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왜 퍼지는 길이보다 짧게 밑으로 자라는 것일까? 뿌리는 잎과 달리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땅속의 통풍 정도, 곧 흙의 구성과 성질에 따라 성장의 양상이 달라진다. 따라서 나무나 관목을 너무 깊이 심으면 안 된다. 나무가 잘 자라지 않거나, 해마다 잎이 작아지거나, 잎의 끝이 마르는 것은 나무를 지나치게 깊이 심은 결과이다.
--- p.27
식물이 광합성을 하면 이산화탄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잎의 기공을 열어야 하고, 필연적으로 물은 증산을 통해 공기 중으로 나간다. 이산화탄소 분자 한 개가 잎 속으로 들어올 때 물 분자는 400개가 나간다. 곧 식물 뿌리가 흡수한 물의 97퍼센트가 증산을 통해 증발한다. 나머지 3퍼센트는 식물의 성장과 광합성, 다른 대사과정에 쓰인다.
--- p.65~66
덥고 건조한 날 나무 밑에 들어가면 시원함이 느껴지는데 이는 엄청난 증산이 일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증산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16미터 높이의 단풍나무는 한 시간에 220리터의 물을 증산할 수 있다. 온대지방에 있는 숲에서 넓은 잎을 가진 나무들은 하루에 4,047제곱미터 넓이의 구역에서 3만 리터를 증산한다. 평균 크기의 토마토는 자라는 시기에 약 115리터의 물을 증산하고, 옥수수는 210리터를 증산한다. 이 많은 양의 물은 비나 급수를 통해서 공급해야 하는 것이다.
--- p.75
토양에서 뿌리, 줄기, 잎, 대기로 이어지는 물의 연속성은 식물을 땅에서 뽑는다든지 줄기를 잘라버리면 끊어진다. 따라서 식물을 옮길 때 물을 빨리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줄기를 자를 때에는 절단한 줄기 끝에서 물을 빨아올리는 힘으로 공기를 흡입하는 음압이 걸리기 때문에 공기가 줄기 속으로 들어가 물관을 막게 된다. 그래서 꽃줄기를 자를 때에는 원하는 길이보다 길게 자른 뒤 물속에 담근 채 길이 조정을 하고 빨리 화병 안에 넣어야 꽃이 시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p.76
식물은 성질에 따라서 잎의 모양이 다르다. 햇빛을 좋아하는 양지식물(옥수수, 사탕수수, 과수류)은 잎이 두껍고, 잎 앞뒷면의 색이 비슷하다. 그늘을 좋아하는 음지식물(고무나무, 군자란, 행운목)이나 실내에서 키우는 관엽식물은 약한 빛을 많이 흡수하기 위해서 잎이 넓고 잎 앞뒷면의 색이 뚜렷이 다르다. 잎의 앞면은 뒷면보다 엽록소가 많아 색이 더 짙다.
--- p.81
광주기성(photoperiodism)은 식물이 낮과 밤의 길이에 반응하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가너(W. W. Garner)와 알라드(A. A. Allard)가 1920년경에 발견했다. 식물의 많은 기능이 광주기의 영향을 받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개화의 시작이다. 가너와 알라드는 식물이 하루 24시간 중 낮의 길이에 반응한다는 것을 보아 광주기성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식물은 낮의 길이가 아니라 밤의 길이를 재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따라서 흔히 부르는 장일식물이나 단일식물이라는 명칭은 엄격히 말해서 단암식물이나 장암식물이라고 해야 맞지만, 편의상 용어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다.
--- p.87
무기원소는 잎과 줄기가 땅에 떨어져 썩으면 흙으로 다시 돌아가 자연의 가장 중요한 순환가운데 하나를 완성한다. 잎이 떨어지지 전에 질소, 칼륨, 마그네슘 같은 원소는 단백질, 엽록소 또는 다른 분자의 형태로 식물이 성장하고 있는 부위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잎이 노화하여 노랗게 변하더라도 정원사들은 한동안 잎을 제거하지 않는다.
--- p.99
에틸렌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그 생성이 촉진되는데, 아브시스산과 마찬가지로 잎의 탈리, 상처의 아묾, 병에 대한 저항성에 관여한다. 또 억제적 호르몬으로 분류되며 세포예정사와 관련이 있다. 식물에 계속해서 물을 많이 주면 뿌리는 지나친 물의 양에 스트레스를 받아 에틸렌을 생성해서 식물의 밑부분에 있는 잎들이 떨어져 나가고 꼭대기에 있는 잎들만 남는다.
