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복음」 해제
「도마복음」은 예수의 말씀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 콥트어 「도마복음」은 그리스어에서 번역한 것이다. 도마복음의 그리스어판의 단편이 몇 개 남아 있는데, 그것은 서기 200년경의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므로 그리스어(또는 시리아어나 아람어) 어록집은 서기 200년경 이전에, 아마도 1세기 후반에, 시리아나 팔레스타인이나 메소포타미아에서 저술된 것으로 추정된다. 「도마복음」의 저자는 디디모스 유다 도마, 즉 “쌍둥이” 유다인데, 특히 시리아 교회에서는 그를 예수의 사도이자 쌍둥이 형제라고 본다.
「도마복음」과 신약성서 복음서들의 관계는 특별한 관심거리이다. 「도마복음」의 말씀 중 여러 구절이 공관복음서(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에 병행 구절이 있다. 「도마복음」의 말씀을 공관복음의 병행 구절들과 비교해 보면, 「도마복음」에 있는 말씀이 좀 더 초기의 형태거나, 그런 말씀의 좀 더 초기의 형태가 발전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도마복음」은 마태와 누가가 공통으로 사용한 자료라고 보는 “Q”(독일어로 “자료”라는 뜻의 Quelle에서 온 말)자료와 유사하다. 그러므로 「도마복음」과 이 글의 바탕이 된 자료는 신약성서 복음서의 자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도마복음」을 특정 영지주의 학파나 소종파의 작품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도마복음」에는 영지주의 신학의 영향이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이 어록집은 “살아 계신 예수께서 말씀하신 비밀의 말씀”이라고 되어 있다. 이처럼 「도마복음」은 비교적(秘敎的)인 경향을 띄고 있다. 이 내용을 이해하는 열쇠는 이 말씀을 해석하여 비밀의 의미를 아는 것인데, “이 말씀의 해석을 발견하는 자는 죽음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 실린 114개의 어록에 붙인 번호는 필사본에 있는 것은 아니라 학자들이 붙인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가 이 구분을 따르고 있다.
---「도마복음(II, 2) 해제」중에서
「요한 비밀의 서」 해제
「요한 비밀의 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세베데의 아들 요한에게 인류의 창조와 타락, 인류의 구원에 대해 계시하신 내용을 담고 있다. 교부들의 글을 보면 그들 중 몇몇은 「요한 비밀의 서」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레네우스의 글에 나오는 어떤 영지주의자들의 가르침은 이 글에 나오는 우주론적 가르침과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이레네우스가 여기 있는 그대로 「요한 비밀의 서」를 알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레네우스가 「이단 비판」을 쓴 시기가 서기 185년이므로 그 이전에 ?요한 비밀의 서」에 나오는 가르침과 같은 내용이 영지주의자들 사이에 퍼져 있었음은 분명하다. 「요한 비밀의 서」는 8세기까지도 메소포타미아의 아우디아파가 사용했다.
「요한 비밀의 서」에서는 ‘악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이 악한 세계에서 우리의 하늘 고향으로 도망할 수 있는가?’라는 두 가지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답하고 있다. 여기 나오는 우주 창조론 또한 이 문제들에 대답하려는 것이다.
여기서는 지고한 신성(神性, deity)은 완전하다고 하는 추상적이고 그리스적인 개념으로 정의하는데, 그 완전함은 일체의 신인동형론(神人同形論)적인 개념을 벗어난 것이며, 이 세계와 완전히 무관하다. 이 지고의 신성이 그리스도와 소피아를 포함한 일련의 빛의 존재들을 방사(放射)한다. 「요한 비밀의 서」에 따르면 타락은 소피아가 위대하신 영 또는 자신의 배우자의 승낙 없이 한 존재를 낳고자 할 때 일어난다. 결국 그녀는 괴물 같은 창조주 얄다바오트를 낳는데, 그는 자기 어머니의 빛의 권능을 약간 지니고 있다. 얄다바오트는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천사들을 창조하고, 인간의 창조를 돕는다. 그런데 인간 자신은 물에 비친 완전한 아버지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다.
얄다바오트가 속임을 당해서 인간에게 빛의 권능을 불어넣을 때 인간은 생명을 얻는다. 이리하여 빛의 권능들과 어둠의 권능들 사이에 인간 안에 있는 신적 파편들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 시작된다. 악한 권능들은 인간을 가두어 두기 위해 그를 물질적 육체 속에 집어넣는다. 또한 여인과 성적 욕구를 창조하여 빛의 파편들을 흩어 놓음으로써 그들이 육체와 세상에서 도망가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끝으로 그리스도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기원이 하늘에 있음을 기억하게 하여 인간을 구원하려고 아래 세계로 파견된다. 이 지식을 소유하고 금욕적인 삶을 산 자들만이 빛의 영역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다른 자들은 스스로 구원하는 지식에 이를 때까지 윤회한다.
