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줘 봐. 그럼 네 소원을 이루어 주지.” “어…….” 여기서 영혼이 아니라 돈을 달라고 한다고? 그것도 만오천 원? 이거 그냥 작법서 가격 아닌가? 그런 생각만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지갑에서 돈을 꺼내 상대의 손에 쥐여 준 후였다. “오늘부터 매일 이 시각 여기서 나를 만나게 될 거야. 3개월 안에 성공하게 해 주지.” “어…… 정말요? 누, 누구신데요?” “내가 누군가가 중요한가, 아니면 성공하는 게 중요한가.” “서, 성공…….” “그럼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 성공하고 싶으면 잠자코 내 말에 따라. 알았나?” “아, 네.” ---「[웹소설의 신] 1화 」중에서
“아니, 근데…… 제 소설은 이게 안 된단 말이에요.” “들어 보니까 그렇더라. 미친놈이 별의별 내용을 한 소설 안에 다 집어넣었네.” “다른 소설들도 그러잖아요.” “뭔 소설이 그래. 대체 뭔 소설이.” “반지의 제왕도 그렇고…… 억.” 나는 느닷없이 느껴진 뒤통수를 매만졌다. 믿기지 않았다. 신이라는 놈이, 심지어 글 쓰는 신이라는 놈이 사람을 때려? “반지의 제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물론 요즘 독자들은 그런 진중한 소설은 안…… 억?” “너 주제에 반지의 제왕을 건드려? 야, 반지의 제왕은 문체가 다른 거지 결국은 주제가 하나라고. 그거 한 문장으로 딱 요약되잖아.” “어떻게요?” “오직 나만이 절대 반지를 부술 수 있다.” “오…….” ---「4화」중에서
아까보다 좀 더 길었다. 긴데, 읽기에 더 수월했다. 설명이 아니라 상황 설명이라서 그럴까? 무엇보다 다 읽고 나서 뭔가 후련한 기분이 느껴졌다. ‘이건 마치…….’ 머리통부터 발끝까지 청량감이 서서히 차오르는 기분. 언젠가 한 번쯤 겪어 봤던 기억이 있었다. 다만 무엇이었는지 콕 짚어 말할 수 없을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으려니, 신이 어디서 난 건지 모를 탄산음료 캔을 딱 하고 땄다. “사이다.” “아, 그래 사이다!” “이렇게 두들겨 패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게 해 주는 게 바로 연출이야.” “엄밀히 말하면 아직 패지 않았는데요?” “원래 사람의 뇌는 이미 벌어진 일이 아니라 벌어질 일을 기대할 때 더 큰 쾌락을 느껴. 그래서 여기서 끊는 거야.” ---「14화」중에서
“네네. 알았어요. 알았어. 근데 제 글이 그럼 또 뭐가 부족하다는 거예요?” “구조가…… 엄밀히 말하면 글의 균형감이 좀 떨어져.” “균형감……?” 글이 외줄 타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대체 뭔 놈의 균형감이 필요하단 말인가. 나는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린가 하고 생각하며 신을 보았다. 신이 생각하기에도 다소 뜬금없는 단어이긴 했는지 대뜸 날 후려치는 것 대신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일단 봐. 지금 보면 지문이 문장만 12개가 이어지고 있어.” “문장이 많다고요? 그게 문제가 되나요?” “한번 읽어 봐. 뭐가 문제가 되나.” “알았어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