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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알면 당신도 현대 시조를 쓸 수 있다

이것만 알면 당신도 현대 시조를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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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500g | 153*224*30mm
ISBN13 9791196810764
ISBN10 1196810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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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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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것만 실천하면 당신도 시조 시인

시조를 교과서에서만 접한 사람들은 주술처럼 이런 글자 수의 법칙을 외우게 된다. ‘3/4/3/4 // 3/4/3/4 // 3/5/4/3’ 그로 인해 시조가 음수율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단적으로 말해 시조는 글자 수를 맞추는 장르가 아니다. 시조는 4음보를 맞추고 종장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어절을 맞춰주는 음보율에 관한 장르이다. 그래서 4음보(音步)의 개념과 종장의 법칙만 알면 누구나 시조를 창작할 수 있다.

로드킬

하린

빈 수레가 노인을 끌고 집으로 돌아올 때
하늘엔 검버섯이 조금 더 짙어간다
수척한 그림자의 귀가 떠날 날을 예감한다

허공이 새들에게 빈 몸을 허락하듯
어둠은 사람에게 저녁을 안겨준다
술 취한 콧노래 한 소절 갈지자로 휘청인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던 검은색 승용차는
끝끝내 노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순간 캄캄한 밤이 울컥하고 쏟아진다

무표정한 국도 끝엔 방점 하나 찍히고
까치밥 된 홍시 하나 유언처럼 떨어진다
폐경기 접어든 우물에 붉은 달이 떠올랐다

위의 제시한 「로드킬」의 1수 초장을 살펴보자. “빈 수레가/ 노인을/ 끌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 부분이 음보를 나눈 기준이다. 음보는 시가의 운율을 이루는 기본 단위이다. 읽을 때 휴지 앞에서 끊어 읽는 단위인데, 한국의 시가에서는 3음절이나 4음절이 보통 한 음보를 이룬다. 하지만 시조에서 음보를 이루는 음절(쉽게 설명하면 글자 수이지만 글자 수와 음절 수는 100% 일치하지 않는다.)은 5글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빈 수레가’(4음절) ‘노인을’(3음절) ‘끌고 집으로’(5음절) ‘돌아올 때’/(4음절)에서 ‘끌고 집으로’가 5음절의 형태를 띤 경우다. 따라서 오해로 알고 있는 기본 글자 법칙인 ‘3/4/3/4’하고는 전혀 맞지 않는 ‘4/3/5/4’가 형성된 것이다. 이것은 시조가 음보 단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대시조에서 읽을 때 음보 단위로만 끊어지면 ‘2~5’글자까지는 무조건 허용된다.
이런 질문이 형성될 수 있다. “6글자 이상으로 쓰면 안 되나요?” 5글자가 넘으면 대부분 1음보에서 벗어나 2음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대한 그 글자 수를 맞추는 것이 좋다. 물론 예외도 있다. ‘개밥바라기는’이라고 어쩔 수 없이 6글자를 쓴 경우에도 1음보로 인정한다. ‘개밥바라기’ 자체가 5글자로 된 명사이기 때문에 절대 줄일 수 없는 글자는 허용된다. 그러니 1음보를 최대한 ‘2~5’글자로 맞추되 어쩔 수 없는 경우엔 6글자를 써도 된다.
중장의 경우도 위에서 제시한 형태대로 4음보(각 음보 2~5글자로)만 맞춰주면 해결된다. 그런데 종장의 경우엔 음보와 글자 수를 맞추는 게 쉽지만은 않다. 종장엔 불변의 법칙이 있다. 종장의 첫 어절은 반드시 3음절(3글자)로 맞추어야 한다. 위의 시조에서는 ‘수척한’ ‘술 취한’ ‘한순간’ ‘폐경기’가 바로 거기에 해당하는 글자들이다. 시조에선 이 3글자를 안 지키면 무조건 시조로 보지 않는다. 그러니 종장의 첫 어절은 반드시 맞추어야 한다.
종장의 두 번째 음보가 제일 힘든 부분이다. 위의 시조에서 ‘그림자의 귀가’ ‘콧노래 한 소절’ ‘캄캄한 밤이’ ‘접어든 우물에’ 부분이 바로 종장의 두 번째 음보인데, 대부분 한 어절 또는 두 어절이 합쳐져서 한 음보를 이룬다. ‘미끄럼틀처럼’이라고 쓰면 한 어절이 한 음보가 되지만 ‘저녁 놀이터에’라고 쓰면 두 어절이 한 음보를 이루게 된다. 따라서 종장의 두 번째 음보는 2어절 이상이 합쳐져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두 번째 음보의 글자 수는 5~7글자로 맞춰 줘야 한다. 신춘문예 당선 글자 수가 대부분 5~7글자인데, 경우에 따라서 8글자가 되기도 한다. ‘소리도 없이 사랑이’라고 쓴 경우 한 덩어리 음보처럼 읽히면 그것도 허용된다. 물론 등단을 위한 글자 수로는 추천해주지 않겠다. 대부분 당선작의 글자 수가 5~7글자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종장의 첫 음보와 두 번째 음보가 ‘3/ 5~7’의 글자 수로 이루어질 때 3글자가 분명하게 끊어지면서 읽혀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마침내/ 사랑은 지금’은 분명하게 ‘마침내’가 한 음보로 끊어져서 읽히지만 ‘우리의 사랑이/ 울 때’는 ‘우리의’가 개별적으로 끊어지지 않고 뒤쪽의 ‘사랑이’를 끌어당겨서 읽히게 된다. 물론 의도적으로 ‘우리의/ 사랑이 울 때’하고 읽을 수 있다. 이런 경우처럼 앞으로도 붙여 읽을 수 있고 뒤로도 붙여 읽을 수 있는 이중적인 잣대가 형성되면 안 된다. 그러면 종장의 첫 어절 3글자 법칙이 무너지게 된다. 즉 종장의 첫 어절 3글자가 독립적으로 한 음보로 읽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뒤의 글자를 끌어당기지 않도록 분명하게 한 음보를 이루는 세 글자를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종장의 세 번째 네 번째 음보는 초장 · 중장의 경우처럼 2~5글자로만 맞춰주면 된다.
이러한 법칙을 기준으로 현대 시조의 음보를 맞추는 글자 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등단 기준으로)

초장 - 2~5글자/ 2~5글자/ 2~5글자/ 2~5글자
중장 - 2~5글자/ 2~5글자/ 2~5글자/ 2~5글자
종장 -3글자(반드시)/ 5~7글자/ 2~5글자/ 2~5글자

*주의할 점: 종장의 첫 번째 음보가 반드시 3글자로 끊어져서 읽혀야 한다. 뒤에 글자가 앞으로 달라붙어서 읽히면 안 된다.

지금까지 현대시조에서 글자 수 맞추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글자 수가 이렇게 자유로운 범위를 갖고 있으니 이제 현대시조에 대한 두려움이나 낯섦, 불편함을 버리고 창작에 적극적으로 임해도 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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