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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 창비 | 2022년 03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5 리뷰 13건 | 판매지수 5,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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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7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40g | 155*210*14mm
ISBN13 9788936434601
ISBN10 893643460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중불에 달구어진 설탕 냄새가 난다.
그와 함께 다른 모든 것들이 감각의 뒤편에서 들고일어난다. 방금 막 치대어 풍부한 글루텐을 함유한 중력분 밀가루 반죽의 탄력과, 프라이팬 위에 원을 그리며 녹는 노란 버터에서 일어나는 거품과, 커피에 얹은 부드럽고 촉촉한 생크림이 그려 내는 물결무늬. 나는 그 가게 앞에 설 때마다 발효된 이스트의 활발한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었고, 그날의 타르트 위에 얹을 무화과잼 또는 살구잼의 풍미를 섬세하게 식별할 수 있었다. --- p.7

이대로 돌아가 집 현관문을 연다는 건, 그곳에 내 얘기를 들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난감한 가게에서 빵을 사 가지고 나온 거잖아. 빵 한 입에 우유 한 모금 물고서, 건조하지도 눅눅하지도 않은 오늘분의 감정을 꼭꼭 씹어, 마음속 깊숙이 담아 둔 밀폐 용기에 가두기 위해. --- p.12~13

나는 단지 이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내가 원해서 내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그 선생님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아요. --- p.36

그리고 각 물품의 맨 마지막 줄에는 인상적인 경고문이 곁들어져 있었다.
‘긍정이나 부정, 자기가 바라는 변화가 어느 쪽이든 간에 이것은 물질계와 비물질계의 질서를 깨뜨리는 일입니다. 따라서 모든 마법의 이용 시 그 힘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 p.56

이곳의 마법사가 만드는 빵이라면 좋아질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의 빵에는, 잘못 사용하면 위험한 향신료이기는 하지만 과거와 현재 대신 미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 p.99

처음에는 분명 몸을 피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이들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가 굽는 빵의 결마다 사람들의 어떤 욕망이 배어 있는지, 그 위에 얹어 놓은 잼마다 어떤 악의가 끈적하게 매달려 있는지. --- p.102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 p.118

나는 꿈을 꾸지 못하는 그가 조금은 마음 아팠다. 그는 어쩌면, 인간들이 꾸는 꿈이란 그들만의 불필요한 환각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냉소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타인의 꿈속에서 어떤 상징과 배열을 읽어 내는 능력이 있으나, 그 꿈을 자기 것으로는 할 수 없는 사람. 우리가 꿈이나 환상이라고 치부하는 것들이 그에게는 모두 명백한 현실일 테니.
때로는 한심하거나 어리석기까지 하지만 그것밖에는 선택할 수 없는 남들의 바람을 이루어지게 도와주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소원이 없는 사람. 남들의 감사만 받아도 모자랄 마당에 뜻밖의 뒤틀린 결과 때문에 비난을 받아야 하는 사람. --- p.121

현실은 쓴데 입 속은 달다. --- p.124

상처는 새로 돋는 살의 전제 조건. --- p.139

“……낄 만한 데 껴. 누가 너더러 그따위 짓을 하랬냐.”
“…….”
긴장이 풀리자 뜻밖에도 눈물이 새어 나왔다. 학교 담임이, 또는 배 선생이 내게 똑같은 일을 했을 때 내 마음을 채웠던 건 회피나 분노, 억울함 아니면 냉소 같은 것들이었다. 지금 몰려오는 감정은 낯선 종류였고, 아픔 또한 누군가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음을 아는 데에서 오는 것이었다. --- p.143

어느새 나는 따뜻한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그가 입은 흰 가운을 하염없이 적시고 있었다. 냄비 속에서 녹던 초콜릿이 타기 직전까지 졸아들었고 조리대 위에서는 쇼트닝이 굳어 가고 있었지만, 그는 말없이 똑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내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 p.146

사람의 감정은 어째서, 뜨거운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아 사라질 수 없는 걸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치 통조림만도 못한 주제에.
그러다 문득 소금이란 다만 녹을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어떤 강제와 분리가 없다면 언제고 언제까지고 그 안에서. --- p.163

