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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지구 끝의 온실
[예스리커버] 지구 끝의 온실

[예스리커버] 지구 끝의 온실

[ 작가 사인 인쇄본,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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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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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8월 1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450g | 크기확인중

이 상품의 태그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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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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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의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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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이 마음들이 우리를 구할 것이다] 소설가 김초엽의 첫 장편. 이야기는 ‘더스트’로 멸망한 지구에서 생존을 꿈꾸는 이들과, 이후 재건된 세계에서 묻힌 과거의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보통 사람들의 진심을 다한 분투가 어떻게 거대한 절망으로부터 모두를 구하는지를, 흔들림 없이 곧게 그려나가는 소설 -소설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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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결국엔 마음이 우리를 구원할거야
김소정 (sjsj0822@yes24.com)
지난달에는 수온이 급격히 올라가 10억 마리의 해양 생물이 떼죽음 당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를 자꾸만 곱씹게 된다. 내가 해안가에 널브러진 해양 생물처럼 떼죽음 당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오랫동안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해오던 인간도 재해 앞에서는 다른 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인간의 순서는 과연 몇 번째일까.

김초엽의 첫 번째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은 내가 그동안 상상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미래다. 닿기만 해도 치명적인 더스트가 지구를 덮치고 인간과 동식물 할 것 없이 모든 생명이 죽어갔다. 재해가 휩쓸고 간 후엔 생명의 활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고요하고 삭막한 땅만 남았다. 인간도 속수무책으로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린 세상, 멸망의 시대를 건너온 사람들의 증언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들은 더스트를 막아줄 돔을 만들기 시작했고 한정된 자원을 지키기 위해 잔인해져야 했다. 돔시티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조그만 마을 공동체를 만들었다. 프림 빌리지도 그중 하나이다. 프림 빌리지는 나름의 규칙과 질서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었고 사람들도 더스트를 잊고 평화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곳엔 사이보그이자 식물학자인 레이첼이 살고 있는 유리 온실이 있었다. 하지만 외부의 침입자로 인해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게 프림 빌리지 사람들은 레이첼이 개량한 더스트 대항종인 모스바나 종자를 품고 뿔뿔이 흩어졌다.

『지구 끝의 온실』은 시시각각 망해가는 세상에서도 기어이 희망을 찾아 나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과학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복잡한 수식과 데이터로 이루어진 과학적 접근은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2064년에 시작된 세계 더스트대응협의체의 디스어셈블러 광역 살포를 통해 2070년 5월 완전 종식되었다." 이 건조한 문장에서 목숨을 걸고 모스바나를 세계에 퍼트린 프림 빌리지 사람들의 대책 없는 희망과 서로를 향한 마음을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은 과학의 영광에 가려졌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애틋하고 소중한 마음들을 발굴해낸다. 때론 과학보다 무모한 믿음이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모스바나는 공기중의 특정 분자와 결합하여 푸른빛의 먼지를 만든다. 그 빛은 불필요한 돌연변이지만 소설 속 인물인 지수는 군락지를 수놓은 푸른빛을 보며 말한다. “그래도 아름답네.” 과학이 연장시킨 지구의 미래는 언젠가 또 다른 종류의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쓸모 없는 아름다움을 보며 감동하고 온기 어린 대화를 나눌 것이다. 무해하고 따스한 눈빛, 누군가를 우려하는 마음, 곁에 있겠다는 말 한마디와 같이 보잘것 없는 것이 우리를 구원할 거라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가올 종말이 덜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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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은 그렇게 느리고 꾸물거리는 것들이 멀리 퍼져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천천히 잠식하지만 강력한 것들,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정원을 다 뒤덮어버리는 식물처럼. 그런 생물들에는 무시무시한 힘과 놀라운 생명력이, 기묘한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영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 p.82

“좋아요. 딱 한 번만 더 이야기를 해볼게요. 어쩌면 당신이 말한 정원의 주인은 제가 아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당신은 답을 아직 알지는 못하지만, 답을 찾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지요. 그곳으로 가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 p.109

“지금부터는 실험을 해야 해. 내가 가르쳐준 것, 그리고 우리가 마을에서 해온 것들을 기억해. 이번에는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알겠지?”
--- p.242

어떤 기묘하고 아름다운 현상을 발견하고, 그 현상의 근거를 끈질기게 쫓아가보는 것 역시 하나의 유효한 과학적 방법론일지 모른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대부분은 실패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가보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할 놀라운 진실을 그 길에서 찾게 될지도 모른다고, 아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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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원해온 것들은 어째서 울고 난 뒤에야 알게 되는 걸까. 어떤 장면들 앞에서 이유도 모른 채 훌쩍거리다가 이 망할 놈의 세상이 실은 망하지 않기를 바라왔다는 걸, 인간 환멸이라고 중얼거렸지만 정말로 절망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 김초엽은 세상을 구해내고야 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탁월한 개인, 위대한 발견, 숭고한 희생이 아니라, 서로를 기억하며 지킨 작은 약속, 매일을 함께하는 동안 다져진 우정, 시간에 깎여나가지 않고 살아남은 사랑을 말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제 그런 의문은 믿지 못하겠다는 의심이 아니라 오히려 믿고 싶은 진심이 만들어낸다는 걸 안다. 그가 보여준 구원의 장면, 끈질기게 뻗어 나가다가 풍경 속으로 스미는 식물을 닮은 그 모습을 오래도록 떠올릴 것 같다.

황예인(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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