넣은 다음, 마음이 내키는 대로 끔찍한 이미지들을 추가했다. 모래시계를 넣은 것은 자신들이 접근하는 배 위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시간이 다했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혹시 상대방이 자신들의 뜻을 똑똑히 알아차리지 못할까 봐 전신 해골을 다 그려 넣은 깃발도 있었다. 단검 같은 무기가 그려진 깃발은 희생자들에게 곧 어떤 죽음을 맞을지 일깨워주는 역할을 했다. 해적들은 ‘해적의 암호’를 만들어냈다.

대부분의 사람이 문맹이던 시절에 이 암호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교차시킨 뼈와 두개골은 다른 배들에게 상대가 누구인지 알려주었다. 만약 해적들이 이 깃발과 더불어 아무 그림이 없는 검은 깃발도 내걸었다면, 그것은 싸우지 않고 항복하는 경우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뜻이었다. 만약 상대가 저항하거나 도망치려고 시도하면,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는 뜻으로 빨간색 기가 올라갔다.
---「제9장. 좋은 깃발, 나쁜 깃발, 못생긴 깃발: 해적기부터 무지개 깃발까지, 정체성의 정치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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