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그 비결은 그분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시며 가지고 오신 ‘어떤’ 비책이 아니라 당신께서 이 세상을 사시면서 가난한 사람들, 온갖 질병을 앓는 사람들, 그들의 손이 자기 몸에 닿으면 자기도 불행해질까 한사코 손 밖으로 밀어내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몸소 체험하신 것입니다. 그분은 이 비결이 우리 손이 닿는 곳, 손만 내밀면 만질 수 있는 곳에 감추어져 있다고 선포하십니다. 온갖 고통에 시달리는 이 사람들이 바로 인생을 기쁘게 살게 하는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 p.7
마르코는 독자들이 복음을 깨치게 하려고 사도들의 부끄러운 과거까지 숨김없이 과감하게 보도합니다. 그분의 가르침뿐 아니라 그분의 인격과 그분의 삶에 빠져든 사도들의 삶과 그들의 인생을 변화시킨 원천에 대해서 기록합니다. 그리하여 마르코는 복음서를 쓰면서 단순히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으로 남겨 전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예수님과 그분의 복음에 대한 자기 자신의 체험을 알리며,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처럼 예수님과 그분의 복음에 감동하여 복음의 삶을 살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 p.24
사람들은 영원한 행복과 평화를 찾아서 시선을 세상 바깥으로 돌립니다. 고통을 밀어내려 애씁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하늘만 바라보는 마음으로는 행복과 평화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체험할 수 없습니다. 눈을 돌려 현실 사막을 들여다보고, 이웃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 p.100
세상 안에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은 예수님께 하나의 이론이나 가설이 아닙니다. 그분은 실제로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와 있음을 느끼셨습니다. 불의가 판을 치는 불공정한 세상, 미운 사람, 보기 싫은 사람, 음흉하고, 이간질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때때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 세상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를 느끼셨고, 모든 사람이 이를 느끼며 살기를 바라셨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을 당신처럼(“나를 따르라!”) 마음으로 만나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 p.144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 손가락질받고 소외된 저 나병 환자, 세리와 죄인들,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내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병 환자에게서 나병만을 보지 않고, 그들에게서 육체적으로 앓는 나병보다 더 심한 심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야 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나병에서 치유되기만을 바라는 자’가 아닙니다. 그들을 보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나는 그들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겨 본 적이 있는가?
--- p.224
믿음은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는 행위입니다. 치유는 믿음의 대가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믿으면 병이 낫고, 부자 되고, 하는 일마다 잘되게 해 주시겠다는 식의 약속을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아무리 병에서 치유되었어도 믿음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면, 자기 인생을 은총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인생의 행복을 맛보지 못할 것입니다.
--- p.252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은 모두 우리에게 복음을 느끼게 해 주는 존재들입니다. 하늘나라의 보물은 온갖 잡초로 덮인 이 세상 안에, 질그릇 같은 인간 안에 감추어 있습니다. 하느님은 의인뿐 아니라 죄인들 안에도 당신의 존재를 숨기고 계십니다.
--- p.350
사람들은 치유에만 관심을 보일 뿐, 병든 사람이 일어나 새 삶을 살게 된 것에는 무신경합니다. 눈먼 이가 보고 다리 저는 이가 걷고 육체적으로 앓는 병이 사라지는 것만이 기적이 아닙니다. 기적이란 ‘병이 낫는 것’보다 ‘병든 사람’의 마음 안에 살아 계신 하느님을 보는 것입니다. 병에서 나았다 하더라도 하느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하느님처럼 함께 아파하고 용서하는 자비로운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한다면, 내 삶은 여전히 병들어 있는 것입니다. 불치병에서 치유되었다 하더라도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치유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 p.412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수많은 기적에는 당신이 인류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다 나타나 있습니다. 따지고 논쟁하는 마음으로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귀 기울이지 못합니다. 그들에겐 시비가 있을 뿐 다시 보고, 다시 듣고, 다시 생기를 얻어 기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지 못합니다. 오로지 자기만을 위한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 p.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