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4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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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0쪽 | 392g | 140*215*20mm |
ISBN13 | 9791197317958 |
ISBN10 | 1197317953 |
발행일 | 2022년 04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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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0쪽 | 392g | 140*215*20mm |
ISBN13 | 9791197317958 |
ISBN10 | 1197317953 |
소설가 출신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이창동의 영화에는 (최근작으로 올수록) 문학적인 것, 시적인 것이 없으며 좋은 의미로의 아름다운 것조차 없다. 문학적인 것, 시적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는 단지 일어나는 일만을 연출한다. 이창동의 영화들에서 인물들은 배우들이 아니라 그 인물들 자체가 연기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감독이 정해놓지 않은 굴레 속에서 스스로의 경계를 깨고 나아가며 (혹은 그럴 것을 요구받으며) 관객을 자극하려는 전시적 에너지가 아니라 스스로 파괴되는 몸의 고통을 통과한 끝에 얻게 되는 배역으로서 그 인물과 동화되는 단계에 이른다. 이창동의 영화는 “정치적, 윤리적, 심리적, 사회적 척도로 등장인물과 그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을 거부한다.”라고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를 평가한 앙드레 바쟁의 이상과 비슷한 지점을 공유한다. 실제의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그는 비본질적인 것을 벗겨내는데, 이는 이야기 관습, 형식적 꾸밈, 연기의 정형과 같은 것들이다. 이창동의 영화들에서 의미는 고정되지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현실 속에서 터져 나오도록 하는 길을 지향한다. 그럼으로써 리얼리티는 재현하는 게 아니라 겨냥하는 것이라는 현대 영화의 테제를 따라간다. --- 「김영진, ‘이창동 영화에 드러난 현대 영화의 테제’」 중에서 이창동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에 얼룩처럼 남은 미스터리의 흔적을 곱씹어보며 영화가 드러낸 삶에 대해 생각함을 뜻한다. 숙고의 시간은 이창동에게도, 관객에게도 살아감의 의미와 부지불식간에 덮쳐온 고통의 이유와 아이러니로 점철된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삶의 복합성과 살아감의 모순과 아이러니가 뒤섞인 세상을 재현하는 이창동의 의지는 희비가 교차하는 삶이라는 상투어조차 발 디딜 수 없게 만든다. 그의 인물들이 고통과 슬픔과 상실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가기 때문일 것이고, 그들이 손에 붙든 것이 오답일지라도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투쟁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삶이라는 자조적 태도도 이창동의 영화에선 볼 수 없다. 무엇보다 그의 영화에서 아이러니는 인물을 시험에 빠트리는 도덕적 결단이 행해진 이후에도 삶을 영위하도록 그에게 최후의 결심을 요구하는 데서 발생한다. 이창동의 영화는 인물을 추동하던 삶의 비밀 혹은 비밀스런 삶의 흔적을 쫓는 추적의 끝에 무엇이 놓일지 쉽게 해답을 내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관객의 시간은 극장을 나서면서 시작될 것이다. 그의 영화에서 안간힘을 다해 붙잡으려는 삶으로부터 되레 이탈하는 자들조차 삶을 사랑하고 세계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을 보게 되기 때문이고, 그들이 아이러니한 세계의 다양한 양태와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직면하더라도 세상과의 투쟁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초록물고기〉는 개봉으로부터 25년이 흐른 지금, 변함없이, 여리고 길쭉한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요동치는 모습을 남겨주었다. 나에겐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 「박인호, ‘두 세계 사이의 아이러니’」 중에서 이창동의 영화들은 빈틈없이 설계된 구조와 내러티브의 예측 불가능성 사이에서 스토리텔링 예술로서 영화의 역할, 세계관과 목표를 위해 어떻게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씨름해왔다. 〈박하사탕〉은 그의 작가적 개성이 기교와 스타일보다 구조의 효과에 토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증한다. 정치적 알레고리의 관점에서 그 가치를 논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참된 성취는 당대의 미학 기준을 상회하는 담대한 내러티브 전략을 통해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공헌에 있다. 영화적 시간을 구조로 전환한 플롯은 고전적 리얼리즘에 기초한 선형적 이야기 도식 관행을 거절하면서 시간의 논리를 재설정한다. 다음에 올 것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를 조절하면서 다른 작품들이 감히 해낼 수 없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는 진정한 이야기꾼의 영화인 것이다. 역순 구조 내러티브는 이 분야에서 천의무봉天衣無縫으로 일컬어지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2002)보다 2년을 앞섰고 가스파 노에의 〈돌이킬 수 없는〉(2002), 프랑수아 오종의 〈5x2〉(2004) 같은 논쟁적 영화들의 출현을 예고했다. 정교한 스토리텔링 형식은 기하학적으로 구성된 내러티브 실험을 향한 길을 제시하면서 동시대 한국 영화의 뚜렷한 랜드마크가 되었다. --- 「장병원, ‘시간의 역설을 추적한 현대 한국 영화의 랜드마크’」 중에서 신애는 거울을 들어주는 종찬의 도움을 받아 버려진 집 마당에서 자신의 머리를 자른다. 행복 언저리에 가까운 그 조화로운 순간에 카메라는 녹슨 수도관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뒹구는 마당의 작은 공간을 클로즈업해서 담아낸다. 화면으로 보기에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 구석에서 우리는 창백한 빛의 광선을 짐작하거나 언뜻 볼 수 있다. 이는 약사가 말하던 햇볕 한 조각보다 훨씬 더 겸허하고 실질적인 비밀스러운 햇볕의 또 다른 버전인데, 이는 내가 지금까지 영화에서 본 가장 기이한 마지막 장면 중 하나다. --- 「퀸틴, ‘비밀스런 빛 속에서 벌이는 숨바꼭질’」 중에서 영화는 눈앞의 관객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보이지 않는 더 많은 사람들과 뭔가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요. 소설 쓰기의 대상이 나와 같은 1인이라면 영화는 시나리오 과정부터 보이지 않는 집단이란 상대를 느끼고 생각해야만 가능한 작업이라는 거죠. 그걸 다르게 말하면 소통이고요. 그럼 소통의 개념은 뭘까요. 이를테면 천만 관객이 본다면 그것이 내가 원하는 소통일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상정하는 이야기 상대는 천만 명이 아니라는 거죠. 한 사람도, 천만 명도 아닌 그 어떤 사람들을 상대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설명하기 참 어렵네요. 언젠가 현장에서 촬영할 때 누군가가 모니터를 보면서 “이 장면 하나로 십만이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때 든 생각은 그 장면을 편집에서 빼야겠다는 것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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