누군가가 씹다 뱉어 버린 껌 같은 삶이라도 나는 그걸 견디어 그 속에 얼마 남지 않은 단물까지 집요하게 뽑을 것이다.
--- p.21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말을 더듬는 열여섯 살 소년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재혼한 아버지와 새어머니, 의붓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새어머니인 배 선생과 갈등을 겪으며 힘들어하던 ‘나’는 여동생인 무희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집에서 도망쳐 나와, 평소 끼니를 해결하고자 자주 들른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어든다. 급한 마음에 단골 빵집으로 뛰어든 소년이 마주한 것은 놀라운 마법의 세계. 평범한 빵집인 줄로만 알았던 그곳은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특별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의 베이커리였던 것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 머물게 된 소년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마법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목격한다. 또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 점장과 그를 돕는 파랑새에게서 따끔한 충고를 듣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에게서 느껴 본 적 없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위저드 베이커리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아기자기한 이야기 속 미장센에 매혹되어 따라가다 보면 다소 불편한 비극들을 만난다. 그것들은 상처라고 내세우기 힘든, 내 안에 켜켜이 쌓인 작은 비극들과 닮아 있어 서글프다. 그대로 빈틈없이 정교한 글을 따라 걷다 보면 가장 아프고 깊은 내면에 다다르고, 거기서 한참 울다 보면 제법 괜찮은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내게 『위저드 베이커리』는 잔혹하고 차가운 얼굴을 한, 너무도 따뜻한 구원의 서사다.
- 김이나 (작사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들에는 저마다의 맛이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타인의 입에 물려 주고야 마는, 그 맛을 잊었다 싶을 때 한 번 더 먹어 보게 되는. 두 가지 중 ‘선택’을 하자면 『위저드 베이커리』는 생의 시절마다 맛보게 되는 이야기이고, 그때마다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감정들이 톡 쏘아 혀를 얼얼하게 만든다. 고등학생의 나는 배 선생이 무서웠고, 스무 살의 나는 소년이 안쓰러웠으며, 서른 살의 나는 선택에 책임을 져야만 하는, 그로 인해 어떤 선택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없는 모든 인물이 비참하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이처럼 여러 번 곱씹어 삼켜야 한다, 오래도록. 끝내 소화되지 못하더라도.
- 천선란 (소설가)
청소년문학은 우리 곁에 이미 단단히 자리 잡았다. 이제 우리 청소년문학에도 ‘고전’이라 부를 만한 작품이 생겨날 때가 되었다. 『위저드 베이커리』야말로 그런 작품이다. 이 소설이, 십여 년이 지나 새 옷을 입고 세상에 다시 나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거운 주제를 맛난 이야기로 구워 내는 마법과 같은 솜씨는, 청소년 독자의 입맛을 돋우고 영혼을 살찌우기에 충분하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구병모 월드’의 출발을 알린 작품이다. 훌륭한 작가는 작품들과 함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빵집 문을 열고 ‘구병모 월드’로 들어서는 순간, 누구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 김선산 (도장중 교사)
이 책은 두 가지(혹은 세 가지) 질문을 한다. 하나,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당신, 숨을 곳이 있는가? 빵 냄새가 풍기는 따뜻한 화덕 같은 곳, 당신을 이끌어 줄 마법사 멘토와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 줄 파랑새 같은 소녀가 있는 곳이? 있다면 다행이다. 둘,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운 당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느 시간으로? 조건이 있다. 당신은 모든 기억을 지우고 가야 한다. 그때 똑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같은 선택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겪은 끔찍한 고통을 다시 겪어야 한다. 조심하라! 이 책은 당신을 달콤한 빵 냄새로 유혹해 악몽처럼 섬뜩한 진실로 이끈다. (셋, 그래도 당신…… 이 책을 읽을 건가?)
- 권여선 (소설가)
『위저드 베이커리』는 도망치고 싶은 현실의 덫에 걸린 사람들, 무모한 환상과 어두운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치명적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마법의 빵과 쿠키를 맛깔나게 우리 앞에 내놓는다. 이 책은 아주 독특한 재미와 당혹스러운 서늘함과 스피디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첫 장을 열었을 때, 현실의 허기에 찬 당신은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악마의 시나몬 쿠키’를 입 안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 김지운 (영화감독)
문체는 간결하고 유머는 섬뜩하며 묘사는 회화적이다. 일찍이 이토록 잔인하고 유혹적인 성장소설을 본 적이 없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방문해 보시라.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우리 유년의 어두운 그림자를 부릅뜨고 만나 볼 비밀을 발견할 것이다.
- 방은진 (영화감독,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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