--- p.120
포이즌 아이비(poison ivy), 포이즌 오크(poison oak), 옻나무, 파슬리(parsley), 호그위드(hogweed) 같은 식물에는 피부를 가렵게 하는 물질이 있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사람이 파손된 셀러리를 빛이 있는 상태에서 만지면 손에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피부를 가렵게 하는 물질은 액포 안에 있어서 세포가 파괴되어야 나올 수 있고 빛에 의해 활성이 생긴다. 살인사건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전 나무에서 나오는 스트리크닌(strychnine)과 디기탈리스(digitalis 또는 foxglove) 잎에서 나오는 디기탈린(digitalin)을 잘 알 것이다. 피레트린(pyrethrin), 님(neem), 로테논(rotenone), 니코틴(nicotine)은 천연살충제로 쓰인다.
--- p.126
줄기가 빛 쪽으로 자라게 하는 생리적인 현상을 굴광성이라고 부른다. 굴성은 외부 자극에 대한 성장 반응이다. 줄기 위에서 빛을 비추면 줄기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신장률을 가지고 수직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 빛을 비추면 줄기는 방향을 바꾼다. 왜냐하면 그늘이 있는 쪽의 세포들이 빛 쪽에 있는 세포들보다 빠르게 자라기 때문이다. 굴광성은 태양을 좋아하는 식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다. 굴광성 식물을 실내 창가에 두면 줄기가 구부러진다. 어떤 종에서는 잎자루도 굴광성을 보일 수 있다. 그늘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식물은 빛에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전혀 나타내지 않는데, 이는 실내 식물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 p.176~177
빛을 받지 않은 어린 식물은 초록색이 아니라 노란 머리와 흰 줄기를 갖는다. 이는 빛이 없는 상태에서는 엽록소 합성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인데, 우리가 먹는 콩나물은 거적을 씌워 키워서 빛을 받지 못해 색깔이 초록색이 아닌 것이다.
--- p.186
너무 습하지도 않고 너무 건조하지도 않은 온대지방에 사는 식물이 최적의 성장과 발달을 하려면 섭씨 10도 내외의 아주 좁은 온도 범위 안에서 자라야 한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벗어난 정도에 따라 식물이 손상을 입게 된다. 성장을 활발히 하는 식물은 45도에서 견딜 수 있으며 심지어 55도 이상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살 수 있다. 성장을 멈춘 식물이나 건조한 식물(씨, 꽃가루)은 아주 높은 온도에서도 살 수 있다. 어떤 종의 꽃가루는 70도에서 살 수 있고 일부 건조한 씨는 120도에서도 견딜 수 있다.
--- p.226
서양 소나무는 테르페노이드 물질을 수지관에 보관하다가 곤충이 공격하면 수지를 분비하여 해를 주거나 곤충의 입을 막아버린다. 고무장갑의 재료로 흔히 쓰는 라텍스(latex)는 고무식물에서 볼 수 있는데, 식물에 상처가 나면 방출해 곤충을 쫓거나 상처가 난 부위를 보호한다. 라텍스를 분비하는 식물 중 하나인 양귀비는 마약 효과가 있는 모르핀과 코데인 같은 화학물질을 갖고 있다. 박주가리와 협죽도도 라텍스를 분비하는데 그 속에 신경계를 자극하는 독성물질이 있다.
--- p.233
파리지옥은 식물계에서 가장 빠른 반응을 보이는 식물이다. 곤충이 파리지옥에 앉으면 0.1초 만에 잡기 때문이다. 파리지옥은 잎에 있는 감각모로 파리가 잎에 앉았을 때 정확하게 압력을 감지한다. 그러면 감각모 밑부분에 있는 칼륨 이온통로가 먹이가 가하는 압력에 의해 열리면서 활동전위가 일어나고, 이것이 세포의 물 흡수와 방출을 조정하여 신속하게 잎을 닫는다[그림 9-37]. 이는 잎이 테니스공을 반으로 잘라 뒤집어 놓은 것처럼 볼록한 상태로 있다가 파리가 앉으면 빠르게 오목한 상태로 변하는 것 같은 장력에 의해 파리를 잡는 것이다.
--- p.262~263
속씨식물의 수명은 종마다 다르다. 일년생 식물은 일 년 안에 성장하고 번식하여 늙어 죽는다. 이년생 식물은 첫 번째 해에 영양생장과 양분 저장을 하며, 두 번째 해에 생식하고 늙어 죽는다. 일년생 식물과 이년생 식물은 한 번만 생식하고 죽는 일회 결실성 식물이다. 다년생 식물은 삼 년 이상 살고 초본과 목본 모두 존재한다. 다년생 식물은 죽기 전에 여러 번 결실을 맺는다.
--- p.270
식물은 여러 특징을 갖고 있어서 형질전환을 시키기에 좋다. 식물의 세포나 조직은 배지(培地)에서 쉽게 키울 수 있고, DNA를 식물세포 안으로 쉽게 넣을 수 있으며, 적절한 성장 호르몬의 조합을 이용해 성체를 만들 수도 있다. 이 마지막 특징은 동물세포가 갖고 있지 않은 전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 p.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