---「요한 비밀의 서(II, 1 / III, 1 / IV, 1 그리고 BG 8502, 2) 해제」중에서
「베드로의 묵시록」 해제
「베드로의 묵시록」은 익명의 그리스도교적 영지주의 문서로, 사도 베드로가 받은 묵시이다. 여기에 구주 예수께서 해설해 주신 것으로 되어 있다. 예수께서 받으신 박해는 영지주의자들 중 믿음을 지킨 남은 자들이 박해를 받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이해하는 기준이 되었다.
이 자료는 묵시문학 장르에 속한다. 이 글은 베드로가 보았다고 하는 세 개의 환상에 대한 보고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예수께서 그 환상들에 대해 설명하신다. 이 글은 과거의 일을 반영하는 예언 속에서 초대교회가 영지주의 공동체를 반대하는 여러 분파로 분열되었다고 말한다. 영지주의자들에게는 세상의 환경이 적대적이다. 영지주의자들은 천상의 기원에 관한 지식을 받고, 천상의 사람의 아들에게로 돌아가기를 갈망한다. 그는 억압자들을 심판하고 영지주의자들을 옹호하시려고 종말론적 구원자로서 오실 분이시라는 것이다.
이 글의 묵시적 양식은 예수에 관한 그리스도교 전승을 영지주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었다. 이 글에서는 전통 신학을 영지주의 신학에 맞추어 해석하고 있다. 예수를 죽이려는 사람들과 적대적인 제사장들을 묘사하고 있는 첫 번째 환상 부분(72:4-9)은 여섯 부류의 입장에서 해석하며, 이들을 “인도자 없는 소경”이라고 부른다. 이 부류의 다수는 당시 정통 교회에 속한 자들로 보이지만, 일부는 경쟁 관계에 있던 영지주의 분파로도 볼 수 있다. 두 번째 부분(81:3-14)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에 관한 베드로의 환상을 묘사한다. 이어지는 예수의 해석은 육체적 형상과 살아 계신 예수를 구별한다. 후자는 무지한 박해자들을 비웃으며 그들 곁에 서 있다. 세 번째 환상 부분(82:4-16)은 천상의 플레로마의 지식의 빛과 예수의 영적인 몸이 재결합한다고 해석한다는 점에서 매우 영지주의적이다.
「베드로의 묵시록」에는 예수를 가현적(假現的)인 구원자로 보는 영지주의 그리스도론에 관한 중요한 자료가 들어 있다. 또한 이 문서가 자신들의 기원적 인물로 간주하는 베드로와 영지주의자들의 관계와 영지주의 공동체의 견해를 파악할 수 있다. 「베드로의 묵시록」은 정통과 이단 사이의 구분이 좀 더 분명해진 3세기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베드로의 묵시록(VII, 3) 해제」중에서
「진리의 증언」 해제
「진리의 증언」은 교훈적이고 논쟁적인 특성을 지닌 그리스도교 영지주의 문서이다. 제목은 내용을 근거로 해서 붙인 것이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원래 그리스어로 쓴 것으로 추정한다. 저자에 대해서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율리우스 카시아누스(서기 190년경)나 레온토폴리스의 히에라카스(서기 300년경) 중 한 명으로 추정한다.
「진리의 증언」이라는 이 단편적인 문서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29:6-45:6)은 그 자체로 완결된 훈계인데, 영적으로 각성한 집단에게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말한다. 그 주제들은 율법과 대조되는 진리, 순교 및 육체의 부활에 대한 헛된 희망과 대조되는 지식, 육체의 타락과 대비되는 순결, 지혜롭고 완전한 영지주의자의 삶 등이다. 이 글의 나머지 부분은 훨씬 더 논쟁적이다. 당시 가톨릭교회에 대해서 뿐 아니라, 발렌티누스파, 바실리데스 학파, 시몬파와 같은 여러 영지주의 집단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 부분은 특히 가톨릭교회나 특정 유형의 영지주의적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쓴 듯하다.
「진리의 증언」은 창세기 3장(45:23-49:7)의 뱀에 대해 특히 흥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미드라쉬」를 포함해서 수많은 자료를 이용한다. 이 글은 또한 구약성서와 신약성서(특히 바울과 요한) 그리고 외경의 구절들을 인용하거나 언급한다. 비록 발렌티누스파를 “이단”으로 공격하고 있지만, 발렌티누스파의 영지주의의 영향이 문서 전체에 분명하게 나타난다. 「진리의 증언」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세상과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을 철저히 버려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이다.
---「진리의 증언(IX, 3) 해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