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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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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큰글자도서)
[도서] 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큰글자도서)
후루우치 가즈에 저/남궁가윤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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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36g | 128*188*20mm
ISBN13 9791130690582
ISBN10 11306905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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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눈 티. 은색으로 빛나는 3단 트레이에 담긴 귀여운 마카롱과 타르틀레트 등의 프티 푸르, 갓 구운 스콘, 손가락 크기의 고급스러운 샌드위치……. 향기로운 홍차와 함께 대접받는 우아하고 화려한 궁극의 간식.
--- p. 12

세련되고 멋진 디저트. 그것은 ‘마돈나 선풍’이라는 허울만 좋은 말에 선동되어 남성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의 노동을 강요받은 여성들의 소소한 사치. 술집의 술과 안주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원한 상이야말로 달콤한 과자와 향기로운 홍차의 조합이 아니었을까.
--- p. 15

마음 깊은 곳에 쌓인 불안이 입에서 불쑥 튀어나오고 마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 특히 이렇게 고운 벚꽃이 밤바람에 수런대는 밤이라면 더욱.
--- p. 64

창밖의 신록이 눈부시다. 느티나무와 단풍나무가 보드라운 새싹을 틔우고, 상큼한 그린 애프터눈 티가 한층 더 빛나는 계절이 왔다. 이제 조금 있으면 오잔호텔 정원에는 반딧불이 날아다니기 시작할 것이다.
--- p. 115

코스 메뉴인 애프터눈 티를 먹는 순서는 세이버리, 스콘, 디저트 순으로 엄연히 정해져 있어서 순서를 어기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그러나 안경 쓴 여성은 순서를 완전히 무시하고 제일 처음으로 스페셜리티인 루바브 타르틀레트를 숟가락으로 떴다. 한 입 먹은 순간,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 p. 127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30대는 이제 겨우 자신의 능력을 실감하며 일할 수 있다. 아마 시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버릴 것이다. 그런데 여성에게는 서른다섯이 되면 고령출산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벽이 생긴다. 사회인 경력이 바야흐로 꽃피려 하는 시기와 출산적령기가 딱 겹치는 딜레마.
--- p. 178

결혼하든 아이가 생기든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남자들은 이런 문제로 고민 따위 안 하겠지 싶어서 그저 부러워진다. 출산은 여성밖에 못 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분명히 아이를 낳는 사람은 여성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기르는 사람도 꼭 여성이어야만 할까. 엄마가 자신의 꿈을 좇으려고 하면 아이를 제쳐놓았다며 비난의 시선이 쏟아진다. 애 엄마가 뭘 하느냐고. 아빠도 부모인데.
--- pp. 185~186

“사람들이 모두 량잉처럼 좋은 사람인 건 아니야. 자기와 가까운 장소에 차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차별받은 적이 없는, 놀라우리만큼 마음이 건강한 사람뿐이지.”
--- p. 201

“현실이라는 건 언제든 냉엄한 법이지. 그걸 안 상태에서 아름다운 면을 보는 것도 하나의 각오란다.”
--- p. 208

“인생은 고생스러운 법이란다. 그러기에 더더욱 단것이 필요하지.”
--- p. 212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자기 시선으로밖에 사물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이 세상 모든 일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모두 본인에게 달렸다는 말이 된다.
--- pp. 233~234

불경기, 금융위기, 지진, 수해……. 확실히 루리가 살아온 시간은 그런 사건의 반복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곳에 선택지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지긋지긋할 정도로 봐왔겠지.
“그래서 많이 담는 거예요. 얼굴도, 일상도 수북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루리의 목소리가 두 사람만 있는 사무실에 울렸다.
“그러지 않으면 즐겁지 않잖아요. 여유와 선택지가 없는 대신 우린 언제나 최단으로 가는 거죠.”
--- p. 260

“여기서 편안히 쉬는 손님을 보면서, 애프터눈 티라는 건 시간이구나 하고 절실히 느끼게 됐지.”
초로의 부부. 어머니와 딸.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차와 과자를 즐기며 소중한 사람과 이야기하는 시간. 느긋하게 보내며 자기 자신을 해방하는 시간.
“난 그런 시간을 아내에게도 딸에게도 한 번도 선사한 적이 없었어.”
어느새 히데오의 말투가 허물없는 투로 바뀌었다.
단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맛보는 시간과 여유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 p. 286

커다란 창 바깥에서 단풍이 하늘하늘 춤춘다. 이윽고 모든 잎이 떨어지고 정원은 겨울 풍경으로 변해가겠지. 밀리는 것처럼 보여도 계절은 확실하게 순환한다. 모든 것은 변해가고 어제와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거대 운석이 떨어지지 않아도, 흉악한 우주인이 대거 밀어닥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결국 ‘자신’이라는 세계에서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채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그 마지막 순간은 언젠가 누구에게든 느닷없이 찾아온다.
--- p. 290

사람이 살아가는 데 과자는 결코 필요불가결한 존재는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즐겁고 아름답다. 앞으로도 향기로운 차와 보석 같은 과자를 즐기는 애프터눈 티의 시간은 힘겨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에 색채를 더해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겉모양이 예쁜 가토나 귀여운 프티 푸르의 단맛을 돋보이게 하려면 짜디짠 소금 약간이나 씁쓸한 술이 소량 필요하다니, 세상은 이 얼마나 만만치 않단 말인가.
--- p.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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