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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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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 EPUB ]
이소호 | | 2022년 04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5 리뷰 17건 | 판매지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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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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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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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1.04MB ?
ISBN13 979115816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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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만끽하는, 끝난 사랑 이야기
도서1팀 김주리 (juri@yes24.com)
2022-01-06
누군가의 연애 이야기도, 시인이 쓴 산문도 좋아하는 내게 ‘이소호 시인의 연애 에세이’는 당연 반갑고 흥미로운 책.

“좋아하는 마음이란 뭘까? 무엇이기에 사람을 이토록 이상하게 만들까.”(12쪽)

감정이 쉴 새 없이 오락가락, 엄청난 낙폭을 느끼며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마음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사랑하는 때. 타인의 연애를 다룬 소설도 영화도 드라마도 좋지만 현실의 농도가 짙은 에세이가 역시 솔깃하다. 또 시로만 접했던 작가들의 일상 이야기를 듣고서 다시 그의 시를 읽으면 더 와닿는달까. 더 긴밀하게 소통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다른 사람의 세계가 참 궁금한 나다.

열 개의 이야기에는 오래 알고 지내던 아끼는 친구부터 모임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결혼 정보 회사와 소개팅 앱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가 등장한다. 솔직하고 대담하게 사랑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는 그의 모습이 멋지다. 다 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이기에 짝사랑의 귀재가 돼 사랑에 실패하는 것도, 실패한 사랑을 딛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도. 하지만 이 가장 개인적이고도 가장 보통의 연애 이야기는 결국 내 안으로 향한다. 나의 연애를 되돌아보게 하고 스스로 더 용감한 사람이 되고자 결심하게 한다. 건강한 사랑을 꿈꾸게 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을 품게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에 대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줄까. 이게 전부 거짓이라고 선언해도 과연 믿어줄까?

믿고 싶은 만큼 믿으면 되는 이 이야기는 그렇게 태어났다.

에세이와 소설 그 경계를 지우며.
선택은 모두 독자들의 몫이다.”(10쪽)

나의 세계로 돌아오며 다른 사람의 현실을 들여다보고팠던 나의 호기심은 사그라든다. 이소호 작가도 말한다. 이 이야기는 여느 화가들이 자신의 부인을 모델로 삼아 캔버스에 그려넣은 작업과 같다고. 화가의 위치를 선점해 가감 없는 문장으로 그들과의 시절을 그리는 작업은 이렇게 완성되어 남겨졌고, 이제 이야기는 현장을 떠나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의 몫이 된다. 우리는 보통의 연애를 끝마친 사랑을, 재로 남았다 뜨겁게 부활하는 이 이야기를 만끽하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느끼고 싶은 대로 느낀다. 그들은 여기서 도망자로 적혔으나, 다른 책에는 세상 다시 없을 아름다운 나의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적혀 있다. 독자들도 나처럼 영원히 구분하지 못하리라.”(153쪽)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그와 오래 있고 싶은 마음에, 늘 술 약속을 잡고 술을 마셨고, 기억도 하지 못할 실수를 크게 크게 저질러놓고 다음날이면 사과하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마음이 앞서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것을 분명 배웠는데, 배움과는 다르게 마음과 몸은 따로 놀았다. 젠장. 나는 또 나를 망쳤다.
--- p.19, 「여백」 중에서

역시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리스크와 손해가 없는 사랑. 보험 같은 사랑, 혹은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누군가는 “그게 사랑이야?”라고 되물으며 비아냥거릴, 그렇고 그런 사랑.
--- p.67, 「쉬운 년, 이상한 년, 지질한 년」 중에서

무엇을 다 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나는, 짝사랑의 귀재가 되어 늘 사랑에 실패했다.
--- p.68,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중에서

나는 실패하고 싶었다. 사랑에 실패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습지만 나는 늘 나를 멋지게 망칠 남자를 기다렸다. 망칠 만한 남자는 사실 널려 있었고, 나는 골라도 역시 제일 좋은 것만 골랐다. 가장 최악의 남자를. 먼 미래까지 내 인생을 괴롭힐 최악의 남자를 골랐다.
--- p.91, 「데칼코마니」 중에서

나는 그와 진지한 관계를 꿈꾸고 있었으므로, 차이는 것만으로도 미래를 통째로 날린 기분이 들었다. 그와 결혼까지 생각했는데, 우리의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가 무럭무럭 커가는 모습을 그려보고, 너의 장례식 날 식사 메뉴까지 고민했던 나였는데, 나는 그와 헤어졌다. 나는 맥주에 치킨을 뜯으며 슬픔을 삭였다.
--- p.103, 「잘 모르는 사람들」 중에서

지구 반대편에는 나를 사랑한다는 글이 떠다니고 있다.
나도, 사랑도 없이 떠다니고 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던 그도 이제 내 세상에 없다.
순수한 고백은 대상을 전부 잃은 고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31, 「우연이 겹치면 운명이라고 믿게 된다」 중에서

공허하다.
너무나 뻔한 거짓말로 서로를 안심시킨다.
나는 오늘 몇 명에게 그 말을 해봤는지 세어보았다.
잠들 수 없을 것 같다.
--- p.164, 「도망가자」 중에서

사랑했기 때문에, 정말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기 때문에 나는 그를 버리지 못했다.
--- p.194, 